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가 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대해 나가는 상황. 지급여력비율(RBC비율) 하락을 막고 국제회계표준(IFRS17) 대비를 위한 자본규제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선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유연한 정책기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올해 자본확충 1조4000억원대로 추산

21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올해 말까지 진행할 자본확충 자금 규모는 1조4094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안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은 RBC비율을 1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생명도 올해 초 3000억원 정도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과 KDB생명도 각각 200억원과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또한 1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흥국생명은 후순위채 800억원을 발행했다. 흥국화재도 92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렸다. 롯데손해보험 또한 지난해 11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각각 800억원과 4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11월 6246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대주주가 중국 안방보험으로 바뀐 알리안츠생명도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자본확충 잰걸음을 걷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1706억2500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최대주주인 KB금융지주였으며, 보통주 650만주가 신주로 발행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400억원·신종자본증권 800억원을 발행했으며 9월에는 농협손보가 1000억원, 흥국화재가 200억원의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했다.

또 메리츠화재(유상증자 700억원), 한화손보(후순위채 1280억원 발행), 더케이손보(유상증자 140억원), MG손해보험(유상증자 718억원), AXA손해보험이(유상증자 326억원) 등도 자본확충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12개 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액(연결기준)은 57조9784억원으로 전년 말(51조306억원) 대비 13.6%(6조9478억원) 증가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업계 1위인 삼성생명‧화재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삼성생명의 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액은 28조997억원으로 같은 기간(23조7217억원) 대비 18.5%(4조3780억원)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같은기간 10조853억원에서 11조97억원으로 9.2%(9244억원) 늘었다.

이밖에 ▲한화생명 8조6428억원→9조2264억원 ▲동부화재 3조9669억원→4조3469억원 ▲현대해상 2조5027억원→2조8482억원 ▲KB손해보험 2조1112억원→2조4475억원 등으로 늘었다.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은 IFRS17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다. 부채를 과거 시점이 아닌 현재시점에서 평가하게 되면서 과거 고금리 시절 팔았던 상품에 대한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IFRS17은 이 차이를 고스란히 부채로 인식한다. 부채가 늘어나면 지급여력비율(RBC비율) 역시 하락할 개연성이 크다. 

▲ 출처=유안타증권

금융당국은 IFRS17 대비를 위한 로드맵 시행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1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변경 예고’를 통해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연동형 계약과 변액보험의 금리위험 산출기준을 강화하는 등 요구자본 산출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로드맵 탄력적 운영 필요”

다만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방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당국의 유연한 정책기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RBC비율 하락 원인과 시사점’ 자료를 통해 보험사 RBC비율 하락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의 가용자본 조달 원천에는 ▲당기순이익 ▲이익잉여금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발행 ▲채권 등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주식 발행 등이 있지만 시장 환경상 자본확충에 제한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채권의 발행 비용이 상승하고, 평가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채권 발행 및 평가이익을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대안으로 삼기 어렵고 증자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저금리 추세를 염두에 둔 로드맵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고, 보험사는 안정적인 수익 관리와 보수적인 이익 유보를 통해 금융당국의 건전성 로드맵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