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지없이 ‘그 날’이 찾아왔다. 연인들 간 달콤한 사랑을 ‘맛’으로 확인하는 발렌타인 데이.

사실 발렌타인 데이를 포함한 수많은 ‘데이’ 이벤트들의 원류를 따져보면 연인들의 사랑이나 특접 제품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수많은 ‘데이’들은 여전히 큰 경제적 가치를 자랑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즉, 특정한 날에 대한 제조 업체들의 의미부여 콘셉트 하나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미부여를 통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의 믹스 전략. 데이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데이 마케팅의 경제적 가치

데이 마케팅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명문화된 기록은 찾기 어렵다. 대략적으로 짐작되는 시기는 1980년대에 태어난 소비자들이 1990년대에 10대 혹은 20대가 되는 때에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다르지만, 대개 매월 14일은 기념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그리고 빼빼로데이(11월 11일)정도가 있다.  

이러한 기념일들은 특정 제품과 연관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기념일을 전후로 관련 상품의 광고나 홍보를 집중하는 편이다. 즉,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념일 혹은 특정 시간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습관적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제과기업 롯데제과의 경우 연간 약 1000억원 가량 판매되는 과자 ‘뺴빼로’를 빼빼로데이 시즌(10~11월)에만 전체 연간판매의 50% 가까이 판매한다. 액수로 따지면 400억~500억원의 경제 가치가 하루의 이벤트에 연관돼 발생하는 것이다. 

뺴빼로데이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경우라고 하면 글로벌적 인지도가 있는 발렌타인데이의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의식적 행동양식, 그리고 상징성 

소비자학 연구자 D.W Rock은 자신의 저서 <의식차원의 소비자 행동(The Ritual Dimension of Consumer Behavior>(1985)를 통해 기연일 마케팅을 분석했다. 그는 “기념일은 소비자들 사이에 매번 의식(ritual)처럼 행해지며, 이러한 의식 행위 안에는 매번 반복되는 상징적 행동들이 있다”고 말했다. 즉, 업체들의 의미부여에 따라 설정된 기념일에 초콜릿이나 과자, 꽃을 주고 받거나 키스를 나누는 행위들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질 만한 정당성은 소비자들 개개인이 처한 상황, 혹은 시대적 배경들이 작용한다. 물론, 그 근본에는 업체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효과적으로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한 상술이 깔려있지만, 의미 부여만 확실하면 대개 이런 것들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사랑에 빠진 남자(혹은 여자)가 연인을 위해 특별한 날에 과자 몇 개를 사서 챙겨주는 것은 제조 업체들의 계산에 따른 상술임은 분명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는 것과 같다. 
 

왜 기념일은 먹을 것과 관련된 날이 많은가 
  
많은 기념일들이 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명확하게 남아있는 날들은 대개 ‘먹을 것’과 관련된 것이 많다. 

Rock의 분석처럼 기념일은 지난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식적 집단 행위다. 이러한 의식적 집단 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이 모이고 행사 성격의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당연히 식사(먹는 것)는 배제될 수 없는 요소다.

기념일에 치러지는 선물 교환도 먹을거리가 부각되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 마케팅은 밸런타인 데이의 아류 격으로양산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사탕·짜장면·와인 등 먹을거리가 기념일의 오락적 소재로 활용됐고 이것이 선물 교환 문화와 맞물려 기념일이 먹을거리 상품 교환의 시점으로 설정된 것이다. 연구의 영역에서는 이를 푸드 커뮤니케이션(Food Communication) 전략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미디어 확장, 데이 마케팅에 날개를 달다 

미디어 환경이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확장되면서 기념일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보다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 기업들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념일 날짜에 관련 키워드가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다양한 신제품들을 출시한다.

<푸드 커뮤니케이션 전략>(2015)의 저자 최홍규는 “푸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근간으로 작용하는 데이 마케팅은 해당 날짜에 자동적으로 관련 상품을 소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을 낳게 해, 특정 시점에 소비자들에게 반복된 소비 패턴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SNS 등 확장된 미디어를 통해 더 전략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계속 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