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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엄청난 숙제를 받아들다…'사람 그리고 기획력'캐리 언니 교체..."단순한 일 아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2.21  10:54:21

MCN(Multi Channel Network)이 부상하며 다양한 미디어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속도다. 유튜브에서 탄생해 빛의 속도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진출까지 단기간에 이뤄내며 명실상부 눈부신 진화의 나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 그 어떤 산업도 이렇게 짧은시간에 복잡다변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1인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촉발된 최초의 불꽃은 MCN이라는 집합체의 등장,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거쳐 수익성에 대한 확장적 고민의 산물인 MPN(Multi Platform Network)으로의 진격으로 나아갔다.

국내를 기준으로 보면 불과 2년에서 3년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아프리카TV를 통해 우리는 BJ라는 이름의 1인 크리에이터를 알고 있었으나, 다분히 마이너적 관점에서 움직이던 국내 1인 크리에이터 사업은 VOD와 실시간 방송의 가능성을 동시에 타진하는 외부적 요인, 즉 유튜브의 흐름을 타고 최근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 유튜브 키즈채널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초대 캐리 언니(강혜진)가 떠났다. 캐통령으로 군림하던 원조 캐리 언니의 변화는 MCN 사업 전반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1인 크리에이터의 퇴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사실 이번 이슈는 크리에이터 기반의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 어디인가"라는 질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출처=유튜브

빛의 속도로 진화하다

외국에서 MCN의 역사는 국내보다 길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메이커스튜디오는 2006년 유튜브를 통해 시작된 MCN이며, 2012년에는 배우 출신의 브라이언 로빈스가 어썸니스TV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은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나름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의 역사다. 2013년부터 서서히 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외국의 1세대 MCN들이 속속 레거시 미디어에 인수되던 시기와 겹친다. 디즈니는 약 1조원에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했고 드림웍스가 3300만달러로 어썸니스TV를 품에 안아버리던 시절, 국내 MCN 사업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외국의 사례로 MCN의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학습할 수 없었다'는 뜻도 된다. 시작부터 '실시간'을 지향했던 아프리카TV를 통해 탄탄한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에서 `유튜브 발(發)` 혁명의 대외적 충격을 체화한 부분은 국내 MCN 업계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갈 것'이라는 일종의 암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까지도 국내 MCN 사업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 2015년 7월 벌어진 모 지상파 방송의 CJ E&M 비판이 이러한 인지도 부재에서 등장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지상파 방송이 보도를 통해 CJ E&M의 실험적인 1인 크리에이터 실험을 두고 파워블로거에서 파생된 '파워블로거지 스타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MCN과 1인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몰랐던 해프닝이지만, 당시 사건은 레거시 미디어가 MCN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쉽게 말해 '몰랐다'는 평가다.

이런 변곡점을 거치며 MCN은 2015년과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부상하기 시작한다.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메이크어스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트레저헌터 등 의미있는 MCN 실험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의 원조인 아프리카TV와 자몽, 이 외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속속 감지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물론 이들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각광을 받았다는 뜻이다.

플레이어들이 부상하면서, 콘텐츠와 플랫폼적 속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시간, 혹은 VOD 방식 중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의 지속성을 둘러싼 방향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나아가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기존 크리에이터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에 진입했을 경우 경쟁력이 있는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MCN의 서포트는 무엇이 있는가. 초기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 했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쟁도 시작됐다. "클릭을 유도해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 한쪽에서는 수익성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초창기 시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고, 반대편에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반론이 일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쟁은 중국의 왕홍 마케팅에 대한 역직구 스타일의 방법론, 이커머스와의 연계, 비디어커머스의 활용도에 대한 고찰을 넘어 1인 크리에이터 자체의 역량과 스펙트럼의 '무게감'에 대한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파열음도 있었다. 대도서관으로 대표되는 핵심 1인 크리에이터가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로 망명하는 등, 콘텐츠와 플랫폼의 힘 겨루기가 돌발변수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대표되는 규제의 칼날과, 플랫폼이 아닌 미디어로의 변화를 강제당했던 아프리카TV의 전략적 선택도 큰 역할을 했다. 유료 서비스를 고민하던 유튜브는 슈퍼챗 등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판을 짜기도 했다.

의미있는 실험도 이뤄졌다. 1월 1일 다이아 티비가 정식으로 런칭하며 글로벌 콜라보, 나아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과의 협력을 다짐하더니 MPN 방법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1인 크리에이터의 총합인 MCN의 미래를 플랫폼적 다변화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CJ의 다이아TV는 그 핵심 '플랫폼'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며 기꺼이 문호를 개방했다.

카카오TV처럼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포털 동영상 인프라를 펼치며, MCN 방법론의 여지를 흘리는 수단도 등장했다. 카카오TV 이용자는 카카오톡에서 동영상 채널을 플러스친구로 추가하면 간편하게 해당 채널의 라이브 방송과 업데이트된 영상을 카카오톡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라이브가 시작되면 카카오톡 채팅탭의 채팅방 이름 옆에 ‘LIVE’ 뱃지가 표시되고 이용자는 채팅방에서 바로 라이브 방송을 즐길 수 있다. VOD 영상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받거나 플러스 친구 소식을 통해 바로 확인하고 재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TV PD들은 카카오TV와 연결된 ‘비디오 스테이션’을 통해 동영상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다. '비디오 스테이션'은 팟플레이어와도 연결되어 라이브 방송 히스토리를 관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TV가 셀럽을 중심으로 판을 짠다면, 카카오TV는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연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분위기다.

카카오TV에 대도서관, 윰댕, 도티, 잠뜰, 밴쯔, 허팝, 김이브, 디바제시카, 이사배, 조섭, 유준호, 안재억, 소프, 울산큰고래 등 국내 정상급 크리에이터들이 카카오TV PD로 참여하고 박성광, 박영진, 정태호 등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개라방(개그맨들의 라이브 방송국)도 등장한 이유다.

정리하자면 실시간 중심의 아프리카TV 인프라가 유튜브로 태동한 MCN의 불꽃을 수렴해 MPN으로 모이기 시작했으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던 찰나, 대도서관의 망명과 같은 콘텐츠 및 플랫폼의 이해관계 충돌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공격적인 실험과 ICT 기업의 참전도 동영상으로 수렴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ICT 플랫폼 기업들의 스트리밍 실험도 공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핵심이 온전히 동영상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를 보여준 사례다.

이 모든 과정이 2013년, 정확히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다.

   
▲ 출처=카카오TV

캐리 언니 망명

MCN 업계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정체성 문제부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탐색, 규제, 나아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론 등 무엇하나 확실한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하는 국내 MCN 업계의 숙명이자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MCN 업계는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 피인수와 1인 크리에이터의 영역 확장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실시간에 있어서는 국내보다 뒤쳐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의 왕홍 마케팅은 방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특성이 분명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역직구 개념의 현지시장 공략에는 동기가 되어줄 수 있으나, 지금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인사이트는 요원하다는 평가다. 이커머스와의 연계 등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캐리소프트의 원조 캐리 언니 이탈은 MCN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 하나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변화'와 대면하기 때문이다. 원초적으로 해석하면 친숙함과 인기의 비결인 '사람'의 이탈이 MCN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캐리 언니의 교체를 두고 확인되는 구독자들의 반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 구독자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원조 캐리 언니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으며 다른 구독자는 “다시는 캐리 언니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1대 케빈(캐리 언니의 파트너)의 교체 후 원조 캐리 언니까지 교체하다니, 실망했다”는 글도 보인다.

다만 캐리 언니 자체가 캐리소프트 시스템의 철저한 사업모델이며, 주도권은 캐리소프트가 쥐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캐리 언니로 활동한 강혜진 씨는 자신이 캐리 캐릭터를 고안한 것이 아니라, 캐리소프트가 정교하게 구축한 시스템의 일부다. 캐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캐리소프트의 대표 딸 이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캐리 언니는 크리에이터지만 철저한 시스템의 일부로 육성됐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캐리 언니 교체는 특정 1인 크리에이터에 집중하지 않는 MCN의 기획능력에 따라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대도서관은 플랫폼을 떠났지만 캐리 언니는 대중에 친숙한 크리에이터의 이탈이다. 비록 캐리소프트의 특성상 '예상된 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MCN 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던 셈이다.

한편 캐리소프트는 20일 캐리 언니 교체에 대해 “1대 캐리 강씨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오는 4월 말 기점으로 더 이상 ‘캐리앤 토이즈’ 채널의 ‘캐리’ 역할을 진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본인 의사를 존중하여 오디션을 거쳐 2대 캐리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 출처=캐리소프트

강씨는 일반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자신을 ‘캐리’로 발탁하여 성장시켜준 회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평소 꿈인 '방송인'의 길을 걷기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4월 말 퇴사 시점까지 당분간 인수인계 등의 절차를 마친 뒤, 퇴사와 동시에 회사의 이사직에서도 사임한다는 후문이다. 강씨는 이미 KBS, EBS 등의 방송사 및 CJ 다이아TV, 트레저헌터 등의 MCN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5월 이후 모 방송사의 TV 프로그램 MC로 새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소프트는 정교한 글로벌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아시아의 디즈니’를 표방하면서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는 한편, 오는 3월 말 키즈카페 1호점 개설을 계기로 오프라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기획력이다. 콘텐츠 및 플랫폼에 대한 고민과 비즈니스 모델, 크리에이터의 역할, 규제, 사업의 방향성,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등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숙제를 받은 상태에서 MCN 업계는 이제 '사람의 문제'라는 보충수업 숙제도 받아들었다. 즉,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MCN의 기획능력의 발휘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과연 캐리소프트가 대를 이어 뽀미언니를 배출한 지상파 방송사의 기획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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