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인도, 성장하는 시장

현재 인도는 글로벌 경제침체기 가운데 유일하게 고성장하는 국가로 부상 중이다. 2016년 초 IMF는 인도를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빛나는 'Bright Spot'이라 고 평가했다. 대한무역진흥공사에선 향후 10년간 7%대 고속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에 7.4%의 성장을 기록한 이래, 2016년 1분기 7.9%, 2분기 7.1%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라고 불리는 인도는 이미 경제 규모 면에서 글로벌 강국에 진입한 상태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인도 GDP는 2조910억달러로 세계 7위다. GDP 규모는 2008년에 이미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현재 IMF에서 발표한 2016년 GDP 기준 소비율은 중국이 19조3920억달러, 미국 17조9470억달러, 인도 7조965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1조8490달러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는 성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다”라며 “2030년 이후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정치에는 간디가 있고 경제에는 타타가 있다

고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인도. 그 안에 인도 경제를 주도하는 타타그룹(Tata Group)이 있다. '정치에는 간디가 있고 경제에는 타타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타그룹은 인도의 보물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으로 유명한 타타는 1868년에 잠셋지 타타(Jamsetji Tata)가 세웠다.

149년의 깊은 전통을 가진 타타그룹은 신뢰를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약속은 약속"이란 명언을 남긴 라탄 타타(Ratan tata) 전 회장이 '타타 나노' 자동차를 300만원에 출시한 일화는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야기다. 회사가 직원을 존중하다 보니 타타그룹 직원들은 어느 기업보다 충성심과 애사심이 강하며, 이는 곧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신뢰 경영을 추구한 타타그룹은 2015~2016년(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1017억 달러, 그중 해외 매출만 697억 달러에 달하며 자산 규모는 1206억달러, 직원 수는 66만명에 이른다. 정보기술, 엔지니어링, 서비스, 에너지, 소비재 등 7가지 주력 산업을 비롯하여 계열사만 100개가 넘는다. 이중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이하 TCS)는 인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타타의 자랑이다. 현재 TCS는 670억달러 규모로 그룹 전체 시장가치총액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타그룹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TCS는 얼마 전까지 찬드라세카라(Chandrasekara) CEO가 이끌었다. 그는 1987년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에 CEO 자리에 앉은 이후 IT 아웃소싱 및 서비스업이 난항에 빠졌지만 이를 무난히 극복하고 회사를 급속 성장시켰다. 찬드라의 지휘 아래 TCS는 최근 8년 동안 매출이 연 60억달러에서 160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순수익은 1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커졌다. 결국, 아시아 최대 소프트웨어 수출업체라는 간판을 얻어냈다.

▲ 2017년 2월 16일자 타타 계열사 시가총액 <출처=타타그룹 홈페이지>

인터사원에서 대기업 총수까지

TCS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1월 12일(현지시간) 타타그룹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해임된 사이러스 미스트리 전 회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회장직 선임 투표는 만장일치로 찬드라를 택했다. 그룹이 찬드라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임 회장 미스트리(Mistry)가 기존 타타그룹의 사업과는 동떨어진 건설업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찬드라세카라 회장의 경력은 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격이다. 디지털 사업 분야에 확실한 전문성이 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타타그룹 내에서 경력을 쌓아오면서 경영 철학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타타선스 측은 "찬드라세카라는 모범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우리는 그가 타타그룹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 믿는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타타그룹 기대속에 찬드라세카라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그룹 지주회사인 타타선즈(Tata Sons)에 회장직으로 앉았다. 1963년생인 그는 올해 54세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매출 규모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굴지의 인도 그룹 총수로 등극했다.

그러나 두터운 신뢰만큼 찬드라가 회장 자리에 앉으면서 짊어진 책무는 무겁다. 현재 TCS와 타타모터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계열사는 이익 규모가 작은 편이다. 사업 규모는 커도 재정난에 처한 업체가 많다. 회사 업종도 다양할 뿐 아니라 분산관리 되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해외사업이 수익의 26%를 차지하는 인디언호텔이다. 여기에 유럽 철강회사인 코러스 그룹과 고급 자동차 브랜드 랜드로버-재규어, 테틀리 등을 인수합병(M&A)하며 급격하게 몸집을 키워놓은 상태다. 반면 대표 자회사였던 타타스틸은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매각을 시도해왔다.

미스트리 전 회장이 타타그룹에 속한 다섯 개 기업(인디언 호텔, 재규어 랜드로버를 포함한 타타 모토의 승용차 사업, 타타 스틸 유럽 사업과 전력과 통신 부분)을 "부실 유산의 정점"이라며 해임 전 그룹 이사들에게 메일을 보낸 일화는 회사가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미스트리는 취임과 함께 부실 사업을 이어받게 됐으며 당시 1조1800억 루피(약 20조원)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찬드라의 회장직 취임에 위르겐 마이어(Juergen Maier) 타타모터스 및 TCS 펀드매니저는 “TCS에서 찬드라 회장 실적을 살펴보면 그룹을 성장시키고 또 성장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디언 호텔과 타타스틸 같은 경우 해외기업 인수가 문제 영역이었던 반면 현지 기업은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며 “회사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찬드라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에 보도된 마이어의 견해에 따르면 재정비해야 하는 기업은 다섯 개 기업으로 인디언 호텔(Indian Hotels), 타타모터스(Tata Motors), 타타텔레서비스(Tata Teleservices), 타타스틸(Tata Steel) 그리고 TCS의 CEO 자리다. '부실 기업'이라며 미스트리 전 회장이 말했던 다섯 개 기업은 타타그룹이 성장하기위해 찬드라 회장이 우선으로 풀어내야할 과제다.

① Indian Hotels

타타그룹이 보유한 인디언호텔은 인도 최대 호텔 체인이다. 뭄바이 명소인 타지마할호텔을 비롯한 많은 체인을 국내·외 보유하고 있다. 2005년부터 호주 시드니의 W시드니호텔, 미국 보스턴의 리츠칼튼, 샌프란시스코의 캠튼플레이스 등 대형 인수를 진행.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 사업에서 들어오도록 운영 정책을 변환하고 있다. 현재 인디언호텔 해외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26%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인수한 뉴욕 소재 피에르 호텔이다. 계속되는 운영 및 재정난으로 미국 보스턴 벨몬트(Belmont) 부동산 지분의 6%를 가진 뉴욕 21클럽과 베니스시프리아니호텔(Hotel Cipriani) 등을 매각. 피에르 호텔 운영 적자로 인한 부채를 탕감하고 있다.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2월 3일 보스턴 부동산 매각으로 10억3000만루피(17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불안한 회사 운영을 지속해온 인디언호텔은 벌써 4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인디아호텔은 재정을 안정권에 올려놓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모색 중이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② Tata Motors

국내에 타타대우자동차로 익숙한 타타모터스는 2008년 포드가 인수한 재규어-랜드로버를 24억달러(2조7381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후 타타 고유의 ‘신뢰정책’으로 인해 2008년과 2015년 사이 매출액이 7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재규어-랜드로버 중간이윤이 줄어들고 비용이 급증했다. 수익은 97% 급락했다. 국외로는 미국 국경세 도입과 영국의 브렉시트에 따른 후유증과도 경합해야 하며, 국내에서는 마루티 스즈키 인도(Maruti Suzuki India), 현대 모터스와 경쟁한다.

여기에 스즈키는 도요타와 손을잡고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기위해 박차를 가했으며, 도요타라는 자동차 업계 거물이 신흥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인도(Microsoft India)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생산·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타모터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합작은 3월 7일 제87회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③ Tata Teleservices

타타텔레서비스는 아주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고있다. 지난해 6월 도코모는 타타선즈에 대해 계약의무 위반을 명목으로 11억7000만달러(1조3355억원)의 배상금을 청구. 런던 국제 중재 재판소에 조정신청을 했다. 여기에 인도의 법률에 따라 델리 고등법원에 청구받은 배상금을 공탁해둔 상태다.

인도 내에서 경쟁도 만만치 않다. 최근 11개 통신사 통합에 고군분투하며 치열해진 휴대 전화 가격전쟁 속에서 타타 고객이 떠나고 있다. 게다가 인도의 최고 부호가 관리하는 릴라이언스 지오 정보통신(Reliance Jio Infocomm) 9월 무료 전화 및 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열기를 고조시켰다.

타타그룹 2016년 4분기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타타텔레서비스는 약 3000억루피(5조1120억) 부채가 있다. 만약 중재 신청한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11억7000만달러(1조3355억원)라는 벌금이 부채에 얹히게 된다.

현재 인도 통신업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Reliance Communications)과 인수 협상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올해 4분기가 돼서야 나올 예정이다.

④ Tata Steel

2007년 타타스틸은 코러스 그룹(Corus Group)을 120억달러(13조6908억원)에 인수. 인도에서 가장 비싼 해외인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유럽 수요가 침체하고 저렴한 중국수입품이 홍수처럼 밀려와 재정 및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타타스틸은 경영난과 함께 온 부채를 탕감할 상황에 놓였다. 타타그룹 경영진은 지난해 7월 자사의 영국 특수강사업을 1억파운드(1426억원)에 리버티하우스그룹(Liberty House Group)에 판매하기로 발표. 타타스틸 경영환경 개선을 꾀했다.

현재는 수년간의 손실로 매각이나 영국회사로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며 티센크루프(Thyssenkrupp AG) 및 다른 업체와 손잡고 유럽연합을 아우르는 합작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도 오디샤(Odisha)주에 있는 칼링가나가르(Kalinganagar) 타타스틸 철강단지에서 발군의 실력을 봄내고있다. 이코노믹 타임즈가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칼링 철강단지는 고온 금속 생산량이 연간 200만톤을 능가했다. 2016년 목표 실적 대비 322.16% 초과 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타타스틸은 칼링가나가르 제철소를 연간 600만톤 규모로 키울 계획을 진행 중이다.

⑤ Tata Consultancy Services

찬드라 회장은 TCS를 아시아 최대 소프트웨어 수출 기업으로 만들었다. 기업 총수 투자자들은 찬드라가 맡았던 TCS의 CEO 자리가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낸 만큼, 그와 비견되는 인물을 모색 중이다. 이 일은 타타 그룹 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재조합에 성공할 것인가

위르겐 마이어 펀드매니저가 내세운 타타의 5가지 문제를 두고 아제이 스리바스타바(Ajay Srivastava) 디멘션 컨설팅(Dimensions Consulting) 뉴델리 상무이사는 “신성장 프로젝트를 식별하여 성장시킬 자원을 찾더라도 찬드라는 타타 스틸 유럽, 타타 모터스, 인디언 호텔과 같은 '병든 사업'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그녀는 “이전의 그룹통합전략으로 확장 기회를 놓쳤다.”며 실적이 저조한 사업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함과 동시에, 성장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인도에서 성장 중인 세 가지 주요 영역인 금융 서비스, 통신 및 방위 산업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찬드라는 회장 취임 직후 성명서를 통해 "3가지 전략적 우선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자회사 운영성과 창출에도 매진해야한다”며 “자본 배분 정책을 정비하여 엄격히 준수하도록 할것이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그룹 계열사 임원진에게 개별적으로 업무보고를 았으며 전반적인 사업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내부 기반을 다질 준비를 하고있는 상태다. 전문가는 미스트리 전 회장이 벌여놓은 판을 재조합하기 위하여 그룹 내 구조조정과 신규 사업 확장을 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을 모색할 것이라 말한다.

전임자인 미스트리 회장은 경영성과 부진으로 라탄 타타 명예회장의 신임을 잃었다. 찬드라세카라 신임 회장 어깨는 더욱 무겁다. 그가 타타그룹의 '신뢰경영'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기업에 투영시킬지, 어떻게 경영수완을 이끌어내어 그룹 내 수십 가지 사업을 키워놓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세계와 인도, 그리고 타타 그룹에 기대를 보내고 있는 인도 국민이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