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탤런트 이훈씨가 지난 3일 법원에 간이회생을 신청한데 대해 법원이 15일 개시결정을 내렸다. 개시결정은 본격적인 회생절차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이 씨처럼, 연예인들도 빚 때문에 파산 또는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자신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빚 때문이다.

앞서 이 씨는 운영하던 헬쓰클럽사업이 실패하면서 많은 채무를 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2년 헬스클럽 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십억원의 채무를 짊어지게 됐다” 면서 “지난 5년동안 절반이상의 채무를 갚았으며, 현재 연대보증채무와 개인 채무가 일부 남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극심한 독촉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소속사를 통해 신청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씨의 빚은 25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회생절차는 채무가 과다해 갚기 어려울 때 법원의 채무조정을 받아 상환하는 절차다.

서초동 법조단지에 있는 한 법조인은 “회생절차는 채무자를 경제적으로 재건시키는 절차"라며 "이씨가 신청한 간이회생은 채무가 30억원 미만일 경우, 일반 회생절차보다 생략된 절차로 진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신청한 간이회생절차는 일반적인 회생절차보다 절차를 간소화시킨 것. 법원관계자는 “일반적 회생절차가 8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데 비해 간이회생절차는 빠르면 6개월 이내에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의 기간이 짧을수록 채무자의 경제적 재건기간 역시 짧아진다.

법원의 개시결정으로 이씨 채권자들은 더 이상 이씨에게 상환독촉을 할 수 없다. 개시결정은 독촉을 금지하는 효력이 있기 때문. 회생을 신청한 이상 채무자는 법원에 허가없이 채권들에게 채무를 상환해서도 안된다.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법원절차에 구속된다. 이 경우처럼 채권자가 채무자를 독촉하고, 채무자가 개별적으로 상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연예인들 회생, 어떻게 갚나?

회생절차는 곧 채무에 대한 상환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상환계획을 세우려면 앞으로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장래소득규모가 나와야 된다. 물론 과거 얼마를 벌었느냐를 가지고 정한다.

한 구조조정전문가는 “연예인들의 소득은 인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며 "과거에 많이 벌었던 연예인은 장래에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산출되고, 적게 번 사람이면 앞으로도 적게 벌 것이라고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CF, 출연, 소속사 전속계약 등 근래에 큰 계약이 있었다면, 그것도 장래 소득산출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앞으로 인기가 떨어질 여지가 있거나, 병이 들어 활동을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는 불리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수는 인기곡이 있을 경우 오랜 기간 소득을 얻을 수 있으나, 연기자의 경우 꾸준한 활동이 없는 이상 장래소득이 불투명하다. 물론 연기 외에 부수입이 있으면 장래소득에 반영한다.

상환기간은 일반인처럼 최대 10년이다. 이 상환기간에 매년 얼마씩 갚을 수 있는지 상환계획서를 작성해서 채권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된다. 동의받지 못하면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 많은 소득을 올리는 연예인들은 10년이내에 채무 대부분을 상환하기도 한다. 

이훈, 다시 일어서려면 ?

이씨의 소속사 비오비컴퍼니 김현정 실장은 “이훈씨는 기존 사업체를 모두 양도한 상태” 라며 “ 앞으로 그 어떤 사업을 할 계획이 없이 오로지 방송활동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이훈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중 연기자 부문의 수입이 많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활발한 방송활동이 재판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 며 “이씨는 회생절차에서 채무를 탕감받지 않는 것이 아니고, 채무 모두를 상환하는 계획서를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에게 적합한 상환계획은 무엇일까.

한 구조조정 업계관계자는 “우선 이훈과 같은 연예인들은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회생절차에서 끊임없이 채권자와 대화를 하면서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자와의 대화를 통해 현 상황에서 자신의 수입과 지출상 한계점을 보여주면서 채권자와 함께 상환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특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당사자가 공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중을 의식해서 무리한 상환계획은 세우는 것은 금물"이라며 "본인의 현재 소득과 장래 발생할 변수 등을 고려해서 상환기간 10년을 모두 채우거나, 채무일부를 감액하는 계획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 무리한 상환계획을 세운다면 자칫 다시 회생절차를 밟아야 하거나 파산절차로 바뀔 수  있다. 파산절차로 전환되면 채권자들의 손해는 더 커지는 만큼 채권자도 무리한 상환계획을 요구하면 안된다.

알려진 이씨의 빚은 약 25억원. 회생절차를 통해 10년동안 상환하기로 한다면, 매년 2억5천만원씩 변제해야 하고 매월 약 2000만원씩 적립해야 한다. 소득정도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다. 

상환기간을 단축하면 매년 상환하는 금액은 더 많아진다. 예컨대 매년 5억원씩 5년동안 상환하거나 매년 약 3억5700만원씩 7년동안 상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매년 얼마를 상환할 수 있느냐는 이씨의 방송활동에 따른 소득이 얼마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법원은 이 장래 소득도 조사한다. 법원관계자는 "이훈씨는 현재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회계사)로부터 재산과 소득상황을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MC, 일일연속극, 예능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방송활동중에 있다. 예능자질이 풍부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만큼, 소득원 역시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장점. 이런 점등을 감안해서 이씨는 오는 5월15일까지 상환계획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연예인의 도산, 차분히 지켜봐줘야"

이씨처럼 연예인들이 회생 또는 파산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 요즘엔 흔하게 알려지고 있다. 소속사와 계약을 잘못 체결해 빚을 지는 경우가 있고, 이씨처럼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빚더미에 오르기도  한다. 연예인이라는 신분만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채무를 지는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이들 연예인에게는 채권자의 채무 압박외에도 `대중의 관심`이 또다른 부담이 된다.  빚을 많이 지게 된 상황에서 잠적을 하거나 범법행위를 하지 않고, 법원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것은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해줘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재기하려는 의지라면, 이들에게 부정적 시각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해주는 것이 새 출발에 도움이 된다. 대중의 격려가 있어야 이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질 것이며,  채권자들의 피해가 빨리 회복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국내 연예인중 박효신, 송대관, 김혜선 등이 회생절차를 밟아 재기과정에 있고, 외국 유명연예인인 중 킴 베신져, 래리킹, MC헤머등이 미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재기한 사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