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생명 보험사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 보험 시장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계획이 물거품될 처지에 놓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5년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국내 생보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은 당시 지분 50대 50 비율로 중국항공(에어차이나)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중국 금융시장은 제조업과 달리 외국기업이 영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작기업 형태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설립일인 2005년7월 98억4100만원을 출자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항공은 합자회사로 참여했지만, 경영은 삼성생명의 주도로 이뤄졌다.

설립일 이후 삼성생명은 보험 영업 지역의 거점을 확대하면서 꾸준히 판매망을 넓히려고 시도했다. 2005년 7월 베이징을 기점으로 2009년 4월에는 톈진, 2010년 7월 청도, 2012년 7월 사천에서 허가를 따냈다. 이어 2013년 7월 광동, 2014년 5월 강소, 2016년 8월 절강에 인허가를 따내는 등 지속해서 사업장을 확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보험 운영 노하우를 중국 현지에 맞추다보니 판매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지난 2014년까지 적자난을 겪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369억4600만원에 달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후 2015년 8월 중국 감독 당국의 승인을 거쳐 중국은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을 갖는 합작파트너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 당시, 삼성생명이 현실적으로 중국에서 독자적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행은 중은삼성인수보험의 증자에 약 2261억원을 투자해 지분 51%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반면 삼성생명과 중국항공의 지분은 각각 25%와 24%로 줄었다. 삼성생명은 지분이 줄어듦과 동시에 경영권에서도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 법인인 ‘중은삼성’에 근무하는 삼성 생명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국내에서 해왔던 방식대로 보험 설계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상황은 국내와 달랐다. 중국 생명보험시장은 오프라인의 판매망도 중요하지만 방카슈랑스 비중이 40% 차지하고 있어 은행의 영향력이 크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중국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경영을 위한 중국 진출이 아닌 단순히 투자 목적이 돼 버린 셈이다. 삼성생명 측은  "현지에 영업 1명, 리스크 매니저 1명 등 두명이 파견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운영 주체가 중국은행이다 보니 삼성생명은 투자자 입장에서 중은삼성에 배당금을 얻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은삼성은 결과적으로 중국은행이 전담해 방카슈랑스에 매진하다 보니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여전히 적자상태다. 게다가 2016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503억원 가량 줄어들었고 4분기 영업 실적이 남아있지만 3분기까지 순손실도 약 130억원 발생했다. 올해 들어 다시 보험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과거 중국에서 인허가 장벽들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생명은 지난 2012년 중국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목적으로 ‘북경삼성치업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임대업을 하기위해 건설중인 해당 건물은 57층짜리 고층 건물이며 베이징 도심에 위치해 있다. 오는 2018년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건물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액이 91억2700만원에 달한 상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해 3분기까지 이 건물의 자산과 부채 규모는 각각 6246억원, 128억원 정도다. 삼성생명은 이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총 5번 증자를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이 건물은 공실률이 2019년까지 9%로 상승한 후 2020년 이후부터 공실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부동산 임대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건물 완공 이후 임대 사업을 본격화하면 투자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삼성생명 측은 밝혔다.

삼성생명은 결과적으로 중국 보험업에서 손을 뗀 상태로 중국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동산 임대업만 바라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해외 사업 확대 전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삼성생명의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