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축산농가에 대한 사상 최대의 피해를 주고 있지만 가축재해보험을 통해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국가가 지정한 ‘법정 전염병’의 경우 국가가 강제로 도살하기에 보장의 주체도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농심을 달래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보험료 납입을 유예해주는 등 지원책을 통해 피해확산 최소화하기에 나섰다.

AI 총 피해액 9846억원 전망…“정부가 보상한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북 보은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5일간 살처분 된 소는 825마리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9일 가축 방역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가금류에 큰 피해가 나타났다. 피해확산을 막기 위해 2016년 11월부터 도살처분 된 가금류 수는 약 2730만 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해액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대최고 속도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과 경제적 피해’ 보고서를 보면 AI감염률이 닭 사육농가의 20%인 3305만마리인 경우 9846억원, 30%인 경우엔 4958만마리로 최대 1조4769억원에 육박한다.

20%일 때 피해액을 세부적으로 보면 살처분·생산감소 등 농가피해 3342억원, 정부지출 2374억원, 사료산업 5억원, 육류·육가공업 3709억원, 음식업 416억원 등으로 총 9846억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구제역과 AI로 인한 피해는 가축재해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가축재해보험은 소, 돼지, 닭 등 16종의 가축에 대해 각종 자연재해, 질병, 화재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정책보험이다. 가입기간과 보장기간은 1년이고 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자체는 25~40%를 지원한다.

손보업계에서는 법정 전염병의 경우 도살처분 대상이기에 정부에서 보상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구제역을 포함해 우역, 우폐역, 탄저, 가금 티푸스와 같은 가축질병도 보험사들의 면책 대상에 포함된다.

손보사 관계자는 “법정 전염병의 경우 국가가 강제로 도살 처분하기 때문에 보상도 국가에서만 받을 수 있다”며 “만일 보장대상이 될 경우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해율이 오르고, 보험료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국가가 이미 보장을 한 상황에서 가축재해보험에서 추가로 보장할 경우 중복 보상 문제도 발생한다”며 “게다가 민간보험사가 감당하기에는 피해규모가 워낙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장항목으로 들어가면 상품 유지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축재해보험 소와 가금류 보장범위(출처=농림축산식품부)

“생활비 지원과 보험금 납입유예 제공”

구제역과 AI가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손실액의 80%,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미발생 농가에는 100% 보상금이 지원된다. 한동안 새 가축을 키울때까지 공백기간을 고려해 최대 6개월까지 생활안정비도 제공된다.

하지만 이조차 백신접종을 제때 하지 않거나 신고를 늦게 하는 등 질병 발생에 대한 농가의 책임에 따라 일정 비율로 감액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한푼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 주도 하에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은 대출 원리금의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만기가 올 경우 분할상환을 제공한다. 또 우대금리를 적용한 생활안정자금과 긴급자금 대출 등을 해준다”며 “카드사에서는 피해농가 등에 대해 대금 청구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신용보증기금은 피해 중소기업에 대해 특례보증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 역시 보험금 납입과 보험대출 이자납입을 일정기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