<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유병례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성신여대 중문과 유병례 교수가 중년 이후 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한시들을 소개한다. 시 몇 편을 옮긴다. 이백의 시 ‘독좌경정산’은 쓸쓸하게 홀로 경정산에 오른 모습이 떠오른다. ‘뭇 새들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로운 구름 홀로 유유히 가버렸네/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건/ 경정산 너뿐인가 하노라.’

나이 70을 가리키는 ‘고희(古稀)’라는 어휘가 등장하는 두보의 ‘곡강(曲江)’도 나온다. ‘조정에서 돌아오면/ 날이면 날마다 봄옷 전당잡히고/ 매일매일 강가에서 술에 취해 돌아온다/ 술 먹은 외상값 가는 곳마다 깔린 것은/ 칠십까지 사는 사람 드물기 때문이어라/ 꽃 숲을 뚫고 나는 호랑나비 그윽이 보이고/ 물 찍으며 나는 잠자리 느릿느릿하여라/ 봄빛이여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머물러라/ 잠시나마 즐기도록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책 제목의 출처는 두목(杜牧)의 시 ‘산행’이다. ‘저 멀리 차가운 산 비탈길 올랐더니/ 흰 구름 피어오르는 곳인가 드문 보이어라/ 가던 수레 멈추게 한 건 아름다운 황혼 단풍/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두목은 시성(詩聖)으로 불리던 두보와는 다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