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때는 천천히 찔끔, 올릴 때는 LTE`. 차량용 휘발유와 경유 등 주유소 기름값을 두고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다. 실상은 어떨까.

주유소와 정유사가 국제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큰 차익을 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주유소 가격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류세'라고 불리는 ‘세금’이다.

◇유가보다 세금이 더 큰 영향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나 경유는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후 공급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유가 등락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 정유사는 국제유가가 아닌 역내 최대 트레이딩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매일 반영해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를 결정한다. 그러나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만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세금 때문이다. 주유소 제품 1리터(ℓ) 가격에는 정유사가 수입해 정제한 제품가 외에도 유류세라고 불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통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와 관세 및 수입부과금, 부가가치세, 유통비용, 마진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인 제품들의 소비자가가 ‘공장원가+유통마진+세금’으로 구성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차량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항목>

출처=오피넷 (단위: 원)

<주유소 제품 소비자 가격 구성>

2017년 2월 3주차 제품 판매가격 구성. 출처=오피넷

2017년 2월 3주차 휘발유 판매가격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류세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이처럼 세금이 정유사 가격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변동 사항을 100%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동네 주유소 기름값도 그만큼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해 휘발유의 경우 세금과 유통비용만 해도 1000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현재 5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급락해도 국내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000원이 넘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은 유가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 

◇환율, 유통구조의 영향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원/달러 환율의 등락이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제품가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환율 상승폭이 그보다 더 클 경우 주유소 가격은 오히려 오를수도 있다.

국제유가가 바로 동네 주유소에 반영되기에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국내 유통구조다. 정유사들의 가격 결정에 있어 기반이 되었던 것이 싱가폴 국제제품가였다면,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최종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한다.

각 주유소들은 매일 정유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저장탱크에 보통 월 2~3회 제품을 구매해 판매한다. 따라서 당연히 ‘쌀 때 사고, 비쌀 때는 파는’ 전략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여기에 인근 주유소와의 마케팅 경쟁, 주유소별 임대료 차이 등이 반영돼, 주유소마다 제품의 가격이 다른 것이다. 외곽지역보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주유소 가격이 훨씬 비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