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차이나> 김도인 지음, 미래의창 펴냄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것을(我知道,你不知道).” 지난 2005년 중국 최대 검색포털사이트 ‘바이두’가 2분짜리 광고를 냈다. 중국에 진출한 구글을 겨냥한 광고 문구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베이가 ‘바다의 상어’라면,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다. 강에서 싸우면 틀림없이 우리가 이긴다.” 세계 최대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맞선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선전포고다. 실제로 구글과 이베이는 이들 로컬기업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왜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강한가?

중국 시장에 대한 가장 큰 허구는 ‘13억 시장론’이다. 이 말은 시장의 거대함을 말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시장이 단일시장이라는 매우 중대한 오해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1000원짜리 상품을 팔면 1조3000억원을 벌 수 있다는 허황된 발상은 여기에서 기인했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중국 시장은 결코 단일시장이 아니다. 중국인 13억명(정확히는 13억7354만명)을 하나로 묶는 요인은 단지 국적과 문자뿐이다(중국은 언어도 각양각색이다. CCTV 등 중국 TV방송은 자막서비스를 하고 있다. 북경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극소수 브랜드를 제외하고 중국 전역에 진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내 34개 행정구역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갈린다. 작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행정구역마다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달랐다. 이처럼 중국 시장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이라는 말처럼, ‘온갖 꽃이 함께 피고, 모든 세력이 다투어 우는’ 중국 시장이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중국 시장에 들어가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을 잘 아는 것은 역시 중국 기업이다. 바이두와 알리바바의 큰소리는 다 근거가 있다. 작년 중국 기업브랜드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 브랜드파워’에서도 전체 149개 부문의 1위 자리는 중국계 브랜드가 70% 가까이 차지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중국 기업에게서 찾는다. 현명한 방법이다. 책에는 중국 현지 기업들의 성공 혹은 실패 사례들이 나온다. 이들에 초점을 맞춰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들을 살핀다. 무작정 대륙 진출을 독려하는 자칭 중국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주장을 무력화시킨다. 보다 정교한 중국 진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