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균은 마음속으로 이억기의 추천에 썩 달갑지 않아 하면서 이순신장군보다 나이도 많고, 관계도 앞서 나왔는데 요행히 대장이 되기만 하였으면 장군의 덕에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기 바랄 것인데 하고 이억기를 원망하였으나 당시까지도 패군지장이던 자기의 지위도 장군의 덕으로 보존하여 오는데 감히 입 밖에 말을 내지도 못하고 종품이미(從風而靡=대세에 휩쓸리어 좇음)가 되어 이억기의 천망을 극구 찬성하였다. 한마디로 엉겁결에 찬성하는 꼴이 되었다.”

“네, 원균은 속마음을 숨기고 하는 말이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좌수사 대감이 우리 중에 지도자이니, 당당히 대장이 되시오.’
하고 이순신장군이 총사령관이 되는 것을 승낙하였습니다. 장군은

‘두 영감이 그리하신다면 사양하지 않겠소.’
하고 장군은 다시 말합니다.

‘이로부터 두 영감 관하의 제장들까지도 다 내 절제를 받을 것을 맹세합시다.’
하고 장군은 칼을 빼서 높이 들자 이억기와 원균도 칼을 뉘여 두 손으로 받들어 그 절제에 복종할 것을 표시하여 굳게 맹세를 했습니다.”

“음! 노량에서 원균 외에 모든 장병들은 이순신장군의 절제를 받는 것을 좋아하며, 어떤 병사는 껑충거리며 즐거움을 표시하였고, 장군은 이에 힘입어 장군의 기함에 제장들을 불러 모아 잔을 들어 하늘에 축수한 뒤에 전함대가 장군의 명령하에 노량목을 떠나 창선도 앞바다로 나아가 밤을 지내고, 이튿날 1592년 8월 13일, 칠월 7일, 甲子일에 동풍이 크게 일어 파도가 산과 같은 것도 무릎 쓰고 장군은 전군에 명령을 내려 배를 놓아 고성, 당포에 이르니 날이 저물었다. 五行으로 보면 偏財(甲)가 子(수)상관을 대동하여 用神 午(화)를 건드리는 날이어서 바람이 세게 불었던 모양이나 이순신장군의 일기와 바람의 세기, 조수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삼군 병사들은 신뢰하였다.”

“네, 당포는 전일 승전하던 곳이라 장수들이 모두 장쾌한 전날의 일을 생각하고 기상이 하늘을 찌르는 것을 유지하며 전 함대를 당포 앞바다에 정박시키고 취사병들은 작은 배를 타고 나무하고 물 긷는 일을 나갔을 때 산에 있던 피난민들이 아군의 함대를 보고 마치 오래 떠났던 부모를 만난 듯이 반기며 내려와 기쁜 뜻을 말하고 그 중에서 김천손이라는 소치는 사람이 사또께 여줄 말씀이 있다고 하여 장군의 배에 데려와 그 연유를 알리자 장군께서 김천손을 불러들여 몇 가지 물으시니, 말하기를

‘소인이 볼 일이 있어 거제에 갔더니 크고 작은 적선 합 78척이 되는 대함대가 영등포 앞 바다에 나타났다가 고성 견내량에 와 머무르고 있소.’

하였습니다. 김천손의 보고는 군사상으로 실로 중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적선의 소재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고 행선하였지만, 김천손의 보고로 말미암아 적선의 소재지 및 적선의 수효까지 명백하게 알았으니 큰 힘을 얻은 것과 같았습니다.”

“음! 전투에서 정보는 생과 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것이다. 이에 장군은 밤으로 삼도의 제장들을 장군의 상선에 불러 모아 군사회의를 열고 내일 견내량에 있는 70여 척의 대 함대를 이길 예비모의를 거쳐 각각 부서를 정하여 먼저 갈 자와 뒤에 지킬 자를 정하면서 방포로서 군호를 정하되, 그 군호에 응하여 행동하는 것과 밤이 되면 각 선의 등불을 달리 할 것, 대장선의 등불을 봐서 진퇴할 것을 낱낱이 명령하였다. 그 조목은 이러하다.

1. 결코 개인의 맘대로 행동하지 말고 오직 약속한대로 절대 복종할 것.

2. 결코 먼저 승리했다고 하여 공을 다투지 말고 각각 자기 맡은 직분을 사 수할 것.

3. 애써 적병의 머리를 많이 베려하지 말고 많이 싸워 죽이기만 할 것.

4. 애걸하고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 대장에게 보고하여 처치할 것.

등을 훈시하였다. 이 네 가지 조목은 전공을 자랑하기 위하여 목 베는 것의 폐습이 있음을 경계한 것이니, 장군은 싸울 때마다 비록 수급을 증거로 보이지 아니하더라도 누가 잘 싸우고 힘써 싸운 것을 아는 것이니, 머리 하나를 베는 동안에 적병을 둘, 셋을 더 죽이라는 훈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