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는 채무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에서 채무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법원에 신청하는 채무조정절차다. 회사는 자신의 영업이익에서 채무를 갚고, 개인은 자신의 소득에서 일정한 생계비를 쓰고 나머지를 채무변제에 사용한다. 법인은 법인 회생(또는 법정관리), 개인은 개인회생 절차라고 한다.

파산절차는 일정기간 변제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임재산을 한 번에 채권자에게 나누어 주고 만다. 법인은 그렇게 나누어주고 청산 종결되며, 개인은 재산을 나누어주고도 남는 채무를 모두 면제받는다. 법인은 법인파산, 개인은 개인파산이라고 한다.

이 두 절차는 모두 법원에 신청하는 채무조정절차다. 회생절차와 파산절차를 합쳐 도산(倒産)절차라고도 한다.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도산신청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다만 까다로운 심사로 인해 개인파산은 줄고, 상대적으로 개인회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앞으로 어떤 게 좋아지나?

법원 절차에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한다. 한계기업의 경우 그 지출은 뼈아프다. 우진페인트는 3번 회생신청을 하면서 거래처로부터 신용을 잃고 유동성이 더 악화되었다. 여기에 변호사 비용은 1억원 가까이 추가되었다.

앞의 기사에 예시한 A 씨는 3번의 개인회생과정에서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다. 경제적 재건을 위해서 개인인 법원에 채무조정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개인의 이혼에 기여했다. 채무는 조정되었지만 가정은 파탄됐다.

앞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결국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회생법원의 출범이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회생법원뿐만 아니라 각 법원에 도산업무를 관장하는 파산부를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통일적 규칙이 필요해 보인다.

오 교수는 “종래 파산부에서 나온 판례와 회생법원에 나온 판례의 구속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회생법원에서 축적된 판례는 중앙법원 파산부에서 나온 판례보다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생법원의 판례가 실무의 핵심적 기준이 되어 예측 가능성을 배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법관의 순환근무제를 택하고 있다. 한 부서에 장기근무 시 유착의 우려 때문이다. 보통 2년을 근무한 판사는 다른 부서나 법원으로 간다. 업무에 숙달될 때쯤이면 다른 부서로 전근을 간다는 것. 일반 법원조직에서 순환보직제도를 철폐하기는 어렵다.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법률전문가들은 회생법원에서 법관의 장기적인 임기보장이 법관의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한 부류 업무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한다면 자연히 전문성이 배양된다는 것.

오 교수는 “회생법원 판사의 임기를 장기로 하는 것은 분명 논의될 것”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회생법원 내 직원들의 임기가 더 연장되면서 직원들의 전문화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렇게 회생법원 내 구성원들의 전문화가 이루어지면 자연히 도산신청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전문성도 동시에 증가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도산절차는 금융, 회계, 경영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순간의 결정이 회사의 명운을 갈라놓는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판사의 결정이 복잡한 문제를 법률적 즉, 강제적으로 정리하는 효과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련함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율 안창현 변호사는 “한진해운과 같이 외국에 영업망과 자산이 있는 경우 외국의 도산절차와 연계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 경우 판사에게 고도의 전문성은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사가 장기근속하면 관리위원이 변경되더라도 비교적 일관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회사의 기업가치가 변하는 부분도 일관된 판사의 통제 아래 놓임으로써 개선의 여지가 있다.

 

독립된 서울회생법원 조직은 어떻게 운영되나

회생법원의 운영은 법관의 전문성을 위해 법관의 순환보직제를 지양하고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서 독립적인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지난 1999년 3월 총 6명의 법관으로 구성되어 4개 합의부 및 4개 단독재판부로 출범했다. 이 당시만 해도 파산부는 과거 소수의 법관으로 구성된 통합재판부로 설치됐다. 당시 적은 인원으로 별다른 인적, 물적 지원 없이도 법관의 의견을 쉽게 모으고 상황에 따라 사건을 탄력적,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발휘했다.

이후 증가하는 도산사건에 대응하고 전문적인 처리를 위해 법관의 증원과 재판부의 증설을 거듭했다. 현재 약 30명의 법관이 증원되면서 도산절차에 관할하는 내부 전문 인력도 대폭 확충되었다.

이렇다 보니 근무법관 수나 재판부의 수로 보아도 몇몇 작은 법원의 규모를 넘어서 과거의 통합재판부 형태로는 법관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나 도산절차의 처리를 위한 인적, 물적 능력을 조직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게 됐다.

회생법원의 출범에 따라 향후 이런 방만한 운영은 회생법원장을 정점으로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도산전문법원이 설립될 경우, 구성원 전체가 도산사건만을 담당하게 되는 결과 법원 내 하나의 부 형태로 존속하는 경우보다 예산 편성, 인력 배치, 연구 및 제도개선 노력 등에 있어서 한층 강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외부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구조조정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산 관리, 감독 기능을 체계화하고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사법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