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두 번째 이야기.

명성 자자한 빨간딱지가 찾아왔다. 동그란 그 딱지엔 ‘Leica’라고 적혀있다. 그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다. 사진과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이면 보기만 해도 설렌다는 라이카 카메라.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라는 수식어답게 값비싼 그 이름. 귀한 몸 이끌고 이코노믹리뷰를 들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당신 얼마죠?

라이카 X-U: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얘기하는 게 편하겠죠? 검색해보니 380만원대로 나오네요. 처음 태어났을 때만 해도 400만원이 넘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황당하다는 표정 짓지 마세요. 라이카 치고는 저렴한 편이니까. 최근 나온 라이카 M10은 바디만 890만원이라고요. 렌즈는 종류에 따라 더 비싸기도 합니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고작 빨간딱지 붙었다고 그렇게 비싼가요?

라이카 X-U: 일단 브랜드 가치에 주목해주세요. 대개 라이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는 전설, 명품, 명성 같은 겁니다. 라이카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카메라 브랜드입니다.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적 현장에 라이카가 있었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같은 전설적인 사진가도 라이카로 찰나를 기록했죠. 지금 이 시점에도 지구 곳곳에서 라이카는 오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당신만의 차별성은 없는지

라이카 X-U: 라이카는 저를 두고 이렇게 말했어요. “자연에 맞서기 위해 태어났다.” 전 라이카 최초 아웃도어 카메라입니다. 쏟아지는 폭우, 열대 폭염, 사막 모래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끄떡없죠. 오히려 진가를 발휘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죠. 일단 충격에 강합니다. 최고 1.22m 높이 낙하시험을 통과했어요. 일반 전자기기와 달리 물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생활방수 수준이 아니에요. 수심 15m에서 60분을 버틸 수 있죠. 저와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즐겨보는 건 어떤가요? 방진 기능도 물론 제공합니다.

촬영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라이카 X-U: 1600만화소 대형 이미지 센서(APS-C CMOS)를 장착했으니 걱정 마세요. 빛이 적은 곳에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라이카X 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됐어요. 라이카 감성을 그대로 품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시리즈죠. 풀 HD 동영상도 촬영 가능합니다. 대자연에서 만난 경이로운 풍경을 사진으로만 담기 아쉽잖아요.

렌즈는 바꿔 끼울 수 있나요?

라이카 X-U: 그러진 못합니다. 다만 부족함 없는 렌즈를 탑재하고 있으니 괜히 우려하진 마시고요. 주미룩스(Summilux) 23mm f/1.7 ASPH 렌즈입니다. 조리개를 f/1.7까지 개방할 수 있는 밝은 렌즈죠. 아웃포커싱에도 유리합니다. 넓은 화각으로 풍경을 담기에 적합하죠. 초점 맞출 대상과 20cm만 띄우면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접사 능력도 뛰어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생김새가 다른 라이카랑은 달라보이는데

라이카 X-U: 짝퉁 아닙니다. 라이카 제품 맞다고요. 저는 라이카와 아우디 디자인 스튜디오가 힘을 모아 디자인했어요. 거칠면서도 정제된 느낌이랄까.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이 묻어나고요.(우쭐) TPE 보강재와 최고급 알루미늄의 조합, 여기에 빨간딱지까지. 렌즈 앞부분에 위치한 통합형 플래시가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더 저렴한 라이카는 없나요?

라이카 X-U: 있고 말고요. 컴팩트 카메라로는 라이카C나 D-Lux 시리즈가 저렴한 편입니다. 역시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C는 60만원대, D-Lux는 세부모델에 따라 최저 50만원대에 구할 수 있죠. 라이카 최초 즉석카메라 소포트도 저렴합니다. 30만원대 후반입니다. 라이카 듀얼렌즈를 탑해한 스마트폰 화웨이 P9은 50만원대고요.

다음은 라이카 X-U로 촬영한 무보정 원본 사진입니다.

 
 
 
 
 
 

POINT 인터뷰 이후 그와 일주일을 함께했다. 그는 투박하다는 느낌을 가득 풍겼다. 생김새도 그렇고 유저인터페이스도 그렇고. 심지어 소리까지도. 메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삑삑’ 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변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소리를 기자는 끄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메뉴는 단순하긴 했는데 직관적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 나열형에 가까워 원하는 기능을 바로바로 찾는 게 쉽진 않았다. 역시 투박했다. 아우디와 함께 디자인한 겉모습은 호불호가 갈리는 듯했다. 구형 디지털 카메라 같이 생겼다는 반응도 있었다. 속으로 그랬다. ‘이거 빨간딱지라고요!’

아웃도어 카메라이니 어쩌면 투박한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라이카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조우하기엔 어려운 제품 아닌가 싶었다. 투박한 데다가 굵직했다. 예쁜 필터 같은 잔기능은 과감히 덜어냈다. 수십개 필터를 제공하는 라이카 D-Lux가 생각났다. D-Lux엔 있는 전자식 뷰파인더도 없어 아쉬웠다.

23mm 단렌즈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줌과 줌아웃이 안 된다는 얘기다. 애석하게도 X-U는 렌즈교환식 카메라가 아니다. 피사체에 발로 다가서는 ‘발줌’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있었다.

사진도 어딘지 투박하게 찍히는 느낌이었다. 무심코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며 정을 붙이려 했다. 그러다 ‘특이점’이 왔다. 메뉴에서 경조흑백 모드를 선택한 순간이다. 라이카는 흑백 최강 아니던가. 평범한 공간도 이 모드를 이용해 찍으면 명암 대비 확실한 매력적인 흑백사진으로 재탄생했다. 그때부터 X-U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극한 환경에서 X-U를 테스트해보진 못했다. 물 한잔 정도는 끼얹어봤는데 꿈쩍도 안했다. 그 정도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듯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X-U라면 비싼 카메라라고 소중히 다루다가 셔터 찬스를 놓치는 일이 없겠다. 값비싼 파손으로부터의 자유, 이 부분에 있어 X-U는 완벽에 가까운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