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SIHH를 찾은 관람객들. 출처=SIHH

2016년은 스위스 시계 업계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부패 단속 강화, 유럽 내 잇단 테러 등의 여파로 시계 수출액이 1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1월 26일 스위스시계산업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2016년 스위스의 시계 수출액은 194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22조6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9%나 하락한 수치로 세계 경제 위기 때문에 수출액이 22% 감소했던 2009년 이래 최대 낙폭이다. 스위스 시계 업계는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을 수출액 감소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엄격한 뇌물 단속과 사치품에 대한 과세 이후 중국 내 명품 시계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 시계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홍콩에 대한 출하액이 25% 이상 감소했고, 미국에서의 매출 또한 9%가량 줄며 전체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스위스 시계 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진 개편을 위기 돌파에 나섰다. 다수의 명품 시계 브랜드가 포진한 리치몬트 그룹은 지난해 말 250여 명의 직원 감축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감원 규모를 20% 정도 줄이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노조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반면 요한 루퍼트 리치몬트 회장 주도의 경영진 개편은 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이뤄진 일은 전통적인 최고경영자(CEO) 체제 변경. 리치몬트 그룹은 최고경영자를 둘로 나누는 새로운 룰을 도입했다. 간단히 말해 조지 컨 IWC CEO가 시계 제작과 마케팅에 관련된 경영을 맡고, 그 외의 일은 제롬 램버트 몽블랑 CEO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피아제 CEO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좌)와 새로운 수장 셰비 누리. 출처=피아제
▲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좌)와 4월 취임을 앞둔 루이 펠라.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뒤이어 4개 브랜드의 CEO 교체 소식이 전해졌다. 우선 피아제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여성 CEO를 맞이해 화제다. 피아제의 새로운 수장은 셰비 누리(Chabi Nouri)다. 스위스 태생의 셰비 누리는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1998년 까르띠에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입사했다. 이후 럭셔리 시장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쌓으며 마케팅 전문가로 거듭난 그녀는 2014년 9월 피아제와 인연을 시작, 2016년 9월 세일즈&마케팅 인터내셔널 매니징 디렉터로 임명되었고, 올해 4월 피아제 CEO로서의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현재 바쉐론 콘스탄틴의 세일즈 & 마케팅 매니징 디렉터를 맡고 있는 루이 펠라(Louis Ferla)는 오는 4월 1일부터 바쉐론 콘스탄틴 CEO로 활약할 예정이다. 리치몬트 그룹에 따르면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와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는 각각 피아제와 바쉐론 콘스탄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 비상임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예거 르쿨트르와 알프레드 던힐 또한 새로운 CEO를 맞이할 예정이다.

한편 리치몬트 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루어진 경영진 개편과 중국과 영국 내 구매 증가에 힘입어 4분기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리치몬트 그룹의 2016년 4분기 매출은 3분기 매출보다 6% 증가한 30억 유로(한화 약 3조 6300억원)를 기록했다. 2017 SIHH(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를 뜨겁게 달군 신제품들과 오는 4월 취임을 앞둔 새로운 CEO들의 경영 전략이 과연 이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