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필립 코틀러·허마원 카타자야·이완 세티아완 지음, 이진원 옮김, 더퀘스트 펴냄

저자들은 이제 마케팅도 4.0 시대를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새로운 시장부터 살펴보자. 무엇보다 지금은 초연결 시대다. 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규모나 출신국가, 과거의 강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가입자 16억5000만명의 페이스북이다. 이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다. 수요는 분산되어 있고, 이질적 시장들이 공존한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이 쌓아 올린 진입 장벽에 심각한 균열이 일고 있다. 아마존은 유통업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넷플릭스에 전통 미디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은 음악의 유통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기업들은 과거에는 예측하지도 못했던 산업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경쟁업체가 출현하는 비극을 맞고 있다.

사회는 수평화하고 있다. 대중(大衆)보다 소중(小衆)이 강조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소비자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 혁신도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 혁신의 대표적 상징이던 애플은 천재에 의한 톱다운 혁신이었다. 하지만, 이제 진정한 혁신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고객 참여를 기획개발과 서비스 등 경영 전반으로 넓힌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이제 힘은 특별한 개인이 아닌, 다양한 사회 집단들에 있다.

권력도 이동했다. 하위문화가 주류문화로 부상했다. 과거 권위와 힘은 연장자‧남성‧시티즌(오프라인 소비자)의 몫이었다. 그들의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높았다. 지금은 젊은이‧여성‧네티즌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높다. 그들을 특징짓는 하위문화 역시 주류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친구, 가족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이 힘의 원천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도 완연하다. 지금의 소비자는 완벽이 아니라 친절을 원한다. 이에 따라 대화 능력이 기업의 필수 능력이 됐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마케터의 광고가 아니라 친구의 평가와 추천이다. 이처럼 갈수록 평평해지고 투명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진정성’이다. 기업은 메시지의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릴 게 아니라, 몇 군데의 중요한 접점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 즉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마켓 4.0시대에 맞게 전략도 변화되어야 한다. ▲STP에서 커뮤니티로=전통적으로 마케팅은 세분화(S), 타기팅(T), 포지셔닝(P)의 STP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시장 세분화부터 성립이 안 된다. 우리가 알던 시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분화와 타기팅은 사냥꾼과 먹잇감처럼 고객 사이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보여줄 뿐이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커뮤니티들로 이뤄진 수평적인 망 속에서 연결돼 있다. 이들에게 접촉하려면 ‘허락’과 인증은 필수다.

▲4P 판매에서 4C 상품화로=마케팅의 기본 요소는 4P였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이다. 하지만 오늘날 연결된 세상에서는 공동 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 등 4C로 재정의돼야 기업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고객의 이동 경로, 4A에서 5A로= 4A는 고객이 구매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단계를 묘사한다. 인지(Aware), 태도(Attitude), 행동(Act), 반복행동(Act Again)이다. 과거에는 이런 식이었다. 이제는 각 단계에서 기업의 통제력과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고객 경로는 5A로 바뀌어야 한다. 인지(Aware),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 옹호(Advocate) 등이다.

저자 필립 코틀러는 기업 경영에서 생소했던 ‘마케팅’ 개념을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마케팅 이론도 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사실상의 ‘마케팅의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