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증가하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식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식량 안보 문제, 식품의 안정성, 환경 보존 등의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농업은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특히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농화학 분야에도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인구는 2025년 80억명을 넘어 2040년에는 90억명이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식량의 총 생산량은 총 소비량보다 작아졌다. 도시화와 기후 변화 등으로 유효 경작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인구가 배부르게 먹기 위해서는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경작지에서 지난 2008년에 생산한 것보다 두 배 더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식량 위기설을 불러왔다. 세계 많은 국가들은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상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농업에 있어서도 기술 선점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며 "특히 혁신 기술은 장기간 독점 우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 바이오 기술'이 이제 또 한 번 농업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며 "벤처 투자, 파트너쉽, 오픈 이노베이션 등으로 최신 기술에 대한 연구에 속도를 내야 시장 선도 경쟁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비료, 농약, 종자 분야에서 최근 새로운 혁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내에서 원료(원제)의 수가 지난 10년간 약 50%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던 기술들이 또 다른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존에 종자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던 기업들은 입지가 약해져가고 있다.이에 농업 분야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서도록 이끌 차세대 바이오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고,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 △DNA 표지 육종 기술 △ 기능성 작물 개발 기술 등이 꼽힌다.

유전자 편집기술, 작물에도 쓰인다

최근 의료업계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 중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해서 DNA(Deoxyribonucleic Acid)를 자르고 교정하는 기술인 '유전자 가위'가 주목받고 있다. 멸종 동물을 복원할 수 있는 기술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최근 3세대로 불리는 '크리스퍼' 원천 기술 특허 전쟁이 벌어지면서 다른 때보다 더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은 의료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농업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종자 개발 방식에 '혁신'적인 대안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까지 작물의 유전자 변형은 원하는 외래 유전자를 박테리아를 사용해 도입하는 방식이었는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외래 유전자 도입 없이 작물 내의 원하는 유전자를 없애거나 교정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해 왔던 유전자 변형 방식은 새로운 종자 개발에만 평균 13년이 걸리고 이후 그 종자가 위해하지 않은지 평가하는데 또 최소 3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면 개발 과정 및 평가 기간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자 분야 글로벌 2위 기업인 듀폰은 앞으로 5년 내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종자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퍼 전문 바이오 기업인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문 연구원은 "2015년에 과학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최고의 이슈로 꼽혔다"며 "기존에 있던 유전자 가위 기술보다 제작이 쉽고 정확성과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산업 분야에 실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DNA 표지 육종' 기술, 종자 개발 속도 높인다

유전자 변형 종자는 그동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서 개발 이후에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글로벌 1위 기업 몬산토는 'DNA 표지 육종'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문 연구원은 "DNA 표지 육종 기술은 기존에 평균 10년 정도 걸리던 육종 기간을 3~5년 단축시켜준다"며 "묘목의 작은 잎만으로도 생산성, 품질, 병 저항성 등의 표지 분석을 할 수 있어 앞으로 어떤 형질의 작물로 자랄지 예측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산토는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몬산토에서 개발한 종차 치핑(Seed Chipping)이라는 기술은 종자를 훼손하지 않고도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파종을 하지 않고도 종자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품종 개선이나 개발에 드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신품종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2월 중국의 국영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인수한 신젠타 역시 DNA 표지 육종 기술을 기반으로 보리, 벼, 밀 등의 곡물 종자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 듀폰이 만든 플레니쉬 콩기름/ 출처=듀폰 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처

화장품만 기능성? 작물도 기능성!

화장품 업계에서는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 특정 기능이 첨가된 기능성 화장품 개발이 한창이다. 노화 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화장품처럼 작물도 '기능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물 내에 해로운 성분을 없애거나 혹은 이로운 성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듀폰은 오메가 9계열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산이 75% 이상 함유된 고올레산 콩플레니쉬(Plenish)를 개발했다. 올레산은 올리브유의 주성분인데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동맥경화 및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식품업체들에게 오는 2018년 6월까지 트랜스지방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트랜스지방은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서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듀폰은 개발한 콩플레니쉬로 기름을 만들어 미국 기름 소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콩기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즉,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성분의 기능이 극대화 된 작물을 개발해 제품으로 상업화 하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유전자변형 작물은 주로 생산자를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듀폰이 개발한 것 같은) 제품은 소비자도 직접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농기계의 발전, 유전자 변형 기술 등은 식량 위기 극복에 일정 수준 기여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효율성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달았다는 평가다. 앞서 언급한 바이오 기술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농업에서의 또 다른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