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푸치노’는 국내 최초 공유가치를 내세운 호텔이다. 흉내 내기에 급급한 마케팅 전략들과는 다르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지속가능경영을 기반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객실, 식당, 엘리베이터 등 원한다면 어디서든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일회용의 편의성 대신 친환경의 번거로움을 권한다. 태생부터 다르다는 호텔 카푸치노를 직접 찾아가봤다. [편집자 주]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호텔 카푸치노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5년 12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문을 열었다. 공유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호텔. 첫해부터 업계 안팎의 이목은 집중됐다. 기부문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수익 모델에 접목시켰다. 호텔 카푸치노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카푸치노 공유가치’(CSV, Cappuccino Shared Value)로 재해석했다. CSR은 규범과 윤리를 준수하고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CSV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경제적 이익도 만들어낸다. 사회 문제에서 니즈를 포착하는 신개념 수익사업 모델인 셈이다. 이소정 총지배인을 만나 호텔 카푸치노가 추구하는 CSV에 대해 들어봤다.

이소정 총지배인을 호텔 카푸치노 로비 ‘카페 카푸치노’에서 기다렸다. 이곳은 가볍게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나무 재질 긴 탁자가 눈에 띄었다. 투박하지만 넓은 면적이 타이핑 작업에는 최적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보기 드문 테이블이라고 생각한 찰나였다. 이 총지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생글생글한 미소와 함께 첫인사를 건넸다. 인터뷰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됐다.

호텔 카푸치노, 왜 하필 카푸치노인가. 이유가 있나.

-보통 브랜드명을 결정할 때 고심들을 많이 한다. 멋있는 이름이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애 쓴다. 카푸치노는 특별한 뜻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한 번 들으면 기억에 쉽게 남는다. 어감도 중요하다. 음료의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까지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호텔 카푸치노를 부티크 호텔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혹자는 비즈니스 호텔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가.

-호텔 카푸치노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부티크 호텔이라 오해하는 것도 너무 타당하다. 부티크 호텔은 독특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정형화된 기준은 없다. 라이프스타일 호텔도 감성, 스토링텔링, 콘셉트 등에서 부티크 호텔과 맥락을 같이 한다. 럭셔리는 제외된다. 지난 5년간 굉장히 많은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들이 해외시장에 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호텔 카푸치노가 유일하다. 호화로움을 지양하는 이유는 밀레니엄 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소비력이 높지 않다. IT 환경에 익숙해 뛰어난 정보력은 갖추고 있다. 디자인과 트렌드를 포기할 수 없지만 주머니 사정은 여유롭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배경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이른바 M 세대를 지칭한다. 모바일(Mobile), 마이셀프(Myself), 무브먼트(Movement)의 첫 글자를 땄다. 1980~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로 베이비부머를 부모로 뒀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공유가치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호텔 카푸치노 기획 단계에서 경영진 반응은 어땠나?

-(이 총지배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준비 과정에서 기획만 3번, 인테리어는 20번 달라졌다. 호텔 카푸치노는 당초 비즈니스 호텔로 기획됐다. 경영진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그룹사 코오롱 그룹은 CSR이나 CSV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공유가치를 추구하는 호텔에 대한 아이디어는 경영진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호텔 론칭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콘셉트부터 디자인까지 해외 컨설팅사에 의뢰한다. 호텔 카푸치노는 모든 부문을 내부 태스크포스팀에서 이뤄냈다. 그만큼 경영진의 청사진이 많은 부분 구현됐다. 비즈니스 호텔을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투숙만 하고 체크아웃하는 고객 특성상 공유가치를 부여하기 쉽지 않았다. 주요 타깃층까지 고려했을 때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 호텔 카푸치노 바크 룸 내부 모습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영진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 치고 그룹사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홈페이지, 홍보자료, 호텔 내부 등 코오롱 CI조차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코오롱 그룹과 별개 호텔로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아~코오롱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군요’ 한다. 그룹사를 일부러 감추고 선을 그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생사업인 까닭에 이미지가 확립된 그룹사 이미지를 빌려오지 않은 것뿐이다. 호텔 카푸치노를 독자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최근 수많은 호텔이 우후죽순 식으로 등장했다. 이곳 일대만 둘러봐도 어림잡아 4~5개 호텔이 보인다. 호텔 격전지라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차별화 전략으로서 공유가치는 어떤가.

-‘호텔 카푸치노가 CSV 때문에 성공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반면 ‘포지셔닝에 도움이 됐나’라고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 손님 중 호텔 카푸치노 시스템을 낯설어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 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의식이 깨어있는 밀레니엄 세대라는 타깃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착한 호텔’을 지향하는 게 아니다. 손님에게 특정 가치를 강요하지 않는다. 손님은 투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거나 일회용품 대신 디스펜서를 사용한다. 기부 프로그램에 적립된 기금은 의지에 따라 기부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숙객은 알게 모르게 친환경운동이나 기부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일종의 플랫폼을 영리하게 설계한 것. 다만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다.

미국 등 9개국을 돌아다니며 라이프스타일 호텔 투숙객 행태를 조사했다. 그들은 여행지에서 관광객 티를 내지 않는다. 객실에 머물지 않고 테라스에서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다른 사람들과 즐긴다. 호텔 카푸치노는 아담한 객실마저 초대형 침대를 비치해뒀다. 매트리스 품질도 최상급이다. 휴식 기능에 집중한 것. 대신 미팅룸, 루프탑 바 등 부대시설에 공을 들였다.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식탁을 가리키며) 이 테이블 역시 카페에서 업무를 보길 선호하는 밀레니엄 세대 특징에 맞게 설계됐다. 소매 끝이 짧고 후드가 붙어 있는 나이트 가운, 헤어드라이어 커버, 분위기가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 등 세부적인 부분에도 힘을 쏟았다.

앞으로 행보도 기대된다. 콘셉트가 특별한 까닭에 지난 1년간 자리매김에 신경 썼다고 들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올해는 청년·사내문화 개선에 주목할 예정이다. 호텔 카푸치노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학력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군 입대 1년 남은 직원을 선발하기도 했다. 신입사원은 1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 회사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미치는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전환된다. 기업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1년간 직업 훈련을 시키고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모두에게 경력이나 고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훈련을 마치고 다른 호텔에 취직해도 상관없다. ‘호텔 카푸치노에서 배웠다면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듣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