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출처=농협금융지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금융' 재도약의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부실자산에 발목을 잡혔지만 단호한 경영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사내문화, 디지털 전략 등 농협금융은 안팎으로 격변기를 거치며 단단해졌다.

"농협금융이 달라지고 있다"는 그의 표정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강하게 풍겨져나온다. 계열사 시너지, 핀테크, 해외시장 진출 등 새로운 가능성에 강한 관심을 드러냈다.

"위기를 기회로" 빅배스 단행

농협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5233억원 흑자를 달성한데 김 회장은 고무돼 있었다. 같은해 상반기 2013억원 적자를 기록한 까닭에 지난해말 기준 당기순익은 3210억원으로 줄었지만 말이다. 이는 전년 수익 대비 20.2%(813억원) 감소한 수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털어낸 부실 규모를 감안하면 짧은 기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1분기에 894억원 당기순익에 그쳤다. 또 2분기에는 취약산업에 물린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총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1조6780억원중 상반기에 1조3589억원이 적립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빅배스는 누적손실이나 잠재손실을 특정 회계년도에 몰아 한꺼번에 정리하는 회계 방식. 그는 2015년 4월 취임 이후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시장 구조조정을 경계했다.

김 회장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지난해 위기상황은 문제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정 부문에 대한 거액여신 쏠림 현상은 산업전반의 흐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통찰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술회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중 하나로 리스크 예측능력 제고에 공을 들였다.  김 회장은 "우선 농협금융지주의 산업분석팀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인력 7명을 충원했다.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편중여신 일별 모니터링 시스템 등 여신심사 기능도 강화했다"며 "2년내 부실가능여신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더니 농협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의 실체를 명확히 알게 됐다. 푸시 아웃(push-out) 같은 자산 클린화 작업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덕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농협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거액 부실채권→대손비용 과다→손익부진' 악순환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보험, 증권, 자산운영 등 이른바 농협금융이 갖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의 잠재가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NH농협생명은 변액보험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 주는 상품이다. 투자 실패에 따른 적자는 보험사가 떠안게 된다. NH농협생명은 투자 실패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더불어 NH농협생명·손해보험은 저축성보험만 취급해왔다. 앞으로 보장성보험 등 상품군 다각화로 수익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나아가 저성장·금리 시장상황 극복을 위해 계열사 기업과 자금융 부문간 협업모델인 기업투자금융(CIB, Commercial Investment Bank)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앞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로 은행과 증권의 기업/투자금융 부문간 협업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회사의 모든 투자정보를 금융지주에서 총괄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할 수 있다"며 "CIB협의체를 통해 투자은행(IB)시장동향, 유망거래 정보 등을 상호 교류한다. 은행·증권 RM(Relationship Manager)은 동일 기업고객에 대한 공동영업을 펼친다"고 덧붙였다. 또 "NH투자증권의 IB역량을 활용해 범농협 계열사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파크원 투자. 영등포 타임스퀘어 사무동 인수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에 와서 보니 직원들의 로열티 등 조직문화의 많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관행과 형식주의 같은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일부 남아있었다"며 "(금융)조직은 크기보다 업무방식을 고민해야 된다. 일선직원부터 임원까지 의사소통에 너무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고 전했다.

▲ 출처=농협금융지주 공시자료

그는 "최근 업무보고를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받고 있다. 불필요한 형식을 덜어낸 만큼 특정 사안에 대한 대응속도는 빨라졌다"며 "처음에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했지만 지금은 이 같은 보고방식에 익숙해졌다"고 얘기했다.

"올해 글로벌 진출 성과 가시화"

농협금융은 최근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금융지주는 디지털금융단, 농협은행은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 등을 신설했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조직을 보강한 것. 농협은행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 간편송금 서비스는 최근 이용건수 140만건과 이용금액 1235억원을 돌파했다.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는 "올원뱅크를 더욱 고도화해 150만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자체 스마트 고지·납부 서비스 등 공공핀테크 플랫폼 구축, 간편결제, 생체인증 등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같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역량 강화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금융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모든 금융회사가 출발선에 같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앞서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농협금융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업계 선도권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 금융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에게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베트남, 미얀마 등 농업기반·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신흥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우수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가 농협금융 글로벌 진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성과가 가시화돼 나타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핀테크를 활용해 농축산물과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체계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