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울 지역 주택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새롭게 부동산신탁회사가 정비사업의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된 이후 여의도 지역 아파트들에서 먼저 관심을 드러냈고 최근에 이 분위기는 강남권까지 옮겨갔다. 특히 이들 지역은 입지가 좋고 재건축 연한이 지난 노후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시장의 기대가 큰 곳들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서울 최초의 12층 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가 가장 먼저 신탁사에 도움을 청했다. 1971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을 이미 넘겼지만 여전히 조합 결성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1월 시범아파트 신탁재건축 정비사업추진위원회는 한국자산신탁에 사업을 맡기기로 했다. 주민동의률은 96%를 넘었다.

24개 동, 1790가구 규모의 시범아파트는 12층의 고층 아파트로 기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이 200~250%에 달했고 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 문제 등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번번이 조합 설립에 실패했다. 신탁방식을 택하면서는 벌써부터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 국내 대형 건설업체가 5월에 있을 시공사 선정에 관심을 보이는 등 사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조합 설립 대신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첫번째 이유는 ‘속도’다. 부동산 신탁사가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재건축 사업시행자가 되면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비용 조달부터 분양 등 사업진행을 맡아한다.  때문에 사업 기간을 1∼3년 단축할 수 있어 기존 방식으로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해진 재건축 단지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013년이후 유예됐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부활할 예정이라 재건축 사업주체인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 1인당 재건축에 따른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이상일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적용된다. 환수제 적용을 피하려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업계에는 시범아파트 주민들도 한국자산신탁이 기일에 맞춰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게 해주겠다는 공약에 높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국자산신탁은 내년 1월 말까지 소유주 동의를 얻어 2월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5월 시공사선정총회를 거쳐 8월 사업시행인가, 11월 관리처분총회를 통해 연내에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하겠다며 주민설득에 나섰다.  

상업지역에 들어서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여의도 수정ㆍ공작ㆍ초원아파트 등도 신탁사업에 눈을 돌렸다. 373가구로 최대 51층까지 지을 수 있는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수정아파트는 최근 진행한 재건축 사업자 선정 입찰에 한국자산신탁이 단독 입찰했고, 오는 25일 신탁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재건축 아파트의 ‘대장주’인 강남 지역 단지들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달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추진위원회는 강남권 최초로 신탁방식 재건축을 채택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한국자산신탁을 우선협상자로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주민 동의를 구하고 있다.

한강변 조망의 대단지 아파트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1978년 준공해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었지만 계속해 사업진행에 난항을 겪어왔다. 2001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이 됐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던 것.

하지만 지난해 말 설립된 신반포2차 신탁방식 정비사업위원회(가칭)는 오는 27일까지 신탁사들에 사업제안서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2차례에 걸쳐 한국자산신탁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총 13층, 12개동 1572가구 규모의 신반포2차단지는 약 2000가구의 아파트로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서초구 방배삼호와 신반포궁전 아파트도 지난해 말 주민을 상대로 한 신탁사 설명회를 진행했다.

부동신탁사 관계자는 “사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신탁사업을 통하면 재건축 사업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전진단도 받지 못한 여의도 아파트들은 내년 환수제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환수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부동산신탁사를 통하면 다른 장점들이 많고 때문에 최근 강남(재건축 아파트)에서도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장점은 신탁사가 직접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재건축 사업의 오랜 숙적인 조합 비리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