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포드코리아

쿠가(KUGA). 프랑스어로 표범이라는 뜻이다. 포드가 이스케이프를 대신해 한국 시장에 출격시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당시 유럽포드의 쿠가를 한국에 들여오며 ‘디젤 전략’을 펼쳤다. 포커스-몬데오-쿠가로 이어지는 ‘디젤 삼총사’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형’ 격인 익스플로러가 매년 승승장구를 거듭한 것과 대조된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초 쿠가의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반전 드라마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브랜드는 포드지만, 성능은 유럽 실용주의로 중무장한 차였다.

▲ 출처 = 포드코리아

그릴을 바꾼 인상

포드 뉴 쿠가를 시승했다. 적당한 성형 수술을 통해 얼굴을 단장했다. 전면부 그릴 크기를 크게 키워 다소 단조로워보였던 인상을 강인하게 바꿨다. 파노라마 루프 등을 통해 개방감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4525㎜, 전폭 1840㎜, 전고 1690㎜, 축거 2690㎜다. 현대차 투싼보다 약간 큰 수준인데, 체감상 크기는 비슷하게 느껴진다. 측면 라인이 보다 날렵하게 뻗어 스포티한 이미지를 풍긴다.

▲ 출처 = 포드코리아

이전 모델에서 황당함을 선사했던 사이드 브레이크는 드디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로 교체됐다. 기어레버와 마감 소재 등에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센터페시아 내 8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은 터치로 조작 가능하다. 애플 카플레이, 음성 인식 기능 등도 담겼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생각보다 높은 위치에서 운전이 가능해 SUV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 시안성이 꽤 괜찮은 편인데, 기자의 설정 상태에서는 A필러가 방해하는 측면 시야각도 최소화된 느낌이다.

▲ 출처 = 포드코리아

뒷좌석이 상당히 좁아 보이는데, 막상 앉으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조수석 레그룸 공간 활용이 2% 아쉽다. 글로브 박스가 큰 편도 아니고, 전고도 높은 편인데도 약간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2열 시트는 폴딩이 가능하다. 최대 1653ℓ의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실용적인 표범의 달리기

뉴 쿠가는 2.0ℓ TDCi 디젤 엔진을 품고 있다. 3500rpm에서 180마력, 2000rpm에서 40.8㎏·m의 토크를 발휘한다. 파워시프트 6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되며, 모든 모델에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이 적용된다.

▲ 출처 = 포드코리아

출력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힘이 남아 아쉬웠다. 공차중량이 1850㎏으로 가벼운 편이 아닌데(투싼 2.0 4WD는 최대 1730㎏) 토크감이 꽤나 날카롭게 나타나 이를 상쇄한다. 80㎞/h 가량 속도에서 보여주는 추월 가속 능력도 일품이다. 정차·주행 중 진동·소음도 효율적으로 잡아내 주행 만족감을 더해준다.

기어 레버에 수동 조작장치를 빼고 패들시프트를 장착했다. 스포츠카처럼 rpm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복합연비는 12.4㎞/ℓ를 기록했다. 실주행 시 계기판에는 100㎞를 달리는 데 약 9ℓ의 연료를 소모했다고 표시됐다.

▲ 출처 = 포드코리아

하체를 보다 단단하게 조였는데, 이 점이 꽤나 마음에 든다. 고속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급격한 코너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강한 듯하면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나름대로 물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다. 브레이크가 다소 밀리는 느낌이 나는데, 초반 답력이 약한 게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포드코리아

전체적으로 유럽차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차다. 넘치지 않지만 모자라는 것 없는 실용주의다. 얼굴을 바꾼 표범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이다. 2017 뉴 쿠가는 트렌드·티타늄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3990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