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태평성대라고 하는 하나라 때의 임금 ‘우왕(禹王)’이 왕의 복식을 벗고 남루한 평민복으로 갈아입고 민정시찰을 나갔다. 해가 떨어져 어스름할 때쯤 어느 시골의 허름한 농부의 집에 들어가 저녁 한 끼 줄 수 있느냐고 하니 흔쾌히 들어오라 했다. 소박한 저녁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 이 나라의 임금이 누군지 아느냐?’고 질문하니 ‘글쎄요, 임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배가 부르니 최고지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많은 매스미디어와 감시체계가 발달해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바로 반영되는 시대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노출될 수밖에 없지만, 정말 우리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모두 다 만족스럽게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지도자를 상상한다는 것은 꿈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일까?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뿐만 아니라 비록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더라도 보스가 비록 작은 공(公)일지라도 그 공을 부하에게 돌리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든 일을 자기 일처럼 하도록 할 수 있다. 보스가 자신을 이해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은 수고라도 보스가 늘 지켜보며 격려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죽을 힘을 다해 일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욕심만을 챙기는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부하들은 일하는 척만 할 뿐 자신이 ‘가식의 체계’ 속에 허수아비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작업의 성과는 알맹이가 없게 된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미국의 유명 전자제품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좋은 리더의 5가지 조건’에 대해서 ‘첫째, 항상 배우고자 노력한다. 둘째, 선의의 경쟁을 좋아한다. 셋째, 위기를 감수한다. 넷째, 악재와 호재를 잘 예측하며 미리 준비한다. 다섯째, 사람을 좋아한다’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모두 능력과 결과보다는 성격과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더욱이 현대 조직에서는 군림하는 보스에서 섬기는 보스를 원하는 시대로 변화되어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독재자로 대표되는 히틀러, 무솔리니, 김일성과 같은 사람은 태양인이다. 머리가 아주 명석하기 비할 바가 없지만 ‘독불장군’으로 타협을 모르고 안하무인이며, 모든 일을 자신의 판단으로만 망상적인 계획을 밀어붙이다 보니 결국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결과는 단말마적으로 반짝하는 성과를 가져올 뿐 결과는 모순투성이의 모래성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비교적 이상적인 리더는 박정희‧김영삼‧이명박 같은 소양인이다. 상황 파악을 잘하고 아이디어가 좋으며 비전을 잘 제시하고 미래지향적이다.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포기도 빨라 뒤끝이 없는 ‘기분파’라는 장점이 있어 보스로서는 좋은 편이다. 그러나 혼자 잘난 체하고 과장이 심해 겸손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너무 미래 지향적이라 비전은 있어 보이지만 신중하지 못하고 서두르는 단점 때문에 어마어마한 계획보다 성과가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다소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이며 편협한 생각을 갖기 쉬운 노태우와 같은 소음인은 너무 과거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스로서 너무 세밀하게 부하를 간섭하고, 잔소리하고, 따지며 사람을 믿지 못한다. 게다가 조금만 못해도 바로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고, 자신의 반대편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미리 ‘단절의 벽’으로 만들어 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원한을 품는 것이 아주 큰 단점이다.

게다가 의심까지 많고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어 순발력이 떨어지니 윗사람으로 모시기에 아주 불편하다. 다만 워낙 순수하고 꼼꼼하니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꿈이 순수하고 소박하니 부하는 꼭 필요한 일만 하면 된다. 또 논리가 맞는 일만 하니 성과가 눈에 보이는 만큼만 이룩된다.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하고 일을 도모하는 것이 일견 복잡하긴 하나 목적이 뚜렷하고 아주 성실히 실천해나가는 ‘현실주의자’인 이승만‧전두환‧김대중과 같은 태음인은 비교적 참모로뿐만 아니라 지도자로도 적합한 체질이다. 그러나 때론 게으름이 지나칠 수 있어 부지런하기만 한다면 좋은 성과도 기대할 만하다. 다만 너무 고집이 세고 사적인 욕심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재물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면 인색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보스의 자질과 태도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니 조직을 이끌어갈 때는 자기를 보완해줄 좋은 참모를 잘 두고, 배우는 자세로 모든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어떤 체질이든 훌륭한 성과를 내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