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9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 매출 1조464억원에 영업이익 1161억원, 당기순이익 6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대비 영업이익은 31.1%, 매출은 57.1% 올랐으나 당기순이익은 14.7% 떨어졌다. 네이버가 지난해 4조원 매출을 올린 가운데 카카오 지난해 성적도 나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매출 4538억원, 영업이익 382억원, 당기순이익은 29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4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85.1%, 매출은 87.8%, 당기순이익은 149.2% 증가했다.

▲ 출처=카카오

괜찮은걸?
카카오의 최근 실적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장사 전체를 보면 나름 고무적인 대목들이 여럿 보인다. 우선 전통적으로 호조세인 지난해 4분기 성적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O2O의 방향성을 두고 '합격점'을 주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카카오의 저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4분기 게임과 음원을 중심으로 파악되는 콘텐츠 플랫폼 매출 성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 분기 대비 11.7%,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8.7% 상승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프렌즈팝콘 for Kakao’, ‘쿵푸팬더3 for Kakao’, ‘데스티니차일드 for Kakao’ 등 4분기 런칭한 신규 모바일 게임 매출의 확대에 ‘검은사막’, ‘에오스’ 등 PC 퍼블리싱 게임 매출의 호조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게임 콘텐츠 매출은 전분기 대비 18.8%, 전년 동기 대비 63.4% 증가한 932억원을 기록했으며 뮤직 콘텐츠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0% 증가한 1069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카카오는 게임의 영광을 재탈환하려 필사적인 가능성 모색에 나선 상태다. 넵튠에 총 1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에서 각각 5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 형태로 진행되며, 넵튠은 이를 위해 총 1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단행한다는 소식이다.

넵튠은 사천성 게임, 야구 시뮬레이션게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 LINE퍼즐탄탄을 일본에 출시,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생소한 사천성 장르로 현지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글로벌과 게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가진 기대주로 여겨지며 자회사를 통해 소셜 카지노 게임, RPG, MOBA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다. 201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번 협력으로 신규 프렌즈 2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넵튠이 9일 그 정체를 일부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개발 자회사 마그넷과 불혹소프트를 통해  카카오프렌즈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2종이다. 이에 따르면 마그넷은 NHN스타피쉬 출신 개발자로 구성된 개발사로,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캐주얼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불혹소프트는 한게임 출신 개발자를 주축으로 설립된 개발사로, 현재 프렌즈 IP를 활용한 전략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의 경우 멜론 유료 고객의 확대가 가장 큰 요인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계열 편입되기 전인 2015년과 비교하면 뮤직 콘텐츠 플랫폼에서만 연간 1036억원의 매출 상승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광고 플랫폼 매출은 14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5%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 7.9% 하락했다. O2O의 방향성에 가려져 광고 플랫폼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래된 비판이 여전히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광고주를 위해 저효율 네트워크 광고를 제외하면서 발생한 자발적 감소분을 감안하면 전분기 대비 14.5%, 전년 동기 대비 5.9% 성장한 규모에 그쳤다. 카카오가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인 상태에서, 그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기타 매출 부문은 커머스 매출이 견인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의 상품 판매 호조와 연말 성수기를 맞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매출 상승이 겹쳤다. 기타 매출 총액은 908억 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37.4%, 전년 동기 대비 337.9%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홍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의 지난해 12월 매출이 35억원에 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남 스토어의 두 배에 달하는 성적이며 두 스토어에서 나오는 매출은 전체 오프라인 샵의 절반을 넘는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카카오드라이버 등 다양한 서비스 마케팅에 따른 광고선전비 증가와 커머스 매출 상승에 의한 지급수수료 증가로 총 4157억 원의 영업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출처=카카오

앞으로 뭘 보여줄까
카카오의 정체성은 O2O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와 생활 O2O의 영역을 구분했으나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나마 스마트 모빌리티는 나름의 존재감이 보이기도 한다. 카카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카카오택시 가입자가 1300만명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80% 성장한 수치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누적콜수는 7700만콜에 달한다. 카카오 생태계도 준수하다. MAU(월간실사용자수)는 국내 4200만명, 해외 포함하면 4900만명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생활 O2O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는 생활 O2O를 총괄할 콘트롤 타워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최근 언론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O2O 기업들을 모아 '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모으는 상태에서 카카오의 전격적인 판단도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전략의 부재는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현 상황에서 카카오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카카오가 새롭게 꺼내들 카드는 주의깊게 볼 가치가 있다. 카카오톡의 진화와 인공지능 기술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개인 간 대화의 영역을 넘어 콘텐츠,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모바일 메신저의 특성을 확대해 내적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정지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상반기 출시 예정인 새로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는 주문, 예약, 상담, 구매가 모두 가능해진다. 파트너들이 제작한 양질의 콘텐츠도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이용자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셈이다.

이는 핀테크 및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의 영역을 ICT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방식이다. 텐센트가 최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슈퍼앱, 샤오청쉬(小程序) 방법론이 힌트가 될 수 있다. 텐센트의 위챗을 기반으로 하며 별도의 앱을 설치할 경우 추가적인 다운로드가 필요없는 샤오청쉬는 카카오의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빅데이터 및 LBS(위치기반서비스) 장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은 챗봇의 방식을 타고 전자상거래 인프라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9일 카카오가 음성 API 개방 확대를 결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다. 카카오는 입력된 목소리를 문자로 변환, 음성 검색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음성 인식 엔진 ‘뉴톤’을 자체 개발하고 2014년 2월, API를 개방한 바 있다. 같은 해 6월에는 입력된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사람이 읽어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음성 합성 엔진 ‘뉴톤 톡’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음성 인식 API에 해당 기능을 추가해 인식과 합성이 모두 가능한 음성 API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성 API의 무료 이용 범위를 하루 2만 건으로 4배 확대 제공하는 방식은, 결국 음성 인식 빅데이터의 미래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 출처=카카오

현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인공지능 기술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상태이기도 하다.

콘텐츠 그 자체에 대한 강점도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포도트리가 글로벌 투자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12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투자를 진행한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카카오페이지의 무한한 서비스 잠재력과 이에 따른 향후 기업가치 성장 가능성 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진행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의 콘텐츠 존재감이 일정정도 완성됐다는 뜻. 여기에 부가적 음원 및 게임 등의 존재감이 연결되면 강력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 출처=카카오

종합하자면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서비스의 고도화 및 생태계 확장, 나아가 인공지능과의 결합을 강하게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원 및 게임 등 콘텐츠 플랫폼 매출이 올라가며 튼튼하게 뒤를 받치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광고 수익의 원동력이 다소 흔들리는 것과 너무 많은 서비스를 런칭하고 폐기하는 행보는 불안하지만, 이미 세워둔 O2O 투트랙 전략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면 나름의 성공전략을 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