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통찰법> 정인호 지음, 북스톤 펴냄

이 책은 서양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대가들의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의 정수를 오늘날의 비즈니스에 적용해본다. 피카소를 비롯해 고갱, 고흐, 마네, 폴 세잔, 벨라스케스,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등의 명작 70여점을 분석하고, 여기에서 얻은 통찰이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보테로의 〈모나리자〉는 기존의 무수한 〈모나리자〉 모작들과 무엇이 다르며, 기업의 차별화 전략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추구해야 할 기업들에 피카소의 작품활동은 어떤 성찰을 주는지, 라파엘로나 브랑쿠시처럼 본질을 꿰뚫는 관찰을 하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등을 다룬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 과정에는 이른바 ‘피카소 방식’이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의 〈황소〉 연작은 황소를 1개월 동안 꾸준히 관찰하고 단순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본질만 남기려는 시도 끝에 피카소는 마침내 10개 남짓의 단순한 선만으로 황소를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애플TV의 리모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구글TV의 리모컨은 버튼이 무려 78개다. 하지만 애플은 리모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했고, 그 결과 3개의 버튼만 남겼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들의 화폭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작고 뚱뚱하게 그려낸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보테로. 다른 화가들의 마티스의 색채, 반 고흐의 터치, 피카소의 구성을 모두 합쳐보겠다고 매달릴 때 보테로는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알브레히트 뒤러, 얀 반 에이크, 비제 르 브룅 등 대가의 작품을 독창적이고 전혀 색다른 느낌으로 재해석했다. 그의 인물화는 촌스럽게 보이지만, 느긋한 여유가 배어난다. 동시에 ‘절대 볼륨’이라 부를 만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통해 서양 예술사에 깊게 뿌리박힌 편견에 경종을 울린다. 다른 화가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차별화 전략이다. 이는 기업에도 유효한 생존 및 성공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