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푸치노’는 국내 최초 공유가치를 내세운 호텔이다. 흉내 내기에 급급한 마케팅 전략들과는 다르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지속가능경영을 기반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객실, 식당, 엘리베이터 등 원한다면 어디서든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일회용의 편의성 대신 친환경의 번거로움을 권한다. 태생부터 다르다는 호텔 카푸치노를 직접 찾아가봤다. [편집자 주]

▲ 호텔 카푸치노 로비에는 헌옷 수거함이 배치돼 있다(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하철 9호선 언주역을 빠져 나와 호텔 카푸치노 방향으로 걸었다. 시간으로는 3분, 거리로는 한 블록 정도였다. 그 사이 어림잡아 4~5곳 호텔을 지나쳤다. 신축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호텔 격전지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차별화가 곧 생존으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호텔 카푸치노에 도착했다. 나무 질감의 커다란 현관문이 눈에 띄었다. 여닫이 문이라고 생각했다. 손을 뻗자 문은 양 옆으로 움직였다. 자동문이었다. 또 다른 자동문을 지나 로비에 들어섰다.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상품판매 코너, 카페와 기다란 테이블 등이 있다. 심지어 바닥마저 카펫 대신 콘크리트로 돼 있다. 조명은 자연광에 가깝다. 호텔 로비 특유의 압도적인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일상에 가까운 편안함이 위화감을 대체하고 있다.

호텔 로비에 헌옷 수거함

룸쇼 담당자를 기다리면서 로비를 둘러봤다. ‘셰어 유어 클로스’(Share Your Clothes)라고 적힌 박스가 배치돼 있다. 헌옷 수거함이다. 의류를 객실에 버리는 여행객이 의외로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새로 산 옷을 여행가방에 넣고 가져온 옷을 폐기하는 것. 호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사안이다. 박스에 헌옷을 넣으면 비영리단체 ‘옷캔’을 통해 재활용된다. 라이프스타일 숍에서는 반려견 용품, 가방, 비누 등 다양한 물품이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이나 장애인 경제활동 같은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 라이프스타일 숍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객실을 안내해줄 직원이 도착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룸쇼에 나섰다. 호텔 카푸치노는 지하 3층 지상 18층으로 이뤄졌다. 객실 수는 141개다. 방 종류는 △가장 많은 객실을 차지하고 있는 ‘카푸치노 킹’ △퀸 사이즈 침대를 갖춘 ‘슈퍼 트윈’ △국내 최대 크기의 침대를 둔 ‘슈퍼 더블’ △프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을 콘셉트로 삼은 ‘스튜디오’ △이층 침대 2개를 둔 4인실 ‘쿼드 룸’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바트 룸’이 있다.

엘리베이터 두 대가 비치돼 있다. 그중 한 대는 천사날개 모양 조명이 문 앞을 비추고 있다. 엔젤 엘리베이터다. 층 버튼 하단에 키 카드를 대면 매회 500원씩 누적된다. 체크아웃 시 이용횟수를 확인하고 누적금액 중 기부할 금액을 결정한다. 기부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금된 금액은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Water.org’에 전달된다.

▲ '스튜디오 업사이클 룸' 내부 모습(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6층으로 향했다. 처음 방문한 객실은 스튜디오 중 ‘업사이클 룸’이다. 인테리어에는 재활용 소품이 활용됐다. 침대와 수납장에는 나무 재질 폐자재가 이용됐다. 해외 시대극에서 볼 법한 문짝들은 옷장으로 재탄생됐다. 나무바닥은 따뜻한 감성을 배가시켰다.

각 객실에는 ‘E&G박스’가 있다. 이 상자에는 수건, 비누, 헤어캡 등 여분의 어메니티가 담겨있다. E&G박스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는 투숙객은 ‘엔젤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쿠폰은 프론트 데스크에 반납하면 Water.org로 기부가 이뤄진다. 자체 커피 전문점 ‘카페 카푸치노’에서 무료 음료로 교환할 수도 있다.

세면공간도 독특하다. 세면대 근처에는 물을 아껴 쓰라는 악마 캐릭터가 붙어있다. 호텔 카푸치노 객실의 모든 목욕용품은 일회용 용기가 아닌 디스펜서에 담겨 있다. 독일 친환경 브랜드 ‘스탑 더 워터 와일 유징 미’(브랜드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 욕실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 '카푸치노 킹' 내부 모습(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어 카푸치노 킹과 슈퍼 트윈을 살펴봤다. 각각 2m × 2m, 1.4m × 2m 사이즈의 특대형 매트리스가 인상적이었다. 아기자기한 매력들이 눈길을 끈다. 후드 나이트 가운, 헤어 드라이어 커버 등은 특수 제작했다. 몰래 가져가거나 판매처를 문의하는 투숙객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우리 집에서 편히 쉬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내려갔다. 바크 룸이 있다. 반려인구 1000만시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지난 2010년 17.4%에서 2012 17.9%, 2015년 21.8%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다양한 반려동물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함께 놀러 갈 때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숙소가 대표적이다.

바크 룸은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다. 반려견을 위한 친환경 자작나무 캐노피 침대, 잠옷, 사료, 장난감이 제공된다. 욕실에는 강아지 히노키 탕이 마련돼 있다. 반려견이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바크 룸은 반려견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동물 냄새에 민감한 반려동물의 특성 때문이다. 바크 룸의 경우 10㎏ 미만의 중·소형견으로 출입이 한정된다. 바크 룸 수익의 일부는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를 통해 유기견을 돕는 데 쓰인다.

▲ '바크 룸' 욕실 모습(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쿼드 룸도 호텔 카푸치노만의 독특한 객실이다. 당초 도미토리 룸으로 기획됐다. 투숙객 안전을 우려 4인실로 전환시켰다.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층 침대 두 개가 양측으로 배치됐다. 아이디어 회의 같은 소규모 공동작업에 적합해 보인다. 더불어 소규모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여성 투숙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부연이다.

이 밖에도 3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트레이드밀, 사이클링 머신, 덤벨 등을 갖추고 있다. 투숙객을 위해 24시간 운영된다. 코인 세탁실도 운영 중이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무료 제공된다.

17층은 레스토랑 ‘핫이슈’와 루프탑 바 ‘진토네리아’가 자리잡고 있다. 핫이슈 레시피는 미슐랭 2스타 한식당 곳간의 이종국 셰프와 함께 만들었다. 카페 카푸치노, 핫이슈, 진토네리아 등은 각각 엔젤스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주문 시 수익금 일부는 Water.org에 기부된다.

호텔 카푸치노 관계자는 “다른 호텔들은 투숙객을 고객이라고 칭하지만 자사는 손님이라고 부른다”며 “우리(직원) 집에 놀러 와 재미있게 편히 쉬다 가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손님 특히 외국인 손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기부 프로그램에도 호의적이다. 손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0~2000원 수준으로 기부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