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움직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본격적인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는 3월 본인가를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자연스럽게 비전과 지향점이 베일을 벗고 있는데, 리스크도 눈에 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본인가 후 영업 초읽기에 돌입한 케이뱅크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심상훈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 참석, "3월 초순이나 중순에는 본격적인 영업을 실시하려고 한다"고 밝힌 상태다.

200명의 직원중 70명이 순수 ICT 전문가로 꾸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리테일 여수신 상품과 체크카드 업무부터 시작해 서서히 외연 확장을 꾀한다는 각오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와 케이뱅크에 참여한 편의점 GS25를 오프라인 거점으로 활용키로 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자본금은 25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해 9월에 모바일 뱅커를 채용했으며 1월 본인가 신청을 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자본금이 3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 KB국민은행, 우정사업본부, SGI서울보증, 이베이, 넷마블, Yes24, 스카이블루럭셔리인베스트먼트(텐센트)가 주주사로 포진해 있으며 현재 약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본점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에 위치한 에이치스퀘어(H Square)며 별도 지점은 없다.

다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KDB생명타워에 카카오뱅크 모바일뱅킹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산센터는 LGCNS 상암 IT센터에, DR(재해복구)센터는 KT분당 IDC에 있다.

이사회 의장에 김주원 현(現)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에는 이용우, 윤호영 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선임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사무실을 데스크톱이 아닌, 모바일 기반의 업무환경으로 꾸리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에 맞게 빠르고 기민한 방법론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핀테크 전반의 흐름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협력도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Ant Financial Services Group)으로부터 (주)카카오페이(가칭)에 대한 2억달러(약 230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를 분사해 알리페이의 경쟁력과 연결하는 방법론이다. 현재 카카오는 지난 1월 이사회를 통해 핀테크 사업 부문을 분리, 독립법인 (주)카카오페이를 신설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류영준 현 카카오 핀테크사업 총괄 부사장을 새 법인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 출처=알리페이

카카오는 알리페이의 국내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한편, 카카오페이를 기점으로 중국의 선진적인 핀테크 기술력을 내적으로 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현재 앤트파이낸셜은 결제 뿐 아니라 택시 호출, 호텔 및 병원 예약, 영화 예매, 공과금 납부 등의 생활 서비스를 비롯해 자산관리 등 각종 핀테크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실질적인 데이터와 노하우를 카카오뱅크에도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예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오프라인 점포 없이 순수 온라인 전략을 통해 24시간 확장된 사용자 경험으로 녹이는 상황에서 중금리 대출, 비대면 업무 등의 비중을 성공적으로 늘린다면 나름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도 만만찮다

'기존 은행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떠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완화` 이슈에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추진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다시 한번 가능성이 논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특별법을 심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기존의 논리가 재연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줄기차게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은산분리 완화를 촉구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출범을 통해 대한민국 핀테크산업이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은산분리의 완화 등 관련 입법의 보완 및 개정을 적극 요구한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케이뱅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KT의 지분율은 8%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1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전제로 지분 10%까지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결권 행사 지분은 4%로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당장 영업을 시작할 케이뱅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준수하면서 대출영업을 시작하려면 초기 3년간 최대 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존 자본금은 기본적인 ICT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모두 소진했으며, 의미있는 영업에 나서려면 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금리 대출을 위한 '총알' 마련이 어렵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증자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계류중인 은산분리 완화 및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모두 좌초되면서 당장 '반쪽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고민이다. 

그러나 희망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당장 은산분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지금은 어렵지만, 어수선한 정국이 지나고 조만간 특별법 형태의 탈출구가 마련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 일부에서 전향적인 스탠스를 보여주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가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전했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도 "인터넷전문은행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당위성을 은산분리 완화로 무리하게 연결할 소지는 없다는 전제지만, 스탠스 변화의 여지를 열어두었다는 평가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갔다.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독과점을 해소해 중금리 시장에서 무점포 비대면대출을 통한 중금리시장의 경쟁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고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다면 핀테크 경쟁에 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 민병두 의원 SNS. 출처=캡처

다만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일종의 특별법 형태를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SNS게시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민병두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치에만 집중하자고 말한 것"이라며 "은산분리 강화에 대한 주장은 변화가 없으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한시적으로 완화의 문을 열자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도는 케이뱅크 격일 2교대 근무 논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업계에서는 최근 영업을 준비하는 케이뱅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격일 2교대 업무를 지시했다는 루머가 떠돈 바 있다. 당장 격일 2교대 업무가 시작되면 다수의 퇴사자가 나올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케이뱅크는 "말도 안되는 루머"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콜센터 365일 24시간 체제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케이뱅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근무시 정당한 수당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