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말 1200원대를 기록했다. 그 상승세가 과도한 탓이었을까. 지난 2월 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47원대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그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과 인프라 확대 등으로 인해 미국의 재정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각각 경기회복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미국 정부의 재정압력에 따른 부정적 전망으로 동시에 미국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달러 약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앞서 언급한 원인을 역으로 생각하면 트럼프 공약의 기대감이 조정되고, 미국의 재정부담은 줄어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다소 근거가 빈약하다.

이하연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변동성은 정치적 이벤트 영향이 컸다”며 “미국 경기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조정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적자 상대국을 향한 환율조작국 비난이 달러인덱스 및 원/달러 환율을 단숨에 미 대선 이전 수준까지 끌어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글로벌 정치리스크 확대 우려나 트럼프 비난에 대한 유로존의 대응을 보면, 달러인덱스 및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도 여전히 상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약 정치 이벤트를 완전히 제거한다면 달러 가치는 하락 압력이 우세하다. 미국 경기에 대한 눈높이 조정, 미국과 유럽·일본 간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달러 수요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BNK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에서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다시 반등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유휴노동력 문제(슬랙, Slack)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전문 서비스업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고용시장 진입을 포기했던 노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중심 일자리 창출 정책을 계기로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즉, 적극적인 구직활동이 여전히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은 실질적으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만큼 올랐던 달러가치는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달러 가치 하락은 언제 멈출 것이며, 향후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증권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유럽발 정치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재차 달러를 강세로 몰 수 있는 요인이며 신흥국 통화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Brexit), 확대될까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이 열린다. 프랑스는 극우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이은 프렉시트(Frexit)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월의 격변’이 현실화될지 여부다.

르펜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6개월 안에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실시 및 프랑화 부활 이민자 감축(외국인근로자 특별세, 불법 이민자 의료보장 제도 중단 등), 보호무역주의 등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시장에서 프랑스의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유로화 때문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출범은 그 자체가 달러 패권 체제를 수정하려는 ‘수정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는 과거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단일통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유로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유로화의 수정주의적 성격은 그 힘을 잃게 되고 프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연 프렉시트는 유럽연합 그리고 유로존과 유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시장의 파급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및 매입방식 변경, 이탈리아를 포함한 은행권 부실문제 등이 유럽 내 지역별 국채금리 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국채 수요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며 재정 건전성이 나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채 금리는 치솟았고, 대선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프랑스는 독일과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10년물 기준)가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큰 0.77%포인트 수준까지 확대됐다.

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 각국 은행 신용부도스왑(CDS)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CB는 채권 매입규모를 종전 800억유로에서 60억유로로 축소했으며 채권 매입 방식도 변화(금리 조건 완화 및 1년물 채권 매입 허용)해 시장 변동성 요인 중 하나다. 채권 매입금리 조건 완화와 1년물 채권 매입 허용으로 장기 금리는 상승하고, 채권 매입 규모 축소로 시장 수급은 전년 대비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 회사채의 경우 ECB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CSPP(회사채매입 프로그램)를 통해 현재까지 월평균 84억유로의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유럽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고, 발행이 증가했으며 유럽 회사채 펀드로 자금유입도 활발해졌다.

ECB가 회사채 전반에 영향을 끼친 만큼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유럽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최근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변동성이 큰 상황으로 본격적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진행될 경우 가격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

이탈리아는 총선은 물론 은행권 문제도 남아있다. 작년 12월 이탈리아 정부는 부실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제금융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현재 구제금융안에 대한 유럽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EC의 승인까지 보통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3월 안에는 이탈리아 은행권 처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르투갈도 은행권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9월 말 기준 포르투갈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9.8%로 그리스(47.1%)와 키프로스(46.7%)를 제외하고 EU 내 국가 중 가장 높다. 포르투갈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은행에 대한 지원이 거론되는 만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세계 통화시장은 긴장의 연속이다. 달러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로화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