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테크는 사람 나이로 치면 올해 30살이다. 1988년 문을 열어 국내 대표 PC 브랜드로 성장했다. 20대 후반기가 썩 좋진 않았다. PC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해엔 달랐다. 일단 대주주와 경영진이 바뀌었다. 오랜 세월 유지하던 브랜드 CI도 교체했다. 회사 터전을 옮기고, 신사업 추진 기반을 다졌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준비 운동이다. 지난해를 상반기를 기점으로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이다.

주연테크는 올해를 새로운 도약기로 삼으려 한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성숙해지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성장발판 중 하나는 게이밍 라인업이다. 지난해 4분기에 게이밍 브랜드 ‘리오나인(Lionine)’ 런칭했다.

시장잠재력이 남아있는 게이밍 하드웨어 사업에 도전하는 셈이다. 올해 리오나인 라인업을 본격 확장해갈 계획이다. 허환석 주연테크 PC사업본부 이사로부터 리오나인 사업전략과 주연테크의 비전을 들어봤다. 30년 외길을 걸어온 주연테크가 리오나인이라는 이름에 담아낸 뜻대로 용맹한 사자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리오나인, 용맹하고 리더십 뛰어난 숫사자 의지 담아

2013년 주연테크는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다음해에는 영업손실 17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지만 매출이 감소했다. 전년 602억원에서 428억원으로. 2015년엔 매출 520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이 54억원으로 늘어났다. 실적에서 주연테크의 실정이 엿보인다.

올해 분기지표에 드러난 주연테크 모습은 차이가 있다. 1분기에 매출 135억원과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엔 매출 110억원과 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엔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109억원으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연간실적 흑자전환이 예고된다.

속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교체됐다. PC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눈을 돌렸다. TV 사업과 홈 CCTV 사업을 시작하는가 하면 게이밍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가상현실(VR)카페와 PC AS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특히 게이밍 사업은 올해 핵심추진 분야다. 리오나인이라는 브랜드를 단 제품 숫자를 빠르게 늘려갈 예정이다. 현재는 게이밍 노트북 1종, 게이밍 마우스 2종, 게이밍 키보드 1종, 마우스 번지 1종, 게이밍 모니터 1종이 출시된 상태다.

“게이밍 노트북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오딧세이 시리즈에 비교해 소비자가 확실한 가격적 메리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최고 사양 게이밍 노트북까지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주연테크가 이런 제품도 만들 수 있다’를 보여주는 차원이죠.” 허환석 이사의 설명이다.

리오나인은 사내공모를 통해 선정된 네이밍이다. 주연테크의 분명한 의지를 담아냈다고 허 이사가 말했다. “용맹하고 리더십이 뛰어난 숫사자의 이미지를 가미하려 했습니다. 게이밍 분야에 새로 진출했지만, 시장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PC 수요 부진에 직격탄…게이밍 시장 후발주자, 경쟁전략은

주연테크가 게이밍 브랜드를 런칭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게이밍 PC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는 까닭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 출하량이 462만대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2012년 이후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 반등했다. IDC는 울트라북과 게이밍 노트북 등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노트북 브랜드들의 무게 경쟁이 끝까지 왔습니다. 배터리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게이밍 부문이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게이밍 노트북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레노버, MSI, 기가바이트, 한성컴퓨터 등이 게이밍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허환석 이사가 그랬다. 한편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게이밍 노트북 출시를 준비하는 걸로 알려졌다.

게이밍 모니터 부문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관련시장이 100% 가까이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기술적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이밍 주변기기 부문 역시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의 등장으로 활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허환석 이사는 유통관계자들이 오히려 주연테크에 역제안을 해올 정도라고 했다. ‘어느 정도 가격대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는 없냐’는 식이다. PC 관련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게이밍 부문만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연테크가 수요만 바라보고 무작정 게이밍 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핵심 경쟁전략이 분명하다. “제품 품질을 레이저,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등 업계 선발주자들에 맞추려고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나은 스펙을 확보하기도 해서 탁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부각시키려고 합니다. 후발주자의 이점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가성비와 연결되는 보급형 이미지도 벗겨나갈 계획이다. 주연테크는 그간 보급형 중저가 제품에 강점을 보인다는 인식에 갇혀 있었다.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을 출시하려는 것도 이런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함이다. 요약하자면 프리미엄까지 넘보면서도 가성비를 챙기겠다는 거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게이밍 주변기기 부문에서는 번들화 전략도 추진할 생각이다. 주연테크가 PC 완제품 업체이니 게이밍 주변기기를 패키지로 구성해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단품목만 하는 업체보단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패키지로 구성할 수 있다는 무기가 우리에겐 있습니다. 주연테크가 국내 PC 업체 중 가장 다양한 유통채널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이니 결합판매 형태로 브랜드로 노출시키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강자가 되려면 PC방 수요를 잡아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로지텍이나 맥스틸과 같은 업체가 이 분야에선 강자다. 주연테크도 이 시장 진입을 위해 유통담당업체와 협의 중이다. 아울러 VR카페 ‘브리즈’ 지점을 늘려가면서 제품 자체 유통채널로 삼을 방침이다.

“올해 주연테크는 새롭게 태어나는 셈입니다. 리오나인 사업은 30년간 주연테크가 걷지 않았던 길은 걷는 거죠. 올해 리오나인을 앞세워 우리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네요. 일단은 시장 인지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허환석 이사가 말했다. 주연테크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