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해 12조1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발전 원가인 국제유가와 유연탄 가격 하락과 함께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며 판매단가 역시 상승했다. 판매단가는 총 전력판매량을 총 판매수입으로 나눈 값이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일부 손보는데 그쳐 논란이 일었다. 새해 들어 연료 구입비 연동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다.

(유류단가&판매단가 단위: kWh/원, 한전영업익 단위: 조원) 자료=전력통계시스템, 한전

◇한전, 누진제 개편했지만 해외에 비해 여전히 누진율 높아

작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한전이 별다른 노력 없이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라며 “누진제 문제의 해결과 원가연동제 도입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어깨를 가볍게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여론에 작년 여름 누진제가 일시완화되고 이어 12월에는 12년만에 누진제가 전면 개편됐다. 개편안은 기존 6단계의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고 최저·최고 구간의 배율을 11.7배에서 3배로 줄이게 골자였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주요 국가와 한국의 전기요금 누진제 비교>

 

미국의 경우 전기요금 누진제가 2단계로 나눠진다. 또한 계절에 따라 차등을 두는데,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에는 1단계와 최고 단계의 차이가 평균 1.1배에 불과하다. 일본은 3단계로 나눠지며 1단계와 최고 단계의 요금 차이는 1.4배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철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만 역시 전기요금 누진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5단계로 나눠 전기요금을 부과한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6월에서 9월에는 1단계와 최고단계의 전기요금 차이가 2.4배가 된다. 그 이외 다른 달은 1.9배 차이가 난다.

한편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기요금 누진세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낮에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밤에 사용하는 전기요금보다 1.6배 비싸게 산정하는 등 시간대 별로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다르다. 이처럼 해외는 전기요금 누진세가 없거나 누진율이 낮아 요금의 차이가 거의 2배를 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전이 6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약 2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을 두고도 “공기업의 근본적인 존재가치는 영업이익율을 많이 내는 것보다 공공재를 저렴하게 생산해 국민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을 줄여 수지를 맞추고, 신규 투자금이 필요하다면 국채나 공채를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전 "2008~13년 사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적자도 고려해야"

한전의 입장은 반대다. 

한전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요금제를 확정한 게 지난 2013년 1월이고 그 후로는 변동이 없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했기 때문에 적자폭과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도시가스 등과 달리 전기는 안 쓰는 국민이 없기 때문에 유가가 20달러 뛰어서 요금을 15%인상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반영하지 못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30조 이상 적자가 발생했다"며 "이후 2014년말부터 저유가 국면으로 접어들며 2015년과 2016년 실적 개선폭이 커졌지만 여전히 당시 생긴 적자 폭을 메우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전 부채추이>

출처=한전

또한 작년부터 정부 주도로 한전이 국내 에너지 신산업과 해외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한전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전 신사업 총괄부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스마트그리드 같은 에너지 신사업 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은 작년과 올해 각각 3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에 해당된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도 “적자일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흑자를 냈다고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처럼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독점 전력 공기업으로서 세계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때 국가적인 부담을 떠안은 부분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발전용 유연탄에 붙는 세금이 계속 인상되고 있고, 앞으로 노후 원전 폐로 및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UN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려면 한전의 비용부담이 갈수록 커 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전기요금 산정기준 상 ‘요금인상요인’인데, 비용증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일단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한국전력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논리가 국민과 언론에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채 여름 폭염으로 누진제 이슈가 부각되며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커졌다"며 "이에 작년 12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는 등 평균 전기요금이 소폭 인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로 요금논란 해결될까

이같은 논리와 별개로, 연료비의 등락에 따라 한전의 실적이 큰 폭으로 널뛰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원가 변동시 전기요금에 이를 적시에 반영하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산업부 주형환 장관은 “에너지 시장의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연동제에 대한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직수입자간 천연가스 매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제컨설팅을 통해 연동제 관련 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연동제를 도입하면 연료비의 등락에 따라 대폭 적자나 흑자가 발생하지 않고 요금에 대한 의구심과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며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전력 기업들은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동제는 원가 요인을 요금에 반영하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현재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연내에 연동제 방안을 마련하면 좋은 취지에도 불구, 가구별 요금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재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