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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메가IT 트렌드에 약한가벤치마크와 패스트팔로워의 딜레마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2.11  10:46:26

세계 최대 SNS 기업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CEO가 그의 부인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설립한 ‘챈 저커버그 바이오허브’에 약 57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실시한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과학자 47명에게 1인당 17억원의 자금이 5년간 지원된다는 후문이다.

바이오허브의 연구 분야는 세포 지도를 만드는 셀 아틀라스와 지카 바이러스 및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 치료로 나눠진다. 지난해 9월 ‘세상의 모든 질병을 치유하겠다’는 모토로 세워졌으며, 총3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 출처=페이스북

세계를 바꾸는 메가IT 트렌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한다. 누구도 정확한 실체를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견 마케팅적 수사로 느껴질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중량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넘어 초연결의 시대가 펼쳐지는 순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업의 생산성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셈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중심을 잡아 빅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존하고 처리하는 신세계다.

문제는 선명한 모델이다. 나아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다.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기에 더 흥미로운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인프라로 끌고갈 수 있을 것인가.

스마트팩토리 방법론에 접근하는 각자의 노력에 단서가 있다. 최근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정부 주도로 빠르게 전개되며 기존 제조업의 공격력에 힘을 실어줬다면, 미국의 슈퍼 컴퓨팅 방법론은 이미 확보한 실리콘밸리의 ICT 경쟁력을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부품, 빛 소재에 강한 일본은 엣지 컴퓨팅 방법론으로 틈새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속도와 방식이 다른 상태에서 각자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고민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매개로 일정정도 ‘각자의 전격전’이 벌어지는 지금, 가장 핵심적인 승부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며, 이는 거시적 관점의 접근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메가IT 트렌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 출처=픽사베이

정부가 메가IT 트렌드를 주도한다면

메가IT 트렌드는 지엽적인 산업의 부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보스럽지만 우직하게 한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충만해야 생명력을 얻는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가 바로 정치의 집합체인 정부다.

현재 스마트팩토리에 있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정부 및 학계가 주도하고 있다. 2013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선언한 상태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국토 전역의 제조업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슈퍼 컴퓨팅 방식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도로 실시되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가닥이 잡히는 대목이다.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미묘한 인사이트를 남긴다.

다만 정부 주도의 메가IT 트렌드는 종종 정쟁의 도구로 소모되기도 한다. 대통령 탄핵정국 및 조기대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국내의 사정이 대표적이다. 각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 방법론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실제적 비전은 없고 포퓰리즘적 공약들만 넘실거리는 대목은 분명 우려스럽다.

“당신의 4차 산업혁명은 틀렸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경쟁자 흠집내기, 혹은 이데올로기적 의도를 가지는 순간 메가IT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정치암투의 부산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비단 정치인들의 행보를 떠나 행정부 주도의 접근법도 비슷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요 부처들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장밋빛 공약으로 채워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일자리 문제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실질적인 위협이 감지되고 있으나, 정부가 내놓는 4차 산업혁명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삼는 뉘앙스도 풍긴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데, 정부의 세부적 로드맵은 도리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화려한 미래’만 가득한 셈이다.

메가IT 트렌드의 최종 지향점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의 인프라 발전에만 매달려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한 패착이다.

   
▲ 출처=뉴시스

결국 공은 기업으로...‘하지만’

메가IT 트렌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그 주체에는 정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기업이 더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메가IT 트렌드의 특성상 광범위한 영역의 인프라 개조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는 커다란 변수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플레이어는 결국 기업일 수 밖에 없으며, 이 대목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세계 메가IT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ICT 생태계의 중심은 항상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실리콘밸리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등,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최전선에 내세운 바 있다. ICT 역사를 주도한 그들이 메가IT 트렌드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자율주행차의 경우 웨이모의 알파벳부터 우버, 리프트 등 온디맨드 업체까지 뛰어든 상태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몰려있다. 스마트시티 방법론과 하늘을 나는 자동차, 나아가 생명공학의 영역까지 빠짐없이 침투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앨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개발 도상국에 인터넷을 깔아 자신들의 서비스를 PC 운용체제로 바꾸려는 시도까지 벌이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흐름은 최근 중국 ICT 경쟁력 강화와 맞물리며 더 큰 울림을 남기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메가IT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게 되었을까?

'왜’라는 질문은 ‘혁신’이라는 다소 진부한 답으로 이어진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혁신을 추구하며 길을 찾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에 능하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사실상 장악한 것은, 말 그대로 혁신을 위한 모험의 여정이 빚어낸 ‘최강의 검’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왜’에서 나온 혁신을 무기로 삼아 '정교한 방법론을 덧대고 있기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스마트시티의 방식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전술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연속성을 추구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에서 가전을 연결해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대목은 생태계 전략의 전형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지엽적인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틀을 바꾸며 모든 가능성을 재조합하는 중이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목표가 냉정하고 치밀한 방법론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다. 당연히 메가IT 트렌드가 강할 수 밖에 없다.

   
▲ 출처=픽사베이

우리는 할 수 없을까

정부의 역할은 차치해도, 국내 기업들도 메가IT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을까? 스페이스X가 로켓을 날리고 아마존의 로봇 군단이 물류창고를 종횡무진하며, 온디맨드의 비전이 지도 데이터와 만나 자율주행차를 넘어 스마트시티의 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메가IT 트렌드를 통해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반도체에 천착하며 수익을 올리면서 글로벌 하청업체에 머물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덕진 인사이트 연구소 부소장은 먼저 국내 특유의 기업문화를 지적했다. 김덕진 부소장은 “ICT적 측면에서 국내 기업문화가 기본적으로 벤치마크, 패스트팔로워의 딜레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소위 리스크테이킹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와 O2O 기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카카오에서도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김덕진 부소장은 “네이버랩스가 자율주행차 및 인공지능 등 기술 생태계 창출에 나선다고 하지만, 사실 이 아이템은 해외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이며 증강현실 서비스를 준비하는 카카오도 따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메가IT 트렌드를 선도하려면 과감하게 앞으로 치고나가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수동적으로 따라가려는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는 만큼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정부도 해외 레퍼런스가 없는 아이템에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며 필요 이상의 규제를 마련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지나친 성과 지상주의도 문제다. 김덕진 부소장은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사업을 하며 여러 번 무너질 뻔 했지만, 시장에서는 혁신을 위한 그들의 도전을 끈기있게 기다렸다”며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장의 크기라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김덕진 부소장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경우 성공하게 되면 그 효과가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파급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럴 수 없다”며 “그렇다고 국내시장에만 집중하면 시작부터 제한적인 파급력만 보장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마케팅적 역량의 부재와도 연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러니한 사태도 벌어진다. 김덕진 부소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위기론이 계속 나오는 배경에는, 애플의 수장이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으로 변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 출처=뉴시스

스티브 잡스가 있던 시기, 삼성전자는 창조적인 발상으로 모바일 시장을 개척한 애플을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애플이 시장을 개척하면 삼성전자가 빠르지만 충실하게 그 길을 따라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뜻.

하지만 관리형 CEO인 팀 쿡 CEO가 등장하며 애플은 시장 공세적 전략에서 수세적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윤을 추구하며 패블릿 라인업에 집중하는 등 소위 삼성전자의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에서 빠르게 쫒아가는 것을 핵심으로 삼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은 큰 그림을 상실했다는 것이 김덕진 부소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갤럭시노트7가 아쉽다. 김덕진 부소장은 “기기의 혁신으로 보면 갤럭시노트7이 아이폰7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다만 삼성전자는 퍼스트무버였던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혁신적인 갤럭시노트7을 개발한 상태에서 안정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아이폰7보다 빠르게 출시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 노트7 발화 원인 기자회견. 출처=삼성전자

결국 패스트팔로워가 퍼스트무버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필요하며, 이는 곧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폰7이 생각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 아픈 일이다.

메가IT 트렌드 비전을 모색하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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