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럽시장 공략 비밀병기로 내세운 I40. 글로벌 명차의 고장에서 선전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다. 외형에서부터 실내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출시 직후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I40의 매력을 파헤쳐보자.

골프존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다. 골프존은 올해 초 상장에 성공한 스크린 골프 업체다. 업계 최초다. 성공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식의 변화’가 주요했다. 골프존은 사업 시작부터 소프트웨어 업체라고 자청했다. 수익구조의 특성상 게임업체란 주변 평가에도 꿋꿋하게 버텼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골프존 상장을 두고 게임업체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여러 논의가 이뤄진 끝에 골프존은 소프트웨어산업을 바탕으로 게임업이 혼합된 신규업종으로 상장을 했다.

‘비틀즈 코드’ 앞세운 마케팅 전략
현대차의 I40는 골프존과 같은 전략을 채택한 듯 하다. I40는 외관만 놓고 봤을 땐 웨건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 현대차는 출시 때부터 크로스오버형 SUV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웨건이라는 단어 사용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승용차와 SUV가 절묘하게 조합된 신개념 중형차’라는 것이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I40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감성을 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I40는 선상 위에서 최초 공개됐다. 바다와 자동차와의 만남. 탁 트인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은 I40만의 자유로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영국에서 직접 온 비틀즈 트리뷰 밴드의 공연이 시작됐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철저한 계산에서 이뤄진 퍼포먼스다. 비틀즈는 영국 출신으로 유럽문화의 대표 아이콘이다. 그만큼 유럽 스타일에 딱 맞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나 자신 있기에 한국기업이 비틀즈를 앞세울 수 있을까. 자칫 현지인들로부터 심각한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일종의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I40를 보니 걱정이 사라진다. 겉모습부터 철저하게 유럽 스타일을 띄고 있다. 세계 명차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명차 수준의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색다른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외관 디자인은 현대차 특유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소나타, 그랜저에 사용된 물이 흐르는 듯한 모던 플로 디자인을 적용했다. 전면부에는 강인하면서도 입체감 있는 두 개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사용,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LED 주간 전조등은 아우디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실내 디자인의 차이는 엄청나다. I40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국내에 출시됐던 기존 차들과 비교할 게 못된다. 독일 차의 내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 싶다.


차량 개폐에 사용되는 인사이드 핸들 부분에 기존 잠금장치 대신 도어 핸들을 2회 작동 시 도어 잠금이 해제되는 ‘2모션 도어 인사이드 핸들’을 적용해 고급감과 세련미를 부여했다. 유럽차의 최근 경향을 반영해 램프류 조작 스위치를 크래쉬 패드의 운전석 좌측 하단으로 통합 배열해 조작성과 인지성을 높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핸들 왼쪽에 마련된 로터리 라이트 스위치. BMW, 벤츠, 폭스바겐 등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겼다. 또 문을 열고 닫을 때 쓰는 버튼이 운전석이 아닌 가운데 쪽에 옮겨 놓은 것이 특징이다. 뒷좌석은 6:4 폴딩 기능을 적용해 적재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경우 일반 중형 세단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적재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부드러운 핸들링·가속력 강점
실내외 디자인만 놓고 봤을 때는 유럽 차와 전혀 손색이 없는 I40. 성능을 위해 직접 차를 몰아봤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엔진음이 들린다.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게 적당하다. 부산지역 일대의 고속도로와 국도 120Km 구간에서 테스트를 했다.

시승차는 가솔린 2.0ℓ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모델. 현대차가 2.0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것은 i40가 최초. 최대 출력은 178마력, 최대 토크는 21.6㎏.m. 공인연비는 13.1Km/l다.

엑셀을 밟았다. 가속이 부드럽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서서히 탄력을 받으며 묵직하게 치고 나간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올려봤다. 100Km를 쉽게 넘어서서 150Km까지 고속주행에도 흔들림은 적다. 엔진음이 커지는 게 유일한 흠이다. 단점도 물론 있다. 오르막길을 만나면 힘겹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핸들링이 메워주는 듯 하다. 부드러운 핸들링에 급커브에도 핸들을 돌리는 데 매우 여유롭다. 웬만한 커브길이 아니고선 힘들일 필요 없이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

주행 모드는 가솔린 모델에 한해 스포츠(S)와 에코(E), 일반주행(D) 3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초반 기어비가 좀 더 꽉 조여지면서 보다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에코 모드는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엔진, 변속기, 에어컨 출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패들시프트도 장착돼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실내외 디자인에 못지않게 전체적인 성능도 뛰어난 편이다. 차량 가격은 2775만~3075만원.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