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오면서 카메라 브랜드들이 속속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컴팩트 카메라부터 DSLR 카메라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신상이 등장했다.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보기 드문 제품군도 모습을 보여 시선을 끈다. 올해 봄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카메라 신제품을 4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

키워드 1_'똑딱이'의 반란

폰카(휴대폰 카메라)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똑딱이’가 다시 몸을 일으킨다. 똑딱이는 렌즈 교환이 불가능한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를 부르는 말이다. 폰카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설자리를 잃었지만 이미지센서를 키우고 다양한 부가기능을 더해 반격하고 있다.

똑딱이가 경쟁력을 잃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작은 이미지센서 탓에 폰카와 다를 바 없는 사진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카메라 업체들은 1인치 센서를 품은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라인업으로 판도를 뒤집으려 한다. 진화한 똑딱이는 폰카를 넘어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위상을 넘보기까지 한다.

▲ 파워샷 G9 X Mark II. 출처=캐논

지난 16일 캐논은 ‘파워샷 G9 X Mark II’를 출시했다. 앞서 언급한 흐름에 부합하는 제품이다. 2010만화소 1인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다. 하이엔드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사이즈는 줄어들었다. 손바닥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크기다. 무게도 182g에 불과하다. 국내 출시된 1인치형 똑딱이 중 가장 작은 수준이다.

다른 스펙을 살펴봐도 똑딱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캐논의 최신 영상처리엔진 ‘디직7’은 물론 이미지센서가 흔들림을 한번 더 인식하는 ‘듀얼 센싱 IS’와 같은 최신기능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똑딱이에 걸맞는 40만원대다.

후지필름 역시도 똑딱이를 뛰어넘는 똑딱이를 선보였다. 지난 15일 출시한 ‘후지필름 X100F’가 그것이다. 2011년 프리미엄 컴팩트 카메라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X100 시리즈의 네번째 모델이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 카메라 'X-프로2'와 동일한 APS-C 사이즈 2430만화소 ‘X-트랜스 CMOS III’ 센서를 채용했다.

▲ 후지필름 X100F. 출처=후지필름

일단 AF(자동초점) 기능이 특출나다. AF 스피드 0.08초, 가동시간 0.5초, 촬영간격 0.2초, 셔터 타임래그 0.01초 등 동급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초점 영역은 91포인트에 달한다. 세밀한 초점설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광학식뷰파인더(OVF)와 전자식뷰파인더(EVF)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똑딱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독특하게도 X100F는 단렌즈를 장착한 똑딱이다. 일반적인 똑딱이는 저사양 줌렌즈를 탑재한다. 후지필름은 X100F에 '후지논 XF23mmF2' 렌즈를 물려 줌을 포기하고 이미지 품질을 택했다. 여기에 디지털텔레컨버터 기능을 넣어 단렌즈 똑딱이의 불편함을 줄였다. 가격은 159만9000원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키워드 2_미러리스, 아래위로의 혁신

카메라 브랜드들은 확실한 먹거리로 자리잡은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할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분에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제품군이다. 업체들은 유저 요구를 촘촘하게 반영해 미러리스 라인업을 다각화해나가고 있다. DSLR 대비 강점을 강화하면서도 DSLR과 똑딱이의 장점마저도 흡수 중이다.

파나소닉은 올해 작지만 다양한 유저친화 기능으로 무장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루믹스 DC-GF9이 그것이다. 파나소닉은 이 제품을 ‘셀프카메라’로 소개했다. 셀프카메라(셀카) 촬영에 특화됐다는 설명이다. 셀카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가득하다. 폰카가 점하고 있는 셀카 시장을 빼앗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 루믹스 DC-GF9. 출처=파나소닉

일단 촬영모드가 다채롭다. 화면터치로 간편히 촬영하는 ‘터치셔터 모드’, 두 사람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촬영되는 ‘버디셔터 모드’, 얼굴을 가렸다가 손을 떼면 자동촬영되는 ‘페이스셔터 모드’ 등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다양하고 세밀한 보정모드를 지원해 셀카를 완성해준다. 바디 가격은 67만9000원이다.

캐논은 하이엔드 미러리스 라인업을 보강했다. EOS M5의 후속작 EOS M6를 지난 16일 공개했는데 오는 4월 출시 예정이다. M6는 전작과 같이 고성능 라인업에 탑재된 최신 기술 ‘듀얼 픽셀 CMOS AF’와 영상처리엔진 ‘디직7’을 장착한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점은 지키면서도 스펙 측면에서는 DSLR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다양한 렌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캐논 미러리스 렌즈군인 EF-M 렌즈는 물론 마운트 어댑터를 사용해 DSLR 전용 L렌즈까지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캐논 렌즈를 보유한 서브카메라를 찾는 전문가로서는 솔깃한 부분이다. 뷰파인더를 내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 EOS M6. 출처=캐논

손숙희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지징 부장은 “올해는 본격적인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의 해가 될 것”이라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져가고 있는 소니와 렌즈교환식 카메라시장 세계 1위 캐논의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후지필름 역시도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미러리스 라인업을 선보였다. 플래그십 미러리스 'X-T2'가 그것이다.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가 “하이엔드 미러리스 시장에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 제품이다. 2430만화소의 'X-트랜스 CMOS III' 센서와 'X-프로세서 프로엔진'으로 고품질 이미지는 물론 4K 동영상 촬영에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플래그십 미러리스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경쟁제품에 밀리지 않는다. 바디는 99만9000원으로 100만원이 넘지 않는다. XC16-50mm 렌즈 키트 109만9000원, XF18-55mm 렌즈 키트 139만9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심지어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인 X100F보다도 저렴하다.

▲ 후지필름 X-T2. 출처=후지필름

키워드 3_튼튼한 허리, DSLR

미러리스나 컴팩트 카메라 시장만큼 활기를 보이진 않지만 DSLR 카메라도 꾸준히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캐논이 DSLR 2종을 선보이면서 시장 리더십을 이끌어나가려는 모습이다. 캐논은 14년 연속 렌즈교환식 카메라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한 브랜드다.

캐논은 EOS 800D와 EOS 77D를 발표해 ‘허리 라인업’을 강화했다. 캐논 관계자는 800D를 두고 “보급기 끝판왕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보급기 시리즈 신작이지만 중급기를 넘보는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77D의 경우 준중급기를 표방한 제품이다.

▲ EOS 77D. 출처=캐논

사실 두 제품은 스펙으로만 보면 동급이다. 2420만 화소의 CMOS 센서와 디직 7을 탑재해 약 0.03초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AF 속도를 구현했다. 강화된 AF 성능으로 스틸 이미지 촬영은 물론 동영상 촬영시에도 피사체를 또렷하게 잡아낸다. 캐논 중급기 대표 모델 EOS 80D와 동일한 올크로스 45 포인트 AF 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넓은 영역에서 피사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한다.

듀얼 픽셀 CMOS AF를 채택해 동영상과 라이브뷰 촬영시에도 움직이는 피사체를 끊김 없이 부드럽게 잡아낸다. EOS 800D와 EOS 77D는 고화질의 동영상을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한다. 보급기 최초로 ‘타임랩스 무비’ 기능 및 ‘HDR 동영상 모드’가 탑재돼 풀 HD 60p의 선명한 고화질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800D와 77D가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다. 77D에는 중급기 이상 모델에만 탑재되는 상단 액정 패널과 서브 전자 다이얼, 그리고 AF-ON 버튼을 탑재해 중급기에 버금가는 조작 편의성을 갖췄다. 액정 패널을 통해 촬영 환경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서브 전자 다이얼로 촬영시 신속한 설정 변경이 가능하다.

▲ EOS 800D. 출처=캐논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은 “지난 30년간 글로벌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을 선도해온 캐논의 EOS 시스템은 카메라 사용자들이 열망하는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사진 대중화에 기여해왔다”며 “이번 신제품에는 캐논의 혁신 기술력이 탑재된 만큼 카메라 사용자 누구나 캐논의 최신 기술을 만끽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키워드 4_1% 위한 초프리미엄

올들어 초프리미엄 신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는 지난달 ‘라이카 M10’을 선보였다. 라이카를 대표하는 M시스템 신작으로 바디 가격만 890만원에 달한다. M10은 4년만에 출시된 M시스템 신작이다. 이전 모델은 ‘M typ240’과 ‘M-P Typ240’이다.

▲ 라이카 M10. 출처=라이카

라이카 관계자는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와 준프로급 아마추어들이 M시스템 주요 타깃”이라며 “M10은 이전 모델보다 더 아날로그 카메라에 가까운 감성을 위해 ISO 다이얼을 카메라 외부에 장착했고, 한층 얇아진 두께는 라이카 필름카메라와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또 “M시스템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비디오 기능을 제외해 사진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 후지필름 GFX 50S. 출처=후지필름

한편 후지필름은 GFX 50S를 공개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 제품이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35mm 풀프레임 이지미센서의 1.7배에 달하는 중형 G포맷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제품이다. 미러리스 구조로 기존 중형카메라와는 달리 바디 무게가 1kg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5140만화소 CMOS 이미지센서로 DSLR로는 얻기 힘든 초고화질 이미지를 찍어낼 수 있다.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지난달 열린 후지키나(FUJIKINA) 2017 행사에서 GFX 50S를 비롯한 신작을 소개하면서 “이제 모든 촬영을 미러리스 카메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디지털 카메라의 주역이 35mm DSLR에서 미러리스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프로유저 영역에서도 DSLR 시대를 끝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후지필름의 야심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