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최강의 아이폰8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델명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가운데, 하드웨어 폼팩터를 중심으로 전격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홍채인식기술과 무선충전기술, 그리고 OLED 일부 라인업 탑재 소식까지 들린다.

여기서 의미심장한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공개하는 최강의 스마트폰 스펙. 어디서 많이 보던 것 아닌가?

가까워지는 수준이 아니라...스토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계의 관심은 프리미엄에서 중저가로 '잠시' 이동했던 트렌드가 다시 프리미엄으로 집결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에 마진이 있다는 것을 놓치면 곤란하다. 상인에게 있어 동서고금의 진리를 되새겨보자. '비싼 상품은 많은 이윤을 남기는 법'이다. 어차피 끝나가는 스마트폰 시장, 이제 판을 바꾸는 준비에 나서는 한편 시장에 깔아두었던 돈을 회수할 차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양성이 결여되는 점이다. 물론 오포와 비보의 상승세를 보면 정밀한 고객 타켓팅과 오프라인 마케팅 구사 등 일부 색다른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타켓팅도 결국 브랜드 가치 제고와 유기적인 SCM(공급망 관리) 패러다임이라는 오래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시장에 통하는 상품은 이유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단팥빵이 너무 좋아 주식으로 삼았던 사람이 어느날 크림빵을 먹고는 '아!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주식은 단팥빵이다. DNA가 단팥빵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된 해당 시장에서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시장의 대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양사의 스마트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닮아가기 시작했다. 한 때 이런 현상을 두고 '삼성과 애플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까워지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애플이 삼성전자를 스토킹하는 수준이다.

먼저 투톱 라인업.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며 갤럭시노트 엣지를 선보이며 사실상 처음 투톱 라인업 시대를 열었다. 기기 자체의 크기를 달리한 맞춤형 스마트폰 시대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의 대응이다. 아이폰6에서 플러스 시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패블릿 기조도 마찬가지다. 갤럭시는 태블릿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크기를 조금씩 늘려왔다.

이러한 기조는 스타일러스를 바탕으로 삼는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주도했다. 그러자 애플도 스티브 잡스의 유산 중 하나였던 4인치 스마트폰을 접고 빠르게 패블릿 기조로 진격했다. 투톱 라인업과 패블릿은 동일선상에 있으며, 애플은 철저하게 삼성전자의 뒤를 쫒았다.

아이폰8도 마찬가지다. 홍채인식기술과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기술들은 모두 갤럭시 시리즈가 이미 체화한 기능이다. 심지어 애플은 아이폰8에 OLED까지 일부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주문을 마쳤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일찌감치 OLED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길을 충실하게 걷는 분위기다. 놀라운 사실은 애플펜슬의 아이폰8 탑재 가능성이다. 아이패드, 아이폰, 맥북 프로 등 애플의 주요 제품에서 호환 가능한 버전이 등장하는 가운데 아이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이폰VR 헤드셋이 나온다고 말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런데 증강현실 기술이 아이폰8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상상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는 예감도 든다.

더 소름끼치는 장면은 넘버링이다. 통상적으로 아이폰은 숫자와 'S'를 붙이는 방식을 추구하는 가운데 올해 아이폰은 아이폰X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소 거친 상상이지만 갤럭시노트6를 포기하고 갤럭시노트7을 선택한 삼성전자의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 팀쿡. 출처=위키미디어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은 지속...문제는 사용자 경험
팀 쿡 시대의 애플이 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비단 삼성전자를 따라오는 방식을 차치한다고 해도 유통망 관리에 있어 신의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증명한다. 하지만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토커가 되었다고, 삼성전자가 우쭐한 마음에 함박웃음을 머금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철저히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이며, 핵심전장은 다른곳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에 있어 삼성전자의 방식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애플의 전략은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으나 그 자체로는 경제적인 효율성을 자랑한다. 프레스 찍어내는 것에 줄충한 삼성전자의 방법론이 시장에 통하는 것을 확인한 후, 자체적 기술로 빠르게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조업 일변도의 산업 패러다임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애플 입장에서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은 끝나지 않는 전투지만, 큰 그림을 위해 삼성전자를 일종의 몰모트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추구함에 있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탑재하는 방식을 구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OS를 가진 애플의 강점이며 어차피 큰 그림은 브랜드 가치, 사용자 경험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의 하드웨어 폼팩터 측면에서 보여지는 삼성전자 스토킹은, 역으로 삼성전자가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가치라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다음 단계'를 걱정하게 만든다.

▲ 갤럭시노트4. 출처=삼성전자

냉정하게 말하면 스마트폰의 시작은 노키아가 열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이를 더욱 간단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불어넣었을 뿐이다. 관리의 애플로 돌아선 지금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깊숙하고 비밀스러운 애플의 심장부에서는 삼성전자 하드웨어 폼팩터를 따라가며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업은 이렇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