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가져다 판매하던 유통사가 이제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제조사로 변신하는 모양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자체 상품(PB·Private Brand)은 식∙음료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까지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패션, 주얼리 등 다양한 분야의 프리미엄 PB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가 PB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생산·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중간이익을 가져갈 수 있어 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치소비가 가능하다.  

대형마트에서는 이마트 ‘피코크’ 등을 필두로 이미 PB가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백화점의 경우 각 매장에서 운영되는 브랜드로부터 판매 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데다가, 프리미엄 소비에 중점을 두는 업태 특성상 PB는 일종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PB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면서 백화점이 진입하기에 더 좋은 시장 상황이 되었다.

PB가 ‘저가’에서 대중적에게 익숙한 아이템으로 통하면서 백화점에서 판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불황에 가치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효자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 출처: 신세계백화점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화장품 PB ‘엘앤코스’를, 신세계백화점은 캐시미어 PB ‘델라라나’를 각각 론칭했다. 특히 델리라나의 경우 작년 9월 론칭 후 매달 2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목표 대비 160%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했다. 아디르는 원석 구입부터 제작, 판매 등 모든 과정을 백화점이 직접 맡아서 한다. 지난 2년간 다이아몬드 전문가 등 10여 명이 반지·귀걸이·목걸이 등 200가지 제품을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고급 상품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고객의 니즈만 맞춘다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은 PB상품 ‘고메이 494 유기농 참기름·들기름’을 각각 330병씩 한정수량으로 판매해 1주일 만에 모두 팔아치웠다. 참기름 8만2000원, 들기름 6만원으로 시중 평균가에 비해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갤러리아명품관에서 판매한다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더불어 다 팔리면 살 수 없는 ‘한정판’이란 점이 구매욕구를 자극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겹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는 것이 소비 트렌드가 되었다”면서 “그러나 가격만큼이나 제품의 가치에도 중점을 두는 소비가 공존하면서 프리미엄 PB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이에 따라 백화점도 PB를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기에 적합한 시장경제가 형성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출처: 신세계그룹

PB 시장 더 뜰까?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유통업계에서 PB제품의 비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큰 시장이다. 실제로 영국의 유통업체 마크 앤 스펜서의 PB매출 비중은 100%, 독일 알디 역시 90% 이상의 매출을 PB상품을 통해 얻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 PB브랜드인 커클랜드의 경우 매출은 20% 정도 차지하지만, 브랜드 가치가 80% 수준이다.   

해외 백화점에서의 PB 운영 사례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1990년부터 캐시미어 PB를 선보였으며,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 일본 이세탄 백화점 등도 PB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해외 유통업체에서는 PB에 대한 중요도 비중이 50%가까이 되는 등 큰 시장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20% 이상 수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