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2035> 美 국가정보위원회 지음, 박동철‧박행웅‧백계문‧김용진‧박삼주 옮김, 한울 펴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작성한 미래예측 보고서다. 경제‧정치‧사회 부문의 중장기 미래 전망이 담겼다. 36개국 2500여 전문가 의견을 들었고, 16개 美정보기관의 미래전망 분석결과를 모아 작성했다.

보고서가 정리한 7가지 미래 전망은 다음과 같다.

1. 부국은 고령화되지만, 빈국은 그렇지 않다. 생산가능인구는 중국, 러시아와 부유한 국가에서 감소하지만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가난한 국가에서는 증가해 경제‧고용‧도시화‧복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주를 부추긴다.

2. 가까운 미래에는 저성장이 지속된다. 주요 경제가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증가 둔화를 겪는 한편, 많은 부채와 약한 수요,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회의를 품은 채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 회복될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중점을 두었던 수출과 투자로부터 소비자 주도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저성장이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를 위협할 것이다.

3. 급속한 기술 진보는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지만,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더욱 키울 것이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은 경제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산업 재편을 강요하면서 잠재적으로 노동자를 대체하고 빈곤국의 통상적인 발전 경로를 제약할 것이다. 유전체(게놈) 편집과 같은 바이오기술은 의료 등의 분야를 혁신하면서 도덕적 견해차를 부각시킬 것이다.

4. 세계가 점차 연결되고 성장이 약화됨으로써 사회 내에서 그리고 사회 간에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좌우 양편에서 민중영합주의가 팽배해 자유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일부 지도자는 통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할 것이다. 종교는 영향력이 점차 중대해지면서 다수 국가에서 정부보다 더 큰 권위를 누릴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경제력이 여성의 지위와 리더십 역할을 신장시킬 것이나, 그에 대한 반발도 일어날 것이다.

5. 통치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대중은 정부가 안전과 번영을 제공하기를 요구하지만 세수 부진, 불신, 양극화, 새로운 쟁점 등장 등이 정부 성과를 저해할 것이다. 기술 덕분에 정치적 조치를 저지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행위자의 범위가 늘어날 것이다. 비정부기구(NGO), 기업, 유력한 개인 등 행위자 수가 급증함으로써 세계적 쟁점을 관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며, 결과적으로 포괄적 노력이 줄어들고 임시변통이 많아질 것이다.

6. 분쟁의 성격이 변화한다. 주요 강대국 간 이해 대립, 테러 위협 증대, 취약국가의 불안정 지속, 치명적 교란기술 확산 등으로 인해 분쟁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장거리 정밀무기, 사이버, 로봇 시스템 등을 이용해 원격지에서 기반시설을 겨냥할 수 있고 대량살상무기 제조 기술에 접근하기도 쉬워지면서 사회 교란이 더욱 빈발할 것이다.

7. 기후변화, 환경 및 보건 관련 쟁점이 주목받을 것이다. 지구의 위험 요소 일단이 제기하는 임박한 장기 위협은 협력이 어려워지더라도 집단적 대응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기상이변, 물과 토양 오염, 식품 불안 등이 더 자주 사회를 교란할 것이다.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빙하 해빙, 오염 등이 생활 형태를 바꿀 것이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여행 증가와 열악한 보건시설로 말미암아 전염병을 관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내용들이 대체로 어둡다. 세상은 위기로 점철될 것만 같다. 성장이 신기술 위주로 추진되면서 성장을 추구할수록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며, 정치는 더 불안정해지고, 사회적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것이란 예측만 눈에 띈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론은 그것이 아니다. 김우중 식의 ‘위기론’에 가깝다. 한때 청년들의 영웅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위기는 위험한 기회다”라고 갈파했다. 이 보고서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화·정보화 시대의 성취에 힘입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면서도 기회가 더 풍부한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위험성이 이길지, 아니면 가능성이 이길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제를 ‘진보의 역설’로 잡은 모양이다. 진보는 성장을 뜻한다.

작년 연말부터 대량 방출됐던 온갖 미래전망서들을 약탕기에 넣고 푹 달여낸 것 같다. 빠질 것은 빠지고 보탤 것은 잘 다듬어 더한 느낌이다. 수준도 일정하게 유지됐다. 다만 다소 어려운 문장투인 게 아쉽다. 물론 진지하게 정독해야 할 내용이니 큰 문제는 없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