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기차 사고 싶어도 못 산다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고 하던데.”

“전기차가 난리라며 요즘? 수요가 폭발했다면서.”

지난 16일부터 17일 만 하루 사이,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을 접한 모양입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긴 합니다. 환경부는 1월25일 시작한 전기차 보조금 신청 대수가 접수 3주만에 1200대를 넘겼다고 발표했어요. 지난해의 경우 2월 말까지 300여대에 불과했으니, 4배 많아졌다는 말이 거짓은 아닙니다.

총 33개 지자체에서는 이미 신청 접수가 마감됐다고 합니다. 이 중 27개는 올해 처음 보급 사업을 시작한 곳이라네요. 그간 보조금 문제로 전기차를 못 구하던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시민 70여명이 밤새 줄을 섰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청주시라고 해요. 세종·용인에서는 보조금이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됐다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진일보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쉐보레 볼트(Bolt) 등은 과거 전기차와는 분명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1200명이 몰린 ‘진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자료사진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비결은 전기차 구매 혜택이 늘어난 것에 있습니다. 우선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자체가 많아졌어요. 지난해에는 31곳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1곳에 달하거든요. 지자체별 보조금 단가 역시 2016년 평균 430만원에서 2017년 545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요금 부담도 크게 줄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때 요금이 44% 가량 인하됐어요. 지난해에는 kWh당 313.1원을 받았는데, 1월부터 173.8원만 받고 있거든요. 여기에 ‘그린카드’를 사용할 경우 50% 추가할인 혜택도 부여합니다.

체감상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환경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오닉 일렉트릭 이용자는 연간 연료비를 16~19만원 가량 사용한다고 합니다. 반면 1.6ℓ 휘발유차는 157만원, 1.6ℓ 경유차는 1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유류비 1월6일 기준, 연간 1만3724km 주행 기준)

경우에 따라 연료비가 10배 이상 차이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충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운전자라면 당연히 전기차 구매를 저울질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아이오닉 전기차의 경우 특정 지역(광주, 세종 등)에서는 약 1900만원에 구매가 가능해요. 차량 가격도 준중형차에 필적하게 된 것입니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도 차츰 줄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전국 750기였던 급속충전기는 올해 말 1860개 더 생길 예정입니다. 9258기였던 완속 충전기도 2만기 넘게 조성됩니다.

아직까지는 정부 주도하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에 264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는데요, 초창기 신청자가 몰려 예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이라는 거대 담론 아래, 전기차 보급을 위해 한걸음씩 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도입부에서 표현된 지구의 모습(먼지만 날리는)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살짝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전기차가 ‘아직은’ 100% 친환경차는 아니라는 점이에요. 차량이 움직일 때 배출되는 가스는 없지만 전기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이 생성되니까요. 전력통계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력 중 64%는 화력, 31%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생산 시스템 전반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화력·원자력 발전소 펑펑 돌리면서 전기차 보급에 ‘혈세’를 쏟는 게 얼마나 우매한 일이겠습니까. 전기차 구매가 그저 ‘연극적 개념 소비’ 수준으로 평가절하될 거에요.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큰지라, 체질 자체를 개선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에요. 관련 예산이 매년 제자리걸음하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도 자주 나옵니다.

‘전기차 세상’을 만들겠다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이유는 ‘솔라시티’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열을 이용해 만든 에너지로 전기차를 달리게 한다. 이게 친환경입니다.

당장 화력발전소를 다 부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기차 판매는 아직 전체 자동차 출고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해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정부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실은 찾지도 않고 바늘만 뾰족하게 만들어서는 옷을 꿰맬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