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조절물질인 오렉신(orexin)이 패혈증의 사망률을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일본 츠쿠바대학(筑波大学) 야나기사와 마사시(柳沢正史) 교수 연구팀이 최근 생물의학저널 이라이프(eLif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오렉신을 패혈증에 걸린 실험용 쥐에 지속적으로 투여하자 쥐의 생존율이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렉신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펩타이드(neuropeptide) 중 하나로 지난 1998년 야나기사와 마사시 교수가 발견했다.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신경세포(neuron)가 만든다. 주로 수면과 식욕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오렉신이 뇌신경을 조절한다는 점에 착안해 패혈증이 불러오는 면역반응에 오렉신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가 화학 신호와 신경 자극을 통해 면역반응을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쥐에 지질다당체(lipopolysaccharide, LPS)를 주입해 인공적으로 패혈증을 발생시킨 뒤 오렉신을 주사했다. 그 결과 오렉신을 주사 받은 쥐는 정상적인 체온과 심장박동을 회복했다. 체내 면역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의 과도한 반응도 억제했다.

구체적으로 LPS를 주사하기 30분 전에 식염수를 주사한 쥐는 LPS를 주사한 뒤 48시간이 되기 전부터 사망률이 급격하게 늘어 96시간 이후에는 약 25%만이 생존했다. 반면 오렉신을 주사한 쥐는 72시간까지 사망하지 않았고 72시간이 지나면서는 생존율이 약 90%로 떨어졌으나 이 생존율은 120시간까지 지속됐다.

물론 오렉신의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뇌척수액과 혈액을 분리시키는 혈액뇌장벽(血液腦障壁, Blood-Brain Barrier)이 오렉신을 뇌로 전달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패혈증으로 인해 쥐의 혈액뇌장벽이 약해진 상황을 역이용해 오렉신을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오렉신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임상 적용의 한계점을 극복한다면 오렉신을 이용한 염증 반응의 조절은 새로운 패혈증 치료제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시판되고 있는 패혈증 치료제는 없다. 유일한 치료제였던 릴리의 자이그리스(Xigris)는 효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2011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는 오렉신이 새로운 패혈증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패혈증의 병태 생리학을 이용해 오렉신을 뇌에 전달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해 중추신경계를 표적으로 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패혈증(sepsis)은 세균이 혈관에 들어가 전신에 심각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故김영삼 전 대통령과 가수 故신해철 씨의 최종 사인으로 유명하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초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감염이 시작돼 전신에 퍼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여성의 사망 원인 중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