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보험비교견적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보험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출처=이코노믹리뷰DB)

# 최근 직장인 조모(서울 노원구)씨는 보험료가 저렴한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보험비교’를 검색했다. 다양한 보험비교견적사이트들이 검색됐다.

조씨는 비교사이트 중 한군데 들어가서 원하는 보험을 선택해 비교해보려 했지만 성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개인정보이용에 동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보험가입을 위해 일정정도의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휴대폰 번호는 도대체 왜 물어보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자체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상업적으로 악용하기 위해서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 가정주부 이모(서울 관악구)씨는 암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보험비교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원하는 상품을 끝내 찾지 못했다.

기존에 자신이 점찍어 뒀던 ‘저해지환급형 암보험’ 상품을 검색했지만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반복됐다. 저렴한 상품은 찾기 힘들었지만 해당 사이트에서는 ‘설계사 추천’, ‘전문가 추천’이라는 문패를 단 비싼 보험만 추천되고 있었다.

이씨는 “광고나 뉴스를 통해 저렴하다고 들은 상품이 정작 보험비교사이트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정말 저렴하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인지, 많이 남겨먹을 수 있는 비싼 상품만 파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독립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에서 운영하는 ‘보험비교견적사이트’가 여전히 불완전판매의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료 산정에 필요 없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저렴한 보험상품의 경우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상황.

비교사이트의 취급상품 다양화와 더불어 과도한 정보수집을 제한하고,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비교시스템 ‘보험다모아’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산정에 휴대폰 번호 요구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자동차보험’, ‘암보험’, ‘실손보험’ 등을 검색하면 다양한 보험비교견적사이트가 뜬다.

포털 네이버에서 ‘실손보험’을 검색하면 업체광고를 제공하는 ‘파워링크’ 항목에서 보험비교사이트가 약 100개 검색된다. 암보험, 자동차보험도 100여개 정도의 사이트가 검색된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면 대부분 보험료 산정을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생년월일과 성별, 휴대전화 번호 등 3가지는 대부분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한다.

보험료 산정을 위해서는 일정 개인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이와 성별, 차보험의 경우 자동차 크기는 산정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번호는 필요없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이트에서 휴대폰 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자사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면서 “보험료 산정과는 무관하며 자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교사이트 화면 캡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만 보험료를 볼 수 있다(출처=이코노믹리뷰 DB)

문제는 휴대폰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상품비교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상품을 선택하고 휴대폰번호 입력을 생략하고 비교 항목을 클릭하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구만 반복해서 뜬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보험사와 GA들은 소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영업에 활용하기 때문에 휴대폰번호를 요구하는 입장”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자신의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상품을 비교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얼마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안해주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생년월일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일반적인 비교보다 더욱 풍성한 분석자료를 제공한다던지 하는 등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다모아 시스템 정비 시급”

GA의 보험판매 구조적 특성상 비싼 상품 위주로 판매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이트 수익은 결국 보험상품을 판매한 다음 보험사로부터 받는 모집 수수료가 전부다”라며 “일반적인 상품보다 많은 돈을 납입해 모집 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보험다모아 홈페이지(출처=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비교사이트 ‘보험다모아’를 론칭했지만 보험사들과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비교가 가능한 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최소한의 정보 입력만으로도 비교가 가능하지만 상품구조가 복잡한 종신보험, 변액보험의 경우 비교가 어렵다. 때문에 생보상품 비교에 대한 시스템 정비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금소연 이기욱 처장은 “보험다모아가 처음 출범할 때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은 것은 실질적인 보험비교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와 금융당국 등 모든 유관기관이 다 모여서 어떻게 비교분석을 제공할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