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일 수 없는 역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고광식 김세미 박나리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이 책은 프랑스 고등학교 1~3학년 역사 교과서의 프로그램을 토대로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쟁점을 77개 주제로 다룬다. 19세기 자유주의 사상과 산업혁명에 대한 검토부터 현재의 경제 위기와 긴축정책, 그리고 다가올 미래까지 담겼다. 단순히 단편적이고 보편적인 역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에 도전하는 질문과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서술, 사실의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독자 스스로 역사를 읽고 비판하고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기술에서는, 당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독재자가 권력을 장악할 때 재계가 노골적으로 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기존에는 독소불가침조약을 강조함으로써 은연중에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이 책에서는 전쟁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치스 독일에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주의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인지, 파시즘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식민통치가 긍정적 결과를 남겼다는 말은 맞는지, 신자유주의가 무조건 옳은 것인지,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이 맞는지 등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역사에 의문을 던진다.

각 주제별로 프랑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카메룬, 시리아, 알제리, 이스라엘, 쿠바 등 21개국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내용도 소개돼 있다. 이스라엘 국가 창설에 대해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거부하는 터키에서는 이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가르치는지, 독일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역사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서구적 근대화 혹은 20세기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