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 다소 이상한 이름의 신경세포가 있다. 거울 신경세포는 특정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와 그 특정 동물이 다른 동물의 같은 행동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세포이다. 그래서 그 신경세포는 관찰하는 동물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다른 동물의 행동을 ‘비춘다’. 이 거울 신경세포는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원숭이 뇌에서 발견했고, 인간에게도 있다고 여겨지며 조류를 포함한 다른 동물에도 있다고 간주된다.

거울 신경세포는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설명들을 자극한다. 아직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추정되는 거울 신경세포의 기능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학습을 할 수 있게 하며,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자의식이 생겨나고, 언어의 발명에 관계되며, 비의도적 자동적인 모방이나 의도적 동작 모방을 가능하게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소위 ‘마음의 이론’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폐증이 거울 신경세포의 결함이라거나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여성의 공감 능력도 남성보다 강한 여성의 거울 신경세포의 활성화라고 한다. 인공지능적인 측면에서 거울 신경세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거울 신경세포와 같은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거울 신경세포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이 생활하면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경험을 공유해야 하고, 그러한 경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감각 장치와 감각 장치로부터의 감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의 인지구조 전체에 관여될 것이고 이와 같은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면 거울 신경세포 또는 거울 신경체계와 같은 방식이 기술적으로도 효과적일 수 있다. 사실 거울 신경세포의 기능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완벽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추정되는 기능들은 인공지능에서도 구현해야 할 기능이고 거울 신경세포라는 장치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딱히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로봇이 인간이 만든 공간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면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가지는 것이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인간 같이 생각하고, 인간 같이 경험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같은 모습 외에도 내적 그리고 외적 감각장치들도 같아야 한다.

왜냐하면 몸과 마음이 따로일 수 없고, 두뇌가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따로일 수 없고, 두뇌 기능만으로 마음의 기능을 만들 수 없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더 나아갈 수도 있다. 인간의 감각기관을 넘어 수천 배, 수만 배의 감각장치들과 수천 배, 수만 배의 처리속도가, 즉 수천 배, 수만 배의 경험과 수천 배, 수만 배의 숙고가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