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일각에서는 "경쟁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 폼팩터의 측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기술의 발전이 사용자 경험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이제 스마트폰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면 하드웨어 폼팩터의 경쟁을 멈추고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당장 카메라 기술만 봐도 인간의 눈은 1600만 화소 이상의 차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며, 애플이 LCD에 천착하면서 아이폰8에 이르러서야 일부 라인업에 OLED를 탑재하기 시작한 이유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며, 아이폰7의 3.5mm 단자 포기 등 다양한 시도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구체적인 윤곽도 잡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일각에서 비록 실패했지만 모듈식 방법론까지 거칠게 더듬는 이유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며, 각자의 강점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위력'을 수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를 킬러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르기도 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카오와 포드의 스마트 모빌리티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자사의 O2O 전략에 큰 변화를 줬다.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드라이버 등 운송 O2O를 스마트 모빌리티로 수렴하고 그 외 O2O 전략을 상생의 플랫폼 전략으로 분리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및 O2O의 방법론이 그대로 묻어나는 스마트 모빌리티는 자사 중심의 확고한 생태계를 정착시키고 그 외 생활 O2O는 다소 러프하게 풀어두는 방식이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지며 연계 플레이 시나리오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생활 O2O를 러프한 플랫폼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골목상권 논란도 일정부분 덜어낼 수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최근 있었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와 생활 O2O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를 관장하고 끌어갈 핵심 콘트롤 타워는 부재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방법론 하나로만 보면 카카오의 전략은 예리한 편이다. 인공지능 및 챗봇의 방식으로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전자상거래 영역까지 빠짐없이 훑어가려면,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국내 시장 집중에 대한 논란도 네이버 라인이 보여주는 의외의 '확장 한계성'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큰 실책은 아니다.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의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를 비롯해 다양한 인프라 점령 로드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넓다.

실제로 카카오는 파크히어를 서비스하는 파킹스퀘어를 인수했고 지도 서비스 고도화는 당연히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차설비업체 ‘아마노코리아', ‘다래파크텍’, ‘토마토전자', ‘대영산전’과 함께 ‘카카오파킹 자동 입출차 시스템 구현을 위한 제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카오파킹 제휴 주차장의 주차 관제 기기를 카카오파킹 서비스와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및 본질적 카카오의 강점을 비롯해 로엔의 콘텐츠 결합까지 고려하면 추구할 수 있는 서비스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 출처=카카오

정리하자면 카카오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O2O적 관점으로 풀어내며 '이동'과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에 꼼꼼한 개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가 플랫폼적 성격이 강하다면 카카오파킹 자동 입출차 시스템 구현을 위한 제휴 계약은 콘텐츠와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뉘앙스도 풍기는 수준이다.

무엇을 의미할까? 온라인에서 시작된 카카오의 모바일-020 전략이 빠르게 오프라인으로 녹아들며 총체적 인프라를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마치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전자상거래 플랫폼, 모바일 메신저를 무기로 내적 생태계를 단단히 다지면서 오프라인으로 진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을 연상하게 만든다.

여기서 포드의 방법론을 살필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컨베이어 벨트라는 제조의 혁신을 발판으로 삼아 '자동차의 대중화'를 끌어낸 회사다.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머슬카의 원조이자, 포드GT라는 정통 스포츠카도 생산하는 저력의 아이콘이다.

이랬던 포드가 최근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의 방식을 빠르게 체화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자전거 렌탈 서비스를 시작하더니 체리어트를 인수해 셔틀 서비스까지 진출하고 있다. 7종의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포드패스라는 앱도 출시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는 포드패스는 자동차 사용자 경험을 실생활에 빠르게 녹이려는 일종의 승부수로 여겨진다.

하우 타이 탕 포드 부사장은 이를 두고 "우리는 전기차 그 자체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르고AI에 1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했던 브라이언 사레스키와 우버 자율주행차의 심장으로 불렸던 엔지니어링 부문 수장 피터 랜더가 공동으로 설립한 아르고AI는 포드의 자율주행차 서비스에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포드는 아르고AI와 함께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출처=포드

카카오와 포드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지향하는 바가 동일하다. 촘촘한 인프라를 통해 미래 플랫폼의 중요한 가치인 '이동'의 영역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카카오의 경우 온라인에 중심을 두고 오프라인으로 향하며, 전통의 포드는 그 반대라는 점이다.

이러한 각자의 방법론은 온디맨드 방식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기반의 프라이빗 이동 플랫폼을 추구하는 우버의 전략과도 충돌한다. 만약 우버의 노림수가 통한다면 세계의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하청업체가 되어되지만, 카카오는 앱 생태계의 위력을 보여주고 포드가 우버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나름의 색을 낸다면 세상은 또 한 번 격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의 전략이 모두의 꿈이라는 전제를 깔면, 카카오의 전략은 제조업 혁신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일종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소프트웨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당연히 포드는 '하드웨어 접근법'이 될 여지가 있다.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목표로 삼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체성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는 초연결 시대를 맞이하는 각자의 플레이어들에게 유연한 사고방식을 강제하기 마련이다.

삼성,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GE의 방식을 따라 유연한 조직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알짜배기 사업을 정리하고 프레딕스라는 산업인터넷 플랫폼까지 구축한 GE의 혁신은, 제조업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매우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GE도 자신의 갑자기 정체성을 버리고 300% 순혈주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지향하지만 에너지 사업 등에 대한 집착을 보면 일종의 인프라 사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슈퍼차저 인프라를 깔아 기가팩토리 등을 동원한 테슬라의 방식과 비슷하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제일 유리하다는 뜻이다.

구글과 애플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며 각자의 모바일 경쟁력 연장선에서 움직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은 모두 각자 운영체제의 엔드단에서 스마트홈을 일으킬 최초의 불꽃을 모색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전쟁의 순간, 판이 변했다는 이유로 총을 버리고 맨주먹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런 이유로 혁신을 준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최초 행보는 제조업 그 자체에 있다. 타이젠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하드웨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카카오의 방식보다는 포드의 방식이 GE의 길을 걸으려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더욱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직급을 타파하고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꾼다고 말랑말랑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정체성을 인지하고 실현가능한 미래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은 제조업이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며, 중국이 왜 인터넷과 플러스의 결합을 국가 정책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