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마트가 빠르게 ICT DNA를 체화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이 `오프라인 거대 플레이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자, '상거래' 자체에 집중하는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제트닷컴 인수를 통해 '타도 아마존'의 기치를 내건 월마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웃도어용품 쇼핑몰인 무스조를 5100만달러에 인수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의 씨넷은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의 멘트를 인용, "월마트가 완전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과연 월마트는 공룡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아마존을 잡을 수 있을까?

▲ 출처=월마트

월마트 인사이트...통했다

전자상거래는 '뜨거운 감자'지만, 아직 오프라인 상거래를 압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다. 당장 월마트와 이마트의 매출 추이만 봐도 답이 나온다.

월마트는 2013년 4686억5100만달러, 2016년 4821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아마존은 2013년 744억5200만달러, 2016년 1359억8700만달러에 그쳤다.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월마트의 경우 2016년 146억94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아마존은 21억7100만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상거래를 압도하지는 못해도, 외연을 확장하며 조금씩 공세에 나서는 것은 확실하다.

전자상거래와 달리,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오프라인 상거래의 경우 동일한 강도의 타격을 받아도 상대적으로 더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성격이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아마존이 2017년 2월 현재 약 4032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월마트는 2131억달러에 그친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그 결과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Macy's)는 지난해 1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몰 매장을 포기하고 온라인에 집중하기로 했고,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여성복 제조업체 리미티드(Limited)가 250개 점포를 모두 닫는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드럭스토어 브랜드 라이트에이드(Rite Aid)와 CVS도 각각 800개, 70개 점포를 올해 폐쇄한다.

이 시점에 월마트는 빠르게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지난해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가 배송 속도 향상과 온라인 판매 증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배경이다.

업계내에서 월마트가 지난해 제트닷컴를 인수한 것을 놓고,  '신의 한 수'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로 명성을 떨치는 마크 로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트닷컴의 강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아마존 충성고객의 핵심이던 아마존프라임같은, 멤버십에 의존하지 않고 이를 마케팅적 측면에서 소모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일종의 변형된 오픈마켓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에 장터를 깔아 판매자 중심의 채널을 구축하는 오픈채널이 아니라 상품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트닷컴은 철저하게 오픈마켓의 정석을 따라가며 사용자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한편, 가격을 순차적으로 차감해주는 방식으로 상품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완성했다.

직매입 방식과 오픈마켓 방식의 중앙에서 일목요연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성하지 않았지만 오픈마켓의 판매자 중심을 사용자 중심으로 바꿨다는 뜻이다. 엄청난 빅데이터 운용의 단면이며, 이 역시 아마존이나 기타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이질적인 방법론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월마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출처=제트

월마트는 동맹군도 꾸렸다. 지난해 중국 2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징동의 보유지분을 5.9%에서 10.8%로 늘리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아마존을 넘어 중국의 알리바바까지 잠재적 경쟁자로 설정한 미래 방법론이다.

월마트는 지난 2015년 이하오디엔을 100% 자회사로 만들고 중국 시장을 노렸지만 틈새를 찾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하오디엔을 징동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양사(월마트-징동)의 협력 구도를 구축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징동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대목은 동맹전선을 만들기 위한 월마트의 큰 그림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ICT 방식을 체화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월마트는, 결국 지난해 4분기 기준 북미시장 전자상거래 '매출 성장세' 측면에서 아마존을 근소하게 앞섰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29% 증가해 22%에 그친 아마존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무료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아마존프라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별도의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35달러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면 '2일 무료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아마존프라임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해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시핑패스를 출시했으나 이를 과감하게 폐기하고 우회 진격로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적 유연성이다.

▲ 아마존 물류센터. 출처=아마존

오프라인 본색, 비전과 한계

월마트는 오프라인에 중심을 둔 유통업체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이 커지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실리콘밸리에 월마트랩스(Walmart Labs)를 설립하고 옴니채널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던 것도 이러한 행보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트닷컴 인수를 통한 확실한 시너지가 일종의 서비스 방법론으로 굳어지고 징동과의 글로벌 유대관계도 확립되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핵심이 될 자격이 생긴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시작됐다'는 정체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 상거래 자체에 집중한 사용자 경험을 가장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프라인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은 태생적으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방법에 스스로를 묶어두지만, 오프라인에서 규모의 경제를 가진 플레이어는 단숨에 실질적인 옴니채널 실험까지 단기간에 끌고갈 수 있다.

업의 본질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O2O 선봉장인 고젝을 본다면, 이 회사는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현지 교통의 혁신까지 더듬고 있으며, 업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외연적 확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태생이 오프라인 '이동 수단'에 집중한 상태에서 차례로 편의 서비스를 늘려간 방식은 O2O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월마트는 업의 본질이라는 측면에 있어 플랫폼 사업에만 집중하는 플레이어들을 압도할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에 우버와 같은 글로벌 온디맨드 업체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의 본질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도, 월마트의 행보에는 불안한 부문이 다수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현실적인 비용 문제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우 플랫폼 역할이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영리한 생태계를 짜는 전략이 중요하다.

아마존의 알렉사, 대시와 같은 다양한 ICT 방법론이 아마존 월드로 이용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당근'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전자상거래 기업은 플랫폼의 역할을 담당하며 생태계의 큰 그림을 그리는 한편, 이에 필요한 오프라인 거점들을 완성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오프라인 업체들은 플랫폼의 성격도 수행하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하면서도 새로운 오프라인 거점을 추가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역함정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거점을 구축하는데 있어 온라인의 방식과 오프라인의 방식은 SCM(공급망관리)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월마트는 가벼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지만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옴니채널을 `규모의 경제` 수준으로 가동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북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월마트의 순익이 예상보다 낮았던 배경에는, 이러한 출혈경쟁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의 강점이 충분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 물류창고 로봇. 출처=아마존

관건은 '퀀텀점프'

월마트는 '타도 아마존'을 내세우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성과는 어느정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경쟁은 어렵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이미 이들은 이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네트워크, 콘텐츠, 플랫폼 종합 IT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O2O 발전을 결제 모듈 탑재라는 방식으로 연결했던 알리바바. 그리고 A부터 Z까지 모든 물품을 온라인에서 굴렸던 아마존은 그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차근차근 해석하고 큐레이션하는 방향을 고민했다. 이를 통해 현존하는 모든 경쟁력을 수직계열화로 가다듬고 있다. 물류와 유통이 목적이자 수단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이역시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의 개념과 연결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이러한 변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며 "신유통의 시대가 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월마트의 행보를 대입하면, 결국 월마트는 사라질 단어인 전자상거래에만 집중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초연결의 가치로 나아가는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을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다. 아마존GO의 등장과 드론, 로봇의 경쟁 여기에 모두 해당된다.

다만 오프라인 시장이 아직 건재한 상태에서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월마트 입장에서는 중장기적 플랜을 세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최근 CNN이 "아마존과 월마트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평한 이유다. 전체 상거래 시장으로 보면, 아직 도전자와 챔피언의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