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미용, 금융권서비스…
소비자 입맛대로 골라라


상품을 신용카드로 미리 금액을 할인받아 구입하고 일정 기간 신용카드를 쓰면서 빌린 돈을 포인트로 갚는다. 이른바 ‘선포인트 제도’는 소비자를 일정 기간 구속하는 신개념의 서비스였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변하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하면 자사에 묶어둘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카드사의 고민이 묻어나는 상품이었다.

금융상품은 차별화가 어려워 특화되기가 힘든 국내 여건상 ‘선포인트’ 카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은 신규고객 유치보다는 기존고객들에게 다른 카드를 유치하는 리텐션 전략을 쓰고 있다.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기보다는 이미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된 기존고객들을 대상으로 신규서비스를 출시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불황에 가족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은 신용카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카드사들이지만 최근 들어 국내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가족생활권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황엔 생활비 돌려주는 가족형 카드
‘현대카드H’는 실속만점 가족생활형 카드다. 학원, 통신, 병원, 약국 등의 실용적인 할인혜택과 다양한 무이자 할부 및 현금 캐시백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의 사용실적 합산제도. 다양한 혜택 부여의 기준이 되는 전월 실적에 본인과 가족카드는 물론 자녀 등 가족명의의 체크카드 및 선불카드 사용실적까지 포함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서비스 이용한도가 카드별로 제공돼 가족카드 발급 시 2배의 혜택이 부여되는 것도 강점이다.

삼성카드 ‘생활비재테크서비스’는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매달 카드 이용금액의 0.5%를 캐시백으로 돌려받는다. 보너스 포인트를 비롯한 신용카드의 혜택을 그대로 만끽하면서 생활비 절약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롯데DC카드’는 연일 치솟는 물가로 가계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주로 이용하는 5개 업종에서 할인해 주는 생활비 할인형 카드다. 식음료, 이동통신, 대중교통, 주유소, 인터넷쇼핑몰 등 필수생활비로 지출되는 5개 대표업종에서 사용한 금액을 전월 사용실적에 따라 매월 최고 10%, 6000원까지 할인해 준다.

우리V카드 ‘Life Care 서비스’는 전국 모든 음식점, 주요 대형마트, 병·의원, 온라인학원 이용 시 5% 할인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휴대폰 요금 자동이체 시 3% 할인, 백화점, 대형마트, 병의원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4050카드’는 카드 한 장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학원, 약국, 가족보험 등 가정 서비스와 와인, 골프, 여행 등 프리미엄 서비스에 쇼핑, 외식, 영화, 놀이공원 등 생활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최근 카드 서비스의 또 다른 특징은 특화전략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많이 찾는 서비스를 각각의 카드로 분산하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 중시한다면 은행계 카드사 공략
‘현대카드R10’은 백화점과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사용금액의 최고 10%를 적립해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쇼핑 특화 카드다. 제휴 가맹점에서 5만원 이상 결제 시 결제금액의 5%, 10만원 이상 결제 시 결제금액의 10%를 월 최고 5만원까지 적립해 준다.

‘우리V포인트카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인터넷 종합몰과 편의점, 홈쇼핑 등 5대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월 최고 5만포인트 이상 적립할 수 있으며, 적립된 포인트는 우리은행 900여개 영업점과 철도승차권 예매, 하이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골드미스를 겨냥해 여성 전용 플래티늄 상품인 ‘로즈플래티늄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여성들의 미용, 건강, 쇼핑 등 웰빙을 위한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회원은 매년 피부·체형관리(8만원 상당), 유기농 푸드 및 건강식품 무료이용권 등 여러 옵션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7대 백화점 및 이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할인점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와 롯데, 동화 등 주요 면세점 최고 15%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금융권서비스를 중시한다면 은행권 카드를 공략하는 것도 좋다. ‘신한LOVE카드’는 실생활에서 다양한 할인혜택 제공은 물론 신한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등과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계좌나 굿모닝신한증권 CMA 계좌를 결제 계좌로 사용할 때 신용판매 이용금액의 0.5%를 ‘LOVE카드 포인트’로 적립해 주고, 대출·펀드 등 신한은행 금융상품 이용실적에 따라 신용 판매금액의 0.1~0.5%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 준다.

또한 굿모닝신한증권의 선취형 거치식펀드 판매 수수료의 10%를, 신한생명의 TM특판 정기보험의 초회 납입보험료의 10~30%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적립된 ‘LOVE카드 포인트’는 통합 할인 한도를 상향하거나 익년도 연회비를 차감할 수 있다.

KB스타카드는 금융혜택과 주유 할인, 영화 할인, 엔터테인먼트 할인, 항공마일리지 적립, 무이자 할부 등 5가지 서비스를 고객이 스스로 디자인하고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카드 상품이다.

최고 50만원까지 예금의 연 1%p 우대보너스를 선지급하고 적금의 연 1%p, 신용대출·부동산 담보대출 연 0.1~0.2%p 금리를 우대한다.

‘현대카드F’는 긴급한 자금 수요가 많고 저렴한 이자율을 원하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금융서비스 특화 카드이다.

현금서비스 이용 시 11.9%의 단일금리가 적용되며, 전월 일시불·할부 50만원 이용 시에는 제1금융권 신용대출 금리와 동일한 수준인 7.9%가 적용된다. 또한 일시불·할부 이용금액의 0.5%를 다음 달에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캐시백서비스도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를 선택할 때는 금융상품 이용 등 재테크를 고려한다면 은행계 카드사가, 대출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전업계 카드사가 혜택이 많다”고 조언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서비스, 연회비 100만원으로 제공
파레토의 법칙은 카드서비스에도 적용된다. 각 카드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초우량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VVIP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100만원, 월 한도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The Black’ 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가 높은 만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여행이 잦은 우량고객을 위해 항공권 좌석등급 업그레이드와 항공권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이브카셀 루이비통 최고경영자와 회원 간의 조찬모임, ‘루이비통과 함께하는 파티’ 등의 명품서비스도 제공했다. 전 국가대표 감독인 딕 아드보카드와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 등도 블랙카드의 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카드와 비씨카드는 전체 회원의 0.1%에 속하는 초우량 고객을 위한 연회비 100만원의 최상위 프리미엄급 카드 ‘인피니트’를 내놓고 있다.

가입 기념으로 70만원 상당의 몽블랑 만년필 등을 증정함은 물론 1년에 한 번 아시아지역 무료 왕복 항공권과 현지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한다. 또 해외 항공권, 패키지 여행상품 10% 할인, 해외여행 비서 지원서비스, 긴급의료 지원 등도 받을 수 있다.

골프 마니아를 위해 국내 정규홀 그린피 6만원 연 6회 지원서비스, 주중 그린피 면제 및 특급호텔 1박 무료서비스, 해외 최고급 골프 코스 무료서비스, 골프 홀인원 축하금 100만원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민카드는 상위 0.1%의 최상위 고객을 위해 기존에 제공했던 고품격 서비스에 차별화된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더한 KBTEZE(테제)카드를 내놨다. 테제카드의 연회비는 100만원, 이용한도는 월 최고 1억원까지 제공된다.

테제카드 고객은 국민은행 PB센터인 ‘Gold&Wise’에서 종합자산관리 상담서비스와 개인 영업점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 거래 때 각종 수수료 면제와 감면, 담보대출 우대 금리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또한 항공·여행·골프·문화공연 관련 쿠폰 서비스 등 VVIP 고객이 선호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이 제공된다.

비싼 연회비가 부담된다면 우리카드와 비씨카드가 출시한 연회비 30만원의 ‘다이아몬드카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동남아 5개국 12개 도시 동반자 무료 항공권 서비스와 해외 호텔 무료 숙박서비스, 특급호텔 무료 숙박권, 국제항공권 특별서비스(8% 할인) 등 다채로운 서비스가 제공된다.

연회비 20만원인 신한카드의 ‘더 베스트’는 JW메리어트, 그랜드힐튼, 파라다이스 부산, 제주신라 등 국내외 특급호텔에서의 연 1회, 최대 3박까지 무료 숙박이 가능하고, 연 4회 무료 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보우 단국대학교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최근 고객들은 카드를 브랜드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쟁력과 카드의 이미지를 연결시키며 명품화를 추구한다”면서 “카드 자체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한다면 그 카드의 마케팅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3개 이상의 카드를 발급한 소비자의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많은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서 “자신의 생활패턴과 향후 계획을 고려한 후 가장 혜택이 많은 카드를 중점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