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 시나리오 플래닝> 토마스 처맥 지음, 이영구 옮김, 골든어페어 펴냄

요즘 세상의 불확실성을 ‘안갯속’이라고 비유하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안개만 걷히면 특정한 실체가 보일 것이란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실체 역시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가 고른 비유는 ‘술 취한 원숭이가 벌에 쏘여 행동하는 상황’이다. ICT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에 따른 산업재편, 무력해진 세계 경제, 전후 국제질서의 붕괴조짐 등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저자의 비유에 백 번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격렬한 변화의 시대에 걸맞은 최상의 변화·혁신 도구로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시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하위권 석유 기업 로열더치셸이 채택해 거의 유일하게 위기를 극복해내면서 반짝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이론적 근거를 정립하지 못했고, 상세한 지침과 시나리오 평가체계를 갖추지 못해 전략으로서 사실상 외면돼 왔다.

이 책은 복잡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시나리오 개발 과정은 물론 시나리오 실제 활용 및 효과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는 트렌드를 아는 것만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서 트렌드와 불확실 요인을 파악한 뒤 이를 활용하기 위해 대화, 학습, 의사결정, 정신모델,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결국 조직의 성과와 변화가 수반된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의하면, 대화와 참여는 정신모델을 공유하고 조직 환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전략은 일 년에 한 번 개최하는 연례행사가 아닌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기업이 장수하려면 환경적응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학습은 개인적 학습과 사회적 영향에 의한 학습이 있다.

의사결정은 제한적 합리성, 지식의 점성과 마찰 등으로 인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제한적 합리성은 정보 수집과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며, 지식의 점성과 마찰은 정보 전달과 검증의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정신모델은 세상을 보는 렌즈로,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 우리의 경험, 학습, 편향, 가치, 믿음을 통합한 것이다. 이 모델은 생각과 행동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므로 정신모델에 변화를 일으켜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모든 변화 프로젝트에 리더가 참여하지 않거나 지원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성과는 조직, 프로세스, 수행자(그룹, 개인)의 세 가지 차원에서 나오며, 각 차원별로 목적을 분명히 해야 실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