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취업자들은 일자리(주업)시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등으로 심각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업 근로시장에서도 근로형태별, 학력별로 ‘빈익빈 부익부’의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으로 고졸미만, 나이로는 60대이상, 성별로는 여성들이, 주업의 직종별로는 단순노무직 등 취약계층이 생계비 보충을 위해 부업시장에 뛰어드는 숫자가 늘고 있다. 대졸이상이거나, 40~50대, 관리직과 전문직은 높은 임금소득에다 추가소득을 월100만원이상 올리는 반면 취약계층 중 임시·일용직은 최저 26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623만5000명중 부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된 인구는 40만6000명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이후 부업 인구비중은 1.3~1.9% 수준으로 꾸준히 2% 아래에 머물렀다.

특히 경기가 침체 또는 불황기에 접어들때 부업자 비율이 떨어졌다. 카드 사태로 내수 침체가 심했던 2003년에는 1.5%,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엔 1.3%로 근래에 가장 낮았고, 내수부진으로 고용사정이 나빠진 지난해에도 1.5%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추가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진국 시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부업시장은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정성미 연구원은 "경기에 따라 침체기에는 일자리를 더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부업을 하는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자리가 없으니, 열악한 일자리 중심으로 부업도 갖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현재 부업시장은 일자리 수요에 따른 시장이 아니라, 일자리 공급이 결정하는 시장이라는 것.

▲ 출처=한국노동연구원

부업시장의 큰 특징은 취약계층의 부업시장 참가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규직의 부업시장 참가율이 전체 1% 수준인 반면 비정규직은 3%로 나타났고 비정규직중 시간제 근로와 특수고용일 경우 부업비중이 더 높았다.

학력별로 봤을때, 부업 인구중에 고졸미만이 줄어들고 대졸이상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취업자 비중은 고졸미만 비중은 3%에 가까워, 다른 학력 집단에 비해 두배이상 높았다. 부업이 있는 전체 숫자중 △고졸미만 42.1%(2003년)→28.3%(2016년) △고졸 34.3%→36.5% △전문대졸 5.4%→10.2% △대졸이상 18.2% →25.0% 였다.

또 연령별로는 고령화 영향으로 4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30대이하 부업자는 같은 연령대 취업자중 1%대의 낮은 수준이었으나, 50대와 60대는 연령대 취업자중 2.1%, 2.8%로 훨씬 높았다. 부업자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25~29세는 4.2%를 차지할 뿐이었지만, 50~59세는 32.2%, 60대이상은 26.5%를 차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청년층에서 여러 일자리를 가지며 마치 일본의 프리터 증가와 마찬가지 현상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부업을 한다고 응답한 청년층(15~29세)이 많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2010년 이후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에서 부업을 하는 청년층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리터란 자유로움(Free)와 근로자를 뜻하는 독일어(Arbeiter)의 합성어로 특정 직업 없이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전체 취업자중 1.5%만 부업을 하는 반면, 여성취업자들은 1.7%로 나타나 전체 취업자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부업자는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출처=한국노동연구원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임금근로자들의 위치가 상용직인가, 임시·일용직인가에 따라 부업 소득이 크게 다른 분포를 갖는다는 점이다.

주된 일자리(주업)이 상용직인 경우 부업을 하지 않는 근로자는 월평균임금 273.4만원이었고 부업을 하는 경우 주업의 평균임금은 255.0만원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주간 근로시간도 4시간에 불과했다. 이들은 부업으로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추가소득을 올리고 있었고, 특히 비임금근로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3.1만원으로 매우 높아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관리자 및 전문가로 동일업종에서 부업을 하는 집단으로 분석됐다.

반면 주된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인 경우, 부업을 하지 않는 근로자들은 월평균임금이 141.6만원, 부업을 하는 근로자의 월임금이 107.7만원으로 나타나 상용직에 비해 임금격차가 컸다. 이들은 부업이 임금근로일 경우 소득이 100만원 정도로 주업의 임금수준과 비슷했으나, 부업을 비임금근로로 할 경우는 26.1만원에 불과했다.

정성미 연구원은 "부업을 한다고 응답한 경우 주된 일자리와 부업 모두 부업을 하지 않는 경우보다 임금 및 소득이 낮아 상용·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소득 보충적 차원에서 부업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부업 역시 생계형 부업과 고소득형 부업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가 하나의 주된 일자리를 중심으로 설계돼있는 실정에서, 앞으로 복수의 일을 가지는 부업 구직이 활발해지게 되면 사회보험 제도별 적용범위가 달라 제도 간 충돌하는 부분이 발생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맞물린 여러 제도의 변경이 필요하며, 여러 일자리 보유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모호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