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부 언론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의 적자 규모가 1조원대에 이르렀고, 이를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우려를 표했다. 기사들에 기재된 수치는 지난해 발표된 2015년 소셜커머스 3사의 실적이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결정적으로 온라인 마켓 위기론에 힘을 실은 것은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의 실적이었다. 외형적으로 분명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온라인 마켓에서 이러한 위기론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돈이 몰리는 시장임은 확실하다 

이달초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의 총 거래액은 64조91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비교 연도보다 20.5% 증가한 수치다. 2007년의 거래액이 15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국내 온라인 마켓은 약 4배 이상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사업의 근간을 오프라인에 두고 있던 유통 채널들도 온라인 영역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보다 인프라 구축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 모바일 쇼핑 일반화에 대응하기에 온라인 마켓의 운영이 더 유리하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존의 온라인 마켓들이 입지를 굳히던 시장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진입해 시장을 키운 것이다.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각자 자사의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의 경쟁도 심화됐다.  
   
11번가와 쿠팡의 묘한 오버랩 

지난 3일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2016년 영업이익이 1조53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10.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도 0.3% 감소한 17조918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4% 증가한 1조7822억원을 기록했다. 이것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 부진의 결정적 요인을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온라인 마켓 사업부문 11번가에 대한 투자 확대로 분석했다. 공시에 따르면 SK플래닛은 11번가 운영으로 지난해 약 3000억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2월 자회사 커머스플래닛에서 운영하고 있던 오픈마켓 플랫폼 ‘11번가’의 직접 운영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마케팅에 전사적 투자를 이어왔다. 그 덕에 11번가는 국내 오픈마켓 1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의 팽팽한 경쟁 구도를 유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안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3000억이라는 영업손실은 생각보다 컸다. 신규 서비스 론칭과 마케팅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손실로 계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문제는 막대한 비용 투자로 인한 수익 효과가 있는지, 언제쯤 그 효과가 나타날 지가 의문이라는 점이다.  

11번가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은 쿠팡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신들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이 효과를 거두려면 장기적 관점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체적 수익성의 개선 혹은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치 등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돼야 한다.

우선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의 10억 달러 투자 유치로 ‘맷집’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11번가의 경우는 SK플래닛의 직접 운영을 통해 모그룹에서 많은 자금을 끌어다썼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는 바로 이 다음 단계다.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온라인 쇼핑 영역에서 업계를 뒤흔들만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정도가 아니라면 각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다른 자본에 투자를 받는 것인데, 이는 사업의 방향을 ‘보여주기식’으로 이끌 수 있다.   

제로섬 게임 멈춰야 

온라인 마켓들이 마케팅과 새로운 사업에 경쟁적으로 비용을 투자하는 추세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많은 언론들은 각 업체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공개된 소셜커머스 3사의 영업손실 8000억원은 그간 과열 양상을 보인 투자들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서비스의 개선이 주된 목적이 아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가시적 성과를 과장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 손실을 내고 다시 투자를 기대하는 순환구조는 산업에 속한 모든 업체들의 생존 확률을 낮출 수 있다”며 “합리적 수준의 수익성 관리와 소비자들의 요구들을 반영한 마케팅, 투자 순환구조의 확립이 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