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자료에 의하면 인도 경제는 2016년 추정 GDP가 2조30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영국은 2조2900억달러로 드디어 인도가 경제에서 150년 만에 지배국이던 영국을 앞질렀다. 2020년경이 돼서야 영국의 GDP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보다 4년 앞당겨 이룬 쾌거이다.

이런 인도와 달리 한국은 GDP 성장 2%를 겨우 턱걸이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구명줄을 찾아야 할 한국으로선 7%를 구가하는 인도의 성장은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인도 시장에 동승할 수 있는지 그 사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도 위상에 대한 재인식이다. 인도는 이젠 한국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인도 개방 초기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돋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이 여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글로벌 프레임으로 인도 경제를 인정해야 인도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합당한 대응전략이 마련될 수 있다.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스마트폰 사용자 3억명의 폭발성장 인도에서 잠깐 사이에 존재감이 상실된 한국 제품이 있다. LG스마트폰이다. IDC 발표에 따르면 LG스마트폰은 0.4% 점유율에 그쳤다. 2015년 초 점유율을 10%로 올린다는 회사 발표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추락이다. LG스마트폰은 인도 내 자가제조시설도 없을 정도로 전략에서 소홀했다. 인도 스마트폰시장은 지속성장형이다. 이에 응한 기업들은 세계 2위 시장인 인도를 누리고 있는데 LG스마트폰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도 시장 사용법에서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인도 시장은 직수출로 확대하기는 한계가 있다. 수입관세는 기본관세 외에 기타 명목으로 약 20% 추가 관세가 있는데 자유무역협정(CEPA)는 기본관세 철폐뿐이어서 가격경쟁력 제고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관세 장벽도 여전히 높다. 이에 인도 정부의 ‘Make in India’ 정책 프레임에서 전략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메이크 인 인디아’란 시장과 비즈니스 영역을 개방할 테니 대신 ‘인도에서 하라’는 것이다. 이런 인도의 프레임에 호응하기 위해 기업 역량에 따라 직접진출이나 인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간접진출로 택할 수 있다. 서비스산업에서는 비즈니스모델만을 진출시킬 수 있다. 이미 일본과 중국 기업이 이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어 직수출 위주인 한국 기업은 향후를 낙관할 수 없다. 퇴출되기 전에 ‘Make in India’ 프레임에서 수출전략 업그레이드를 찾아야 한다.

커피 원두를 선별하고 있는 인도 여성들. 출처=김응기

도래하는 신(新)시장을 주목하자. 성장에 초점을 두고 탐낼 분야로 신(新)시장 ‘농촌·농업’이 있다. 한 예로 식품가공업이 있다. 세계 6위 인도의 식품소비가 서구화 및 도시화되는 가운데 가공식품소비가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농업대국으로 원부자재 조달이 가능하다. 동시에 식품가공업의 천혜조건을 갖추고 있다. 식용유 제조업도 있다. 인도는 5㎏ 이상 포장의 수출을 금지시킬 정도로 식용유 소비가 크다. 이의 제조진출은 내수판매는 물론 공정 부산물은 한국의 사료와 비료의 원재료로 연계하는 가치사슬까지 이룰 수 있다.

가공업 외에도 가능하다. 인도 농업은 작황에 따라 GDP 2~3%가 출렁일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농업생산성은 중국보다 낮고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를 타개하고자 개방된 농업에는 한국 농우바이오 등이 있지만 더 많은 기업이 영농과 농업기자재에 진출할 수 있다. 아울러 영농 이후 산업, 즉 저장 및 저온물류, 가공과 제조까지 포괄적인 농업가치사슬에 접근할 수 있다. 마땅히 농촌소비시장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소비력 있는 인도의 농촌인구는 2010년 약 5000만명이었는데 이젠 1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소비증가율도 도시 증가율보다 높아졌다. 이에 농촌소비형 제품으로 농촌 마케팅을 하는 것이 인도 시장 신(新)사용법이다. 가전 후발기업 ‘고드레지’는 저전력 소용량 냉장고를 출시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인도 안착은 쉽지 않다. 규모의 조직을 갖추어 섣불리 덤비다간 비용과다로 주저앉는다. 이에 입증된 비즈니스모델을 소프트하게 현지화할 수 있는 엄선된 사내 ‘스타트업’이 전략으로 권장된다. 스타트업을 위한 인도 특화인력을 발굴해 스타트업 장점인 능동적 현지대처로 정착을 꾀하는 전략이다.

저성장 프레임에 갇힌 중국이나 미국을 제외하면 성장 규모나 속도에서 세계 유일무이의 거대시장이 지금의 인도이다. 이의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