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을 앞세운 기아자동차와 스파크를 내세운 한국지엠의 ‘경차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올해 초 기아차가 풀체인지된 신형 모닝을 출시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양사 모두 ‘왕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상황. 이들은 각각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차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아차는 ‘실용성’을, 안정적인 기본기를 검증 받은 한국지엠은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고 속에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달리는 모닝 vs 대화하는 스파크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신형 모닝을 출시하면서 세 가지 종류의 TV 광고를 선보였다. 각각 드라이브, 여행, 이사를 주제로 삼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닝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모델로 배우 심은경·박정민·진경 등을 택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광고는 심은경씨가 이사를 떠나면서 시작된다. 주행 장면을 노출하면서 동시에 옵션 사양인 조향 연동 후방 가이드라인(후방카메라)의 편리함을 소개한다. 작은 차지만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다는 점도 재치있게 표현한다. 2열 시트를 폴딩해 1010ℓ의 적재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모습이다.
이어지는 편에서는 모닝의 달리기 성능을 묘사한다. 주행 중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이나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활용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세 가족이 편안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승차감을 지녔다는 점도 전달하고 있다. 연비가 좋다는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지엠의 전략은 같은 듯 다르다. TV 전파를 타는 내내 모닝의 장점을 빠짐없이 열거한 기아차와 달리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쉐보레 스파크 광고에는 배우 고아성씨가 등장한다. 차에 오르자마자 “시리야 음악”이라고 말하며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사용한다. 이후에는 운전자가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운전을 하는 장면이 대부분 시간을 차지한다. 운전자와 자동차의 교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아성씨가 엄마와 함께 등장하는 다른 내용의 광고도 맥락은 비슷하다. 차의 기능에 대한 설명보다는 엄마와 딸의 여행, 포근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활용해 문자를 읽는 장면 정도가 포함됐을 뿐이다. 이마저도 옆자리에 앉은 엄마가 ‘고맙다’고 보낸 메시지다.
공통분모는 ‘안전성’
기아차와 한국지엠은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지고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그럼에도 공통분모는 있다. 바로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차는 광고를 통해 모닝에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 등이 적용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과격하게 차를 몰던 배우 심은경씨는 “든든하구만”이라는 대사를 남긴다. 자막을 통해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44.3%(동급최대)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지엠의 광고도 비슷하다. 주행 중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과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이 울리는 장면이 방송된다.
실제 기아차는 모닝을 대표하는 슬로건을 ‘통뼈 경차’로 정했다. 튼튼한 차체 강성을 통해 안전성을 갖췄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지엠은 영업 일선에서 스파크의 ‘초고장력+고장력 강판 비율’이 72%로 모닝(68%)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차전쟁’의 필승카드를 안전성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높은 것(모닝)과 ‘초고장력+고장력’ 강판 비율이 높은 것(스파크) 중 어떤 것 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정 강판이 얼마나 사용됐느냐 보다는 어떻게 적용됐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에 대한 정보를 대외비로 취급하고 있다.
한편 모닝과 스파크의 ‘경차 전쟁’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스파크의 완전변경모델이 출시되며 2008년 이후 독주를 이어오던 모닝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스파크는 7만8035대, 기아차 모닝은 7만5133대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