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일에 있어 사람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모든 일이 잘된다. 많은 게 디지털화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도 이 말은 근사하게 통용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인다. 전통산업과 첨단기술 융합을 통해 전에 없던 산업 지형이 형성됐고, 걸출한 인재 기용은 급변하는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포석이 된다.

‘굴뚝 산업’을 상징했던 GE는 디지털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디지털 사업부’를 신설, 전문 인력을 6000명이나 선발했다. 특히 채용 방식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는데, 소프트웨어 전문가 채용을 전담하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전문부서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화)을 추구하기 위한 인사 전략인 셈이다.

조직이론 전문가 마이클 터쉬만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선제적으로 움직인 기업의 성공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며 흐름을 탈 기회를 노리는 이른바 ‘두고 보자(Wait and See)’ 전술을 택한 기업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혁신적인 채용 방식을 통해 인재를 얻고자 하는 사례는 또 있다. P&G와 구글은 각각 인력 채용 전 인턴십 제도를 활용해 마케터와 엔지니어 개발자의 교류를 통한 인력 확보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거대한 체재 아래 상대적으로 채용 문화에 대한 운신의 폭이 적었던 대기업들은 과감한 방식으로 채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빠르고 탄력적으로 변화에 적응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독창적인 방식으로 채용문화를 혁신 중이다. 최근 여기어때가 추진한 ‘면접리얼리뷰’가 대표적이다. 여기어때는 인재가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방문하는 ‘찾아가는 면접’을 선보인 바 있다. 지원자 상황에 맞게 시간과 장소가 결정된다. 그래서 지원자의 평소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면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에 오면 희한하게 주눅 드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터. 지원자가 회사를 찾아가 면접을 치르는 전통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면접리얼리뷰’도 이목을 끈다. 채용 프로세스에 리뷰 과정을 더해, 면접자가 지원자에게 면접 후기를 보내주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피드백을 받게 된다. 면접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게 되며, 이를 통해 개선점을 확보한다. 틀린 문제를 다시 안 틀리는 것이 점수를 향상시키는 모범생의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올바른 리뷰가 건강한 소통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가치가 있다면, 바로 인사가 만사라는 것이다. 천하를 통일한 유비도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의 마음을 얻은 것처럼, 뛰어난 사람을 얻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