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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주의 워치블랙북] 망가짐의 미학, 까르띠에 크래쉬까르띠에만이 가능한, 시간을 초월한 신기 어린 재해석
   
▲ 크래쉬 스켈레톤 워치. 출처=까르띠에

1960년은 런던이 “스윙 인 런던”이라고 불렸던 시대다. 많은 젊은이들은 새로운 자유를 부르짖었고 역동적으로 세상의 고집스러운 이념들을 파괴했다. 패션, 유행, 음악 등 모든 문화의 흐름이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변해갔다. 그곳에는 비틀즈, 롤링 스톤즈, 엘튼 존의 노래가 있었고, 미니스커트, 히피, 트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까르띠에 크래쉬 워치가 있었다.

 

초월한 시대의 주인, 까르띠에

   
▲ 크래쉬 스켈레톤 9618MC 무브먼트. 출처=까르띠에

모든 손목시계 중 가장 희귀한 디자인의 시계를 꼽으라면 까르띠에의 크래쉬 워치는 단연 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2000년에 들어 새로 나온 MB&F, 해리 윈스턴 같은 다양한 독립 제작자들의 기괴한 시계들 속에서도 까르띠에 크래쉬 워치는 숨길 수 없는 독특함을 풍긴다. 까르띠에 크래쉬 워치는 구겨져 있는 모양에서 특이함을 발산하고, 시계 케이스와 똑같은 모양으로 일그러진 무브먼트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 시계의 시작이 무려 1960년대라는 점이다. 

 

부서진 시계를 잉태하다

1960년대의 까르띠에는 ‘까르띠에 파리’와 ‘까르띠에 런던’, ‘까르띠에 뉴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런던에 있던 까르띠에 사무소의 부매니저는 이동을 하던 중 충돌사고를 당한다. 얼마나 큰 충돌이었는지 차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졌으며 곧이어 큰 화염이 차체를 덮쳤다. 부매니저의 시계 또한 충돌로 인해 부서졌다. 

   
▲ Cartier Bagnoire Alongee 1969. 출처=호딩키

부서진 시계는 긴 타원형 모양의 금통 Cartier Bagnoire Alongee.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금으로 만들어진 시계는 초현실적인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이후 사고 현장에서 시계가 회수됐고, 까르띠에 사의 눈에 비친 그 시계는 더 이상 단순한 시계가 아니었다. ‘새로운 영감’과 희생당한 동료를 기리는 깊은 감정의 ‘공물’은, 사고로 녹고 망가진 Bagnoire Alongee의 모습을 본뜬 시계의 생산을 결정하게 했다. 바로 까르띠에 크래쉬 워치였다.

 

재생, 부활, 재탄생

   
▲ 1967년 초기 까르띠에 크래쉬 제품. 런던이라고 적혀 있으며 로마자가 굵은 것이 특징이다. 출처=jewelsdujour
   
▲ 까르띠에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Tommy Nutter. 출처=핀터레스트

오직 23점만 만들어진 이 시계는 Michael Fish, Tommy Nutter, Mary Quant와 같은 런던 최고의 패셔니스타들의 손목에 오르며 그들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됐다. 이후 1991년 300개 한정으로 출시한 크래쉬 또한 까르띠에 수집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출시 즉시 절판되었으며, 1993년 SIHH에서 선보인 플래티넘 특별판 또한 굉장한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이는 수많은 시계 애호인들로부터 1960~7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불리며 모두가 열망하는 전설이 되었다. 최초의 크래쉬 모델은 대략 1,000달러에 판매되었고, 지금은 10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추측되고 있다.1967년 까르띠에 크래쉬가 까르띠에 런던에 정식으로 소개됐다. 망가진 모양 그대로 일그러져 있는 해괴한 이 시계는 무브먼트까지 같은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사각의 시계에도 동그란 무브먼트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제작 관례임을 생각하면, 일그러진 케이스의 모양대로 무브먼트를 구현해 내는 것은 예술을 넘어선 집념이 함께 했음을 시사한다. “크래쉬(영국 은어로 자동차 사고)”는 그 말처럼 자동차 사고를 당한 듯한 충격을 안겼다.

 

또 다른 이야기

크래쉬의 탄생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는 런던 부띠크에 방문한 손님의 망가진 시계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부터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 또한 할리우드 배우 스튜어트 그레인저의 부탁으로 제작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지금은 부매니저의 사고에 의해 생겨났다는 설이 가장 신뢰를 얻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계가 다양한 도시전설을 만들 만큼 매혹적인 디자인의 시계라는 점이다.

   
▲ 2016 SIHH에서 선보인 크래쉬 스켈레톤 워치. 출처=까르띠에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든 곳. 블루 사파이어의 크라운. 까르띠에는 예나 지금이나 고귀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파격적인 브랜드이기도 한 까르띠에는 원형 시계가 주류였던 시대에 사각 시계를 내놓는 등 언제나 역사 속에 자신들의 시간에 대한 흔적을 남겨놓는다. 까르띠에 크래쉬는 2013년 여성 한정판, 2014년 스켈레톤 모델을 내놓으며 오늘날까지 크래쉬에 담긴 시간 속의 흔적을 전달하고 있다. 전통을 품은 혁신,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분야는 까르띠에를 따라올 자가 없다.

 

<참고문헌>

Cartier-History, “A Crash Course on Cartier's Crash Watch with Clive Kandel “ -jewelsdujour, HHJournal, “The Crash Watch”- ICONICON, “Cartier Crash watch” – Richard Paige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2.20  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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