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력이 각광을 받으며 다양한 ICT 기업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공포스러운 존재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을 꼽으라면 많은 기업이 이름을 올릴 수 있으나, "가장 유력한 주역을 뽑는다면?"이라는 질문이라면 단연, 엔비디아의 자리를 남겨두어야 한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팹리스 회사로 활동하며 최근 인공지능의 바람을 타고 절정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모두가 모시고 싶어하는 귀한 몸'이 되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엔비디아는 1세대 인터넷 기업이다. 아직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기 전인 1993년 설립되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윈도 생태계가 세상을 강타하던 시기에 태동했다.

최초 엔비디아는 CPU를 주로 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미 반도체 거인 인텔이 CPU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상태에서 맞대결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GPU라는 틈새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CPU가 말 그대로 두뇌라면 GPU는 CPU라는 두뇌를 더욱 영리하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보조장치로 이해하면 편하다.

사실상 여기서 현재의 비상하는 엔비디아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두 가지 측면이다. 먼저 내적으로는 GPU의 고도화다. GPU는 그래픽 처리를 매끄럽게 도와주는 기술이 필요하며, 여기에서 엔비디아는 이에 필요한 고속병렬연산기술에 전사적으로 매달렸다. '게임 조금 한다'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가 인기있는 이유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모바일 시대가 정점으로 치닫으며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의 화두가 부상했던 것이 중요했다. 막강한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한 상태에서 엔비디아는 고속병렬연산기술을 통해 GPU의 활용도를 단숨에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뉴럴 네트워크를 통한 방법론도 엔비디아의 고속병렬연산기술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어 큰 관심을 모았던 Tesla P100 GPU가 세상을 호령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 

▲ TSUBAME3.0. 출처=엔비디아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20일 도쿄공업대학(Tokyo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개발에 자사의 가속 컴퓨팅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도쿄공업대학에서 개발 중인 신규 시스템, TSUBAME3.0은 기존의 TSUBAME2.5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Tesla P100 GPU가 도쿄대 TSUBAME3.0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TSUBAME3.0은 47페타플롭을 상회하는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제공하며, 특히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전달할 전망이다. TSUBAME2.5와 동시 수행 연산 시에는 64.3페타플롭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 일본 내 고성능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게 된다.

엔비디아가 GPU로 선회하며 현재의 비전을 미리 알았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고속병렬연산기술의 고도화가 대외적인 4차 산업혁명의 솔루션과 만나 상당한 시너지를 이룩한 상태에서, 막강한 연구개발에 따른 '확정적 믿음'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의 미래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